2012년 04월 09일일자 대한변협신문 제394호에 "<나의 꿈 나의 희망> 난민을 위한 기적을 꿈꾸며"라는 제목으로 실린 글입니다. 2011년 7월 30일에 인천공항에서 2개월 이상 구금되었다가 본국으로 강제송환당하던 중, 경유국인 태국에서 또다시 7개월 이상 구금되었다가 얼마전, 뉴질랜드에 재정착한 난민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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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로또복권을 사본 적이 없습니다. 아예 로또를 사보고 싶었던 적이 한번도 없었습니다. 노력하지 않고 일확천금을 노리는 것은 정당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814만분의 1이라는 당첨 확률이라는 기적을 바라야 할 만큼 불행하게 살지도 않았기 때문이기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지금 일하고 있는 사무실에 찾아오시는 분들을 만나기 시작한 이후로 생각이 조금씩 바뀌고 있습니다. 제가 일하는 공익법센터 어필에서는 취약한 이주민 그 중에서도 특별히 취약한 난민, 장기 구금된 이주민, 인신매매 피해자, 무국적자의 인권옹호와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인권침해를 모니터링 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희 사무실에는 ‘기구한’ 사연을 가진 분들이 많이 찾아옵니다. 이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세상에 자기가 아무런 잘못을 하지 않아도 이렇게 인생이 꼬일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그런 분들 중에서도 특히나 기구한 사연을 가진 분에 대해 소개하고자 합니다. A씨는 에티오피아의 소수민족 중의 하나인 오로모족에 속해 있습니다. 오로모족은 에티오피아의 주류정당의 지배로부터 독립할 것을 목표로 무장정치단체인 오로모독립전선(OLF)을 창립하여 활동을 하고 있으며 정부는 OLF를 테러단체로 지정해 박해하고 있습니다. 평소 오로모족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던 A씨의 아버지가 집을 떠난 어느 날, A씨의 가족들은 정부군으로부터 아버지가 OLF에 가입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게 됩니다. 그 이후로는 A씨의 가족들은 아버지를 다시는 볼 수 없었고, 아버지 대신 군인들이 집을 종종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OLF의 비밀요원이라는 혐의를 받은 A씨는 공립학교에서 쫓겨났고, 군인 캠프에 감금을 당하고, 풀려난 이후로도 늘 감시를 당하게 됐습니다. 한번은 A씨가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문을 듣고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고 있던 중에 정부군이 난입하여 “반란군의 죽음을 애도하다니 너는 굉장히 위험한 사상을 가졌다”라고 하면서 추도객들 앞에서 끌고나간 적도 있습니다. 그대로 군인 캠프로 끌려가 고문을 당했고, ‘마을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모두 책임을 지겠다’는 서약서에 서명을 강제당한 뒤 겨우 풀려나게 됩니다. 하지만 어느 날, A씨의 마을에서 3명의 군인들이 살해되는 사건이 일어나고, 이 일을 계기로 A씨는 또 다시 군인 캠프에 감금당하게 됩니다. A씨는 자신이 알지도 못하는 일에 대해 너무나 심하게 고문을 당하자 빗발치는 총알을 피해 케냐까지 도망을 가게 됩니다. 그러나 케냐 정부와 에티오피아 정부의 친밀한 관계 때문에 케냐도 안전한 곳이 되지 못했습니다. 


<A씨가 고문으로 입은 상처입니다.>


결국 A씨는 브로커에게 비행기표와 위조여권을 구입한 뒤 케냐를 탈출합니다. 원래는 피지를 통해 호주로 가서 난민 신청을 하려고 하였으나 실패하고 도착하게 된 한국 공항에서 난민 신청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한국 공항에서도 난민신청을 거부당하고 공항의 출국대기실에서 2개월 17일간 구금을 당하게 됩니다. 그리고는 결국 에티오피아로 강제송환을 당하게 되지만 여권 문제로 태국 공항에서 또 다시 7개월 반 동안 구금을 당하게 됩니다. 


지난해 12월에 제가 A씨를 태국의 공항 구금소에서 만났을 때, A씨는 어떤 나라에서도 자신을 받아들여주지 않는다는 사실에 “I have no hope”라고 하면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A씨가 약 7개월간 지내셨던 구금소로 통하는 문입니다. 인터뷰는 구금소 바깥에 마련된 작은 회의실에서 진행됐으며 구금소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이 분이 구금소에서 풀려나서 안전한 나라에서 살 수 있도록 여러 방면으로 노력을 했지만 한동안은 아무런 결과를 얻을 수가 없었고, A씨가 생각날 때마다 뭔가 저희의 노력을 초월한 좋은 일, 기적이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노력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노력의 여부와 상관없이 맞이하는 불행, 오히려 노력을 할수록 더욱 나빠지는 상황들을 마주한 사람들 앞에서 지극히 좁은 저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인과율에 갇힌 세계를 주장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우리의 삶에는 기적이 필요하다는 것을 깊이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A씨가 유엔난민기구의 도움으로 안전하고 자유로운 나라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됐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기적이 일어난 것입니다! 정확하게 저희가 추진하던 방식은 아니었지만, 기적을 바라는 마음으로 저희도 A씨를 위하여 했던 노력 또한 한몫을 담당했음에 틀림없습니다. 


아직 로또를 사보지는 않았지만 이제는 로또를 사는 마음에 대해 이해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어필을 찾아오시는 기적이 필요한 많은 분들을 생각하며, 그 기적은 그 분들을 위해 아껴둬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정신영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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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공익법센터 어필 AP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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