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인권보고서(UPR 및 고문방지협약) 관련 시민사회단체 간담회 속기록 및 후기



<간담회 시작 전에 인근 카페에 모여 브리핑 중인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


5월 22일 화요일, 늦봄과 초여름이 어우러지는 여의도의 햇살 아래 뭇 시민사회단체 대표 분들이 모이셨습니다. 대한민국 법무부가 UN 국가별 정례인권검토(Universal Periodic Review: UPR) 및 고문방지협약 관련 국제인권보고서 제출을 앞두고서 시민사회단체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간담회를 개최하여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을 초청하였기 때문입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강당에서 열린 간담회에 저희 어필 측에서는 어진이 변호사님과 송시은 변호사님, 그리고 강태승 인턴이 참가하였습니다.



[제1부 : UPR 관련 세션]


<단체별 보고서 발표>


사회자(법무부 소속) : UPR 관련하여 제출하신 보고서 부분들을 발표하여 주십시오.


국가인권위원회 : 저희가 보고서를 제출하였으나 반영되지 않은 부분들 중심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장애인 생명보험 가입을 제한하고 있는 법률을 개정할 것을 권고합니다. 그리고 국가보안법 개정을 거듭 권고합니다. 적용 기준이 불분명한 보안감찰법의 오남용 가능성 때문에 개정 혹은 폐지 필요성이 누차 권고된 바 있으나 여전히 수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아울러 고문방지 관련 법 규정 덕분에 형사상 운영이 많이 개선된 것은 사실이나 실질적인 수준으로까지 개선하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고문방지 의정서에도 가입해야 할 것입니다. 강제 실종 협약에 가입할 것을 적극적으로 권고합니다. 대체복무제 도입의 필요성도 나날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사형제도 폐지에 대한 인식 개선도 요구됩니다. 인신매매 문제도 해결되어야 합니다. 특히 인신매매 문제와 관련하여 이주여성이 성매매 피해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기에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그리고 일반 공무원, 경찰 공무원, 군인 공무원의 결사 및 협력 권한 박탈 및 노동3권 제한을 완화하는 방안을 저희가 제시한 바 있습니다. 이상이 정부 측에 의해 수용되지 않은 부분들의 주요 내용들입니다. 수용된 부분들 중에서도 특히 장애인과 아동에 대한 정부의 노력은 가시적이었으나, 이주 여성 등의 분야에 대해서는 미흡했다는 게 인권위의 판단입니다. 저소득 계층에 대한 보호와 지원이 더 확대되어야 합니다. 교육권의 반인권적 요인들을 제거해야 합니다. 우리나라도 국제적인 기준에 맞춰서 역할을 해내야 할 것입니다. 인권위의 UPR에 대한 권고는 이상입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 시민사회의 의견을 반영할 의사가 별로 없었던 것 같아 애통함을 금할 길 없다는 질타를 우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공개질의를 받고도 응답하지 않고 무시해오다가 마감 시한이 다가오자 황급히 시민단체들에게 간담회를 제안해 온 것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이제라도 제대로 반영해줄 것을, 적극적으로 책무를 이행할 것을 요청합니다. 각종 번역 과정에서 원문을 생략하거나 오역하지 말 것을 당부 드립니다. 최근 정부 기조 자체가 이미 인권 증진 보다는 통제 방안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신고제 대신 허가제로 운영되는 집회 및 시위 제도는 바람직하다고 볼 순 없습니다. 아울러 집회 및 시위에 대한 형사상 처벌이 그 어느 때보다도 남발되고 있는 게 작금의 세태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와 국가별행동계획(National Action Plan: NAP)에 대해서도 말씀드리겠습니다. 인권위 조직은 심히 축소되었고(2009년 전체 인원의 21% 감축), 행정부 소속이라는 말도 안 되는 체계로 인하여 인사의 투명성도 담보되지 못했습니다. NAP와 관련해서는 법무부가 국가 대계를 계획하면서도 그 이행 및 평가 과정에서 시민사회와의 대화를 전연 하지 않았습니다. 서류상의 증거로 남기려고 시민 단체들을 불러 모아 영양 없는 모임을 하기 보다는, 실질적으로 의견을 반영하여 개선한 성과가 나와야 하는데, UPR도 UPR이지만 NAP는 정말 심각한 지경이었습니다. 이런 요식행위들을 통해 인권을 추구하는 관행을 바로 세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긴 힘듭니다.


법무부(사회자) : 다음부터는 번역 과정에서 오역이나 생략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참여연대 : 집회 시위의 자유 보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지만, 아무래도 요즘엔 억압한다고 보는 게 타당할 것 같습니다. 경찰이 1인 시위 현장에도 해산권을 행사한 사례가 있습니다. 얼마 전에 ‘실질적 피해가 발생하고 있지 않으면 비폭력 시위의 강제 해산은 불가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경찰들은 여전히 해산시키라는 지침을 받고 있습니다. 경찰들이 공격적으로 대응하는 것도 문제시됩니다. 집회 총 인원보다도 더 많은 경찰병력을 동원하여 해산 위주의 대응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경찰 폭력에 대해서는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도 합니다.(식별불가능성을 근거로 삼는 관행의 문제점) 또 정부는 야간집회 금지가 헌법 불합치 판결을 받아서 이제는 야간집회가 보장 된다고 선전하고 있지만, 실상은 보장되는 게 아니라 그저 주간 집회와 같은 기준을 적용받게 되었을 뿐입니다. 다섯 차례나 집회 금지 통보를 한 바 있고, 비판을 받고서야 집회를 허용해준 바 있습니다. 희망 버스 관련 집회도 억압받았었습니다. 국가보안법 관련한 정부의 보고서의 초안을 보면 억압이 없다지만 사회적 분위기를 보면 2008년 입건 수가 40건, 2009년에는 70건, 2010년 150건 등 오히려 급증 추세입니다. 차단된 사이트 수도 2010년에 51건으로 대폭 증가하였습니다. 국가보안법이 자의적으로 해석되고 집행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핵 안보 정상회의 땐 그린피스의 거두들이 입국을 거부당하는 사태가 발생하였습니다. 추상적 규정들을 국가가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외국인 활동가들의 정당한 권리를 침해하였습니다. 이런 부분들의 개선이 시급합니다.


국제 엠네스티 : 이주 노동자 관련해서도 인권 침해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국가보안법이 온라인상으로도 억압적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찬양 고무 선전 이라는 조건들은 너무도 추상적인지라 오남용의 소지가 다분합니다. 온라인상 게시물 삭제 건수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여전히 자의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셈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인원이 대량 감축되고 또 역량이 엄청나게 축소된 까닭으로 인권위의 독립성과 신뢰성이 크게 훼손되었습니다. 인사이동도 투명하게 되지 못했습니다. 전문성 있거나 관련 경험 있는 사람들이 중용되어야 마땅한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집회 및 시위 때 다친 시민들은 무수히 많은데, 과도한 공권력 활용 혐의로 처벌 받은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는 사실을 주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에 대해서도 국제사회가 지속적으로 권고해온 바 있습니다.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 문제도 해결되어야 합니다. 한국 정부 측 단속 차량 내에서 중국인 노동자 한 명이 심장마비로 사망한 사건도 발생한 바 있습니다. 신체적 긴급 상황에 대한 늑장 대응을 지양해야 할 것입니다. 국내 이주민 노동조합 불인정 문제도 조속히 해결되어야 합니다.




<간담회 전경>


공익법센터 어필(어진이 변호사 님) : 공익법센터 어필에서는 난민, 이주구금, 인신매매에 대해서 2011년 12월에 작성된 UPR 이행현황 자료에 담긴 내용을 중심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인도적 체류자들과 난민신청 후 1년 동안 심사결정을 받지 못한 자들에 대하여선 취업을 허용하도록 규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취업허가를 신청하기 위해서는 근로계약서와 사업자등록증을 먼저 제출하도록 요구하는 제도적 장벽으로 인하여 실제로 취업허가를 받은 난민신청자들은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1년 미만의 기간이 경과한 신청자들, 혹은 이의신청이나 소송 중인 신청자들은 아무런 혜택도 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도적 체류를 허가받은 자들은 난민에 준하는 대우를 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실효성이 거의 없는 취업허가 외의 처우규정이 전무한 실정입니다.


  영종도에 설립 중인 난민지원시설은 초기 3개월의 심사대기기간을 위한 단기 주거시설이라는 이유로 접근성이 매우 열악한데, 이는 난민의 사회통합 문제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 할 수 있습니다. 난민들이 지역사회로부터 격리된 영종도 난민지원시설이 ‘또 하나의 집단 수용소’로 전락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난민인정불허처분에 대한 이의신청기간이 14일로 확대된 사실 자체는 환영할 만한 일이나, 최근 우즈베키스탄 출신 난민신청자가 난민인정불허처분통지를 받은 직후 불과 3시간 만에 강제 송환되어 현재까지도 실종 상태에 있습니다. 난민요건을 충족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난민인정을 받지 못한 난민들의 송환 문제에 대비하여, 난민협약 상 강제 송환 당하지 않을 권리 이외에도 고문방지협약에서 규정하는 강제 송환 당하지 않을 권리를 활용하여 ‘돌아갈 경우에 고문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지를 심사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이미 위에서 언급한 우즈베키스탄 출신 난민 신청자가 강제 송환 당하여 도착한 우즈베키스탄은 인권탄압으로 악명 높은 국가들 가운데 하나입니다.

<자유권 규약 제7조 : 어느 누구도 고문, 잔혹하거나 비인도적이거나 굴욕적인 취급, 혹은 그러한 형벌을 받지 아니 한다.>


“보호”라 불리는 현행 외국인 구금은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강제퇴거명령이 집행 가능해질 때까지 구금할 수 있다고 되어 있어서, 결과적으론 정기적 사법심사 없이 자의적으로 무기한 구금하는 것조차 허락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전에 이란 출신 난민신청자가 3년 동안 구금되었던 일이 있었고, 특히 아동에 대한 특별 규정의 부재로 인하여 5살 밖에 안 된 난민아동이 22일 동안 구금되는 사건이 발생한 바 있습니다. 최근의 출입국관리법 개정으로 3개월 이상 구금할 경우엔 매 3개월 마다 법무부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긴 하나, 이는 사법심사가 아닙니다. 뿐만 아니라 승인을 할 때 구금의 “필요성”을 심사하지 않고 구금의 “법적 정당성”만을 가지고 형식적 심사를 수행하는데 이는 여전히 자유권 규약 제9조의 “자의적 구금 금지 원칙”에 반하는 것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외국인 보호소를 매년 방문 조사하는 것은 사실이오나, 불시에 방문하는 것이 아니어서, 사전에 문제시 될 만한 피구금자를 내보내거나 조사 대상에서 누락시킨 전례가 있습니다. 고문방지협약 선택의정서를 비준할 필요가 있습니다.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엄격한 해석으로 인하여 현행 형법 및 성매매방지법만으로는 인신매매 의정서 상의 인신매매 행위 처벌이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아울러 피해자의 자발적 의사가 존재하는 경우엔 대부분 범죄성립이 인정되지 않는데, 인신매매 의정서는 설령 피해자의 사전 동의가 있었다 해도 기만당하여 동의했거나 돌아갈 방도를 강제로 차단당한 경우엔 사실상의 인신매매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이런 경우엔 피해자의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피해자의 피해 사실을 범죄요건으로 인정하고 피의자를 처벌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현재 필리핀 여성들을 포함한 많은 이주 여성들이 E-6 연예흥행비자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성 산업계로 유입되고 있으나 인신매매 상인들이 처벌받거나 기소되는 건수는 극히 적습니다. 인신매매를 처벌하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피해자들이 범죄자들의 회유와 협박에 못 이겨 스스로 사건을 포기하기도 하고, 또 소송을 지속하는 동안 경제활동을 할 수 없는 체류자격으로 인하여 극심한 생활고를 감수해야 하는 등 제대로 지원과 보호를 받을 수 없도록 제도가 짜여 있기 때문입니다. 인신매매 의정서는 포괄적인 인신매매의 개념, 인신매매자의 처벌, 그리고 인신매매 피해자 보호라는 3가지 거대 범주들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 3가지가 모두 갖춰졌을 때 비로소 인신매매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형법 개정안, 그리고 김춘진 의원과 이정희 의원이 각기 발의했던 인신매매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에 관한 특별법은 지난 18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최근 사조가 인도네시아 선원들을 고용해서 뉴질랜드에서 조업을 하면서 폭력, 강제노동 등 갖은 인권 침해를 가했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선원으로 한국 기업의 생산 활동에 참여하는 외국인들에 대해서는 최저임금제가 적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들 외국인 선원들은 한국 최저임금의 30%~40%에 불과한 임금을 받으며, 강제노동 및 인신매매의 위협에 노출된 채 인간답지 못한 조건 속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강제노동 금지에 관한 노동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번 정부보고서엔 강제노동 금지에 관한 ILO(국제노동기구)협약 비준 계획도 포함되어야 할 것입니다.


국제아동인권센터 : 훈련, 훈육의 가치를 중시하는 문화적 조건 속에서 아이들을 기르는 것의 문제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이주민 자녀 아동들 관련한 사항들도 주지해야 합니다.


Save the Children : 모든 종류의 체벌을 금지해야 한다는 게 저희의 권고사항이었습니다. 그런데 체벌 금지가 저희가 원한 바대로 포괄적인 차원에서 이뤄지진 않았는데도 저희의 권고사항 반영이 완료되었다고 표시되어 있는 점을 지적해야겠습니다. 그리고 조례의 상위법인 초중등시행령을 통해 학생인권조례를 무효화하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알고 있는데, 교과부에서 승인하고 싶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학생인권조례를 송두리째 무효화하려한 시도의 의도 자체가 권위주의적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Track : 전 세계의 입양 희망자 분들이 언어장벽 때문에 한국 아동들을 입양하기 힘들어 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국내 입양이 비밀리에, 마치 원래 자기 자식인 양 이뤄지는 문제도 의식 단계에서부터 해결되어야 합니다. 출생등록제와 병행되지 않는 국내 비밀 입양은 자칫하면 아동 인신매매와 밀접하게 맞닿게 될 위험성이 농후합니다. 대책 마련이 필요합니다.


대한변호사협회 : 올해 들어 국제인권특별위원회를 설립한 저희 대한변호사협회는 올해 처음으로 이해관계자(stakeholder)로서 UPR 보고서를 작성하였습니다. 이주여성, 아동, 난민, 여성,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 등을 제시하였습니다. 개중에서도 특히 오늘 저희가 중점적으로 말씀드릴 문제는 주민등록 제도 문제와 일본군 종군위안부 문제입니다. 우선 주민등록 제도와 관련해서, 일련번호로 아이덴티티를 부여하고 또 부여받는 제도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가 힘든 게 현실입니다. 주민등록 제도에 대한 문제제기가 지금껏 매우 많았습니다. 변협 입장에서는 개인정보 유출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중요했습니다. 온라인상에서 주민번호 수집을 금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광범한 예외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원래 지니고 있던 번호들도 파기하라고 했지만 이에 대해서도 여전히 광범위하게 예외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개인정보 유출의 가능성을 그대로 유지시키고 있습니다. 이번 정부 보고서에서는 주민등록번호 제도의 위험성을 소멸시키기 위한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위안부 문제는 물론 일본 UPR에서 다뤄질 일이긴 하지만, 일단 우리 정부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중재 신청 등의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정부가 심사숙고해야만 할 사안입니다.


국제민주연대 : 저희는 기업과 인권에 대한 보고서를 따로 제출하였습니다. 신자유주의 시대가 도래하여 기업들의 투자가 국가 단위를 넘어서면서, 후진국 인권 침해도 격화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한국의 경제규모가 세계 10위권에 육박하는 와중에 온갖 문제들이 일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책 마련은 사실상 전무한 실정입니다. 뉴질랜드 해역에 나가 있는 한국 원양 어선들이 인도네시아 선원들의 인권을 유린하여 집단 하선하는 사태가 발생했는데, 뉴질랜드 언론들은 대서특필하였으나 한국에서는 거의 다뤄지지 않았습니다.



<플로어 마이크>


천주교인권위원회 : UPR 후속조치 현황을 살펴보시면, 사형제도 문제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국은 한 번도 사형제도 모라토리엄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집회 시위의 자유도 갈수록 퇴색되고 있습니다. 인권단체들이 보안관찰법 피해자들에 대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생각도 더욱 강하게 들었습니다. 저희들의 자성의 목소리입니다. 아울러 인권위의 고문방지협약 선택의정서 채택 권고가 행정부 내 조직 알력 등의 문제로 인하여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고문방지협약은 꼭 비준되어야 합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 저희는 시민사회단체 연합보고서에 참여한 단체인데 UPR 자리에는 처음 왔습니다. 성폭력 친고죄 조항이 폐지되어야 함을 주장하고자 합니다. 친고죄 폐지가 재검토될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친고죄 조항은 피해자의 의지를 무력화시키고 합의를 유도합니다. 기소율과 처벌 비율을 낮추는 가장 큰 요인입니다. 부부강간과 가정폭력의 처벌 문제도 심각합니다. 처벌되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처벌되고 있는 것처럼 쓰고 있는 정부 보고서를 보면 현실과의 불합치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신고 비율 그 자체도 굉장히 저조합니다. 접수조차 해주지 않기도 합니다. 그리고 피해자들의 신상정보를 정부가 관리하는데, 가족이 가해자일 경우엔 정보에 대해 접근하기가 매우 쉽습니다. 피해자의 정보를 정부가 직접 관리하는 시스템엔 이런 한계가 있습니다. 한국 사회 내 젠더 폭력 피해자들의 개인정보에 대한 독자적 법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주여성인권센터 : 이주민의 권리를 잘 인정해주지 않는 현실을 개혁해야 합니다.


진보네트워크 : 우리 사회의 개인정보 유출 문제가 매우 심각합니다.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합니다. NAP UPR 양대 정부 측 보고서들 모두 다 주장하는 게 I-pin 도입을 통한 해결입니다, 그런데 이 I-pin 시스템은 5개 신용정보업체들을 활용하는 시스템이기에, 이들이 합법적으로 개인정보를 운용할 수 있게 되면 논란의 소지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이 해킹당하면 지금보다도 더 큰 피해가 있을 것이고, 이미 부정 발급 사례만 10,000건이 넘습니다. 결국 별 도움 안 되는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인터넷 실명제가 일련의 폐해들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대해서도 말씀드리면, 국가인권위원회가 이 내용을 다루지 않았던데, 현재 심의의 대상이 되었던 게시물들이 상당수 삭제된 바 있습니다. 행정기관이 사법부의 개입 없이 유해정보 여부, 불법정보 여부를 심의하는 게 맞는지, 국가가 규제하는 게 맞는지, 표현의 자유 침해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 모임 : 국방의 의무, 병역 의무를 헌법상 책무로 격상시킨 현행 헌법 체계가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정부기관들의 현황에 대한 대처방식은 과연 정부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 문제를 인권 문제로 보고 있긴 한지 의심스럽게 합니다. 어떻게 해외로부터의 권고 사항들을 이행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듭니다.



<정부기관 측 답변>


사회자 : 정부기관들의 의견을 들어보겠습니다.


국방부 : 국방인권에 대해 대체복무제도 등 여러 쟁점들이 있는데,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추진할 수 있는 방향으로 노력하겠습니다, 이상입니다.


행정안전부 : 주민등록제도 담당자입니다. 최근에 많이 발생했던 주민등록번호 수집이용 사례들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들의 일부가 미흡한 거 아니냐 하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현재 1500개 서식에서 주민등록번호 기재를 생년월일 기재로 대체하도록 조치하였습니다. I-pin 대신 공인인증서를 등록하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며, 관리당국에서도 주민등록번호 시스템 보안을 더욱 강화하고자 노력을 경주하고 있습니다. 현재 주민등록증 위변조가 매우 쉽게 이뤄지고 있는데, 이 문제도 반드시 해결하겠습니다.


보건복지부 : 많은 이슈들에 대해 완벽한 전문성을 지니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다 해결할 순 없지만, 오늘 지적받은 사항들을 담당자들에게 전하겠습니다. 보고서 내용들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국제아동센터 보고서와 유관한 헤이그 협약 관련해서도 관계부처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민간위탁중인 아동권리센터의 권리 강화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국제 수준의 인권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심각하게 수긍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근로복지부 : 이주노동자 문제 같은 경우엔 최근에 많이 제기되어 지금 막 만들어져 가고 있는 이슈라고 생각합니다. 현장의 의견이 보다 많이 제시될 필요가 있습니다. 대안까지 제시되면 좋을 것 같고, 보다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상입니다.


방송심의위원회 : 진보네트워크 분들의 오해를 풀어드리겠습니다. 우선 정보통신망법 어디에도 본인확인제를 시행할 때 얻은 주민등록번호를 보관하라는 명령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작년의 경우, 해킹 사건이 일어났던 사이트는 이후 보유하던 주민등록번호를 전량 파기하였습니다. 나머지 두 포털들은 사건 없이도 스스로 주민등록번호를 전량 파기한 바 있습니다.


외교통상부 인권센터 : 저 자신은 일본군 종군위안부 문제 담당자가 아니지만 돌아가서 담당자들과 잘 협의하도록 하겠습니다.


경찰청 인권센터 : 저희 경찰청 산하엔 인권센터라는 별도의 기구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경찰관들의 인권침해행위를 예방하고 보다 친인권적인 경찰 조직을 만드는 걸 목적으로 설립된 기구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시민단체들의 견해를 반영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지만, 경찰은 법집행기관인 까닭에 생래적 한계에 부딪힐 수 있습니다. 지역유지들이 경찰 관련 심의를 하는 데에 많이 참여하는데, 이 심의 자리를 시민단체 분들이 맡으시면 경찰력의 친인권화에 주효할 것 같습니다.



<시민단체 측 재반박 및 첨언>


국제 엠네스티 : 간병노동자, 학습지노동자들은 노동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로 간주되지 않고 있습니다. 산업재해에 취약합니다.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동자성 인정 및 4대 보험 인정을 위해, 노동법 2조와 산업안전보호법 29조 실현을 위해 노동부가 나서야 합니다.


민변 : 후속조치권고안은 법무부가 혼자 쓴 건지 아니면 각 부서들의 협조도 얻은 건지 의구심이 듭니다. 주민등록번호에 대해서도, 정부가 유엔에 대해 수긍한다고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직후에 오히려 인터넷실명제가 실시된 바 있습니다. 아무래도 문제점이 있습니다. 게임 셧다운제 시행 과정에서도 주민등록번호를 통한 나이 제한 판별이 이뤄지는 것 같은데, 이 부분도 재검토가 필요합니다.


사회자 : UPR은 번역해서 해당 부처에 할당했으니 당연히 해당 부처들이 내용을 알고 있었고, 권고의 의미들도 충분히 알고 있었습니다. 시민사회단체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던 점은 부족한 부분이지만, 앞으로 다시하게 되면 더 잘 반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민변 : 저희는 이 간담회가 의미가 있으려면, 오늘 시민단체들이 새로 코멘트 한 것들에 대한 정부기관들의 새로운 반응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국가정례보고서 마감 시한이 임박해서야 아주 촉박하게 간담회가 이뤄지는 건 무척 바람직하지 못한 일입니다. 정부가 먼저 능동적으로, 이미 받아서 읽은 시민단체들의 보고서들에 대한 반응을 얘기해줬으면 훨씬 생산적이었을 것 같습니다. 일정 자체가 너무 촉박합니다. NGO들의 의견을 구체적으로 반영할 방도도 정립되어야 할 것입니다.


국제 엠네스티 : 법무부가 이 간담회를 주관하면서도 국가보안법 문제나 출입국외국인노동자 문제에 대해 전혀 발언하지 않고 있는데 이게 어찌된 영문인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조금 전 근로복지부의 대응 방식은 인권단체 입장에서는 특히 불편한 관점에 의거한 것입니다. 오래 전부터 해당 사안의 문제점이 제기되어 왔고, 구체적인 대안도 보고서에 누차 기입된 바 있습니다. 도피는 곤란합니다. 그리고 초중등 시행령 개정을 통한 인권조례 전복 시도는 매우 심각한 문제입니다. 마지막으로, 경찰청도 인권교육을 많이 했다지만 횟수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뭘 어떻게 교육했는지가 중요합니다.


진보네트워크 : 방송통신위원회도 본인확인제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UN도 익명성을 기반으로 하는 인터넷 공간에 대한 제재를 우려한 바 있습니다. NAP 보고서에서 정부 측은 인터넷실명제를 인권 보호의 성과로 작성했는데 저희 단체 입장에서는 이가 매우 놀라웠습니다. 인터넷 실명제는 본질적으로 표현의 자유 억압과 맞닿아 있습니다.

민변 :  UPR을 위해 엄청 많은 준비를 했는데, 피상적으로 회의해가지고서는 별 의미가 없을 것 같습니다. 관련 있는 부서들에 시민단체들이 직접 찾아가서 조율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몇 가지 핵심 이슈들에 대해서 유관 시민 단체들이 소규모로라도 간담회를 한 두 차례 더 가진다면 매우 실효성 있는 자리가 될 것 같습니다.


아동센터 : 일부 정부 기관 측에서 구체적일 것을 요구하며 반박하였는데, 함부로 구체적이지 않다는 표현으로 일관하는 태도는 지양해야 할 것 같습니다.


사회자 : 오늘 말씀하신 내용들을 관련 부서들이 철저히 고민해서, 6월 14일에는 꼭 모두가 만족할 수 있을 정도로 제대로 된 간담회가 이뤄지길 바라는 심정입니다. 나중에라도 서면으로 첨가하시면 또 협의를 거치겠습니다. 2차 간담회 전에 정부 측 초안을 드리겠습니다.



[제2부 : 고문방지협약 국가보고서 관련 세션]


군 인권센터 : 부대 내에서의 가혹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들이 미약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내용들이 더 구체적으로 이번 국가보고서에 담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군법엔 영창 제도가 잔존하고 있는데, 헌법이 제시하는 ‘법관의 영장에 의한 구금’이 아닙니다. 보다 잘 검토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진실의 힘 : 저희 <진실의 힘>은 고문 생존자들이 만든 재단입니다. 2010년부터 활동을 시작하였습니다. 이 UPR이야말로 고문 생존자들과 가장 밀접한 문헌작성 및 의견개진 기회인데, 일주일 전에야 이 회의의 존재를 알게 되어 오늘 부랴부랴 참가했습니다. 고문 피해에 대해 법무부가 정의를 세워줘야 피해보상, 관행, 제도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질 거란 대원칙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정의가 바로 서지 않고서는 어떠한 미봉책도 의미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문 관련한 진실을 규명할 때 흔히들 군사정권이라는 거대한 역사적 관념으로 대강 설명하고 마는 경우가 참으로 많습니다. 고문 피해라는 복잡한 문제를 (경찰, 사법부, 보안사령부 등 총체적 국가권력이 개입된 문제를) 사법부의 1심 판결을 번복하는 재심으로 덮어버립니다. 이 문제의 가장 깊고도 큰 문제, 정의와 진실의 문제는 덮어둔 채, 가장 잘 보이면서도 피상적이고 또 직접적으로 홍보 가능한 부분만 재심의 무죄선고로 정리해버리고 그냥 지나가는 느낌이 듭니다. 저희 고문 생존자들이 이러한 작금의 세태를 바라보며 느끼는, 분노라기 보단 비현실감에 가까운 감정을 말씀드려야만 하겠습니다.


민변 : 인종차별 권고안을 심의할 때에도 인종차별의 동기에 바탕을 둔 행위에 대한 형사 상 처벌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있었습니다. 허나 아직은 우리나라 현행법이 더 좋다는 견해가 다수설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고문 피해자들에 대한 정의가 바로 세워져야 할 것 같은데, 다른 건 몰라도 그 기본적인 정의만큼은 바로 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만, 반드시 바로 세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제 엠네스티 : 촛불집회 때 폭력 및 구금 피해 사례가 매우 많았습니다. UN도 한국 정부를 주시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한 답변들이 매우 미약합니다. 당시 공권력에 의한 폭력이 너무나 만연했고, 국제 기준에 의한 경찰 업무 수행이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한 고민과 개선책 마련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유치장 내 속옷 탈의 명령이 여전히 내려지고 있다는 게 심각한 문제점입니다. 속옷 탈의를 여성에게만 성차별적으로, 자살 방지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실시했습니다. 무척 위험한 발상입니다. 속옷이 위험합니까? 남자 속옷은 안 위험하고요? 이 행태를 엄금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 성폭력 관련 통계를 내는 방식 자체가 문제시 될 수 있습니다. 드러나는 정보가 미흡합니다. 그리고 이는 제언인데, 이주 여성 긴급 전화가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체계 운영을 통해 얻은 정보들만 제대로 통계화해도 이주 여성 문제와 관련하여 매우 귀중한 자료가 될 것 같습니다. 적극 추진해주십시오..


사회자 : 통계 관련 문제점들을 특히 꼭 잘 정리해서 지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정부기관 측 답변>


국방부 : 의견 조율해서 검토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천주교 : 한 가지 질문입니다. 대부분 오시는 부처 담당자 분들이 해당 조직 내에서 국제 담당자이신 경우가 많은데, 사실 이런 분들이 오시면 그 자리에서 질의에 대해 답변하시기란 다소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간담회 현장에서는 이후에 조율하겠다는 답변 외의 답변을 듣기 힘듭니다. 이 한계를 극복한 간담회가 열릴 수 있을까요?


사회자 : 사실은 과장급 인사가 파견되어 온다 하더라도 즉석에서 답변할 순 없을 정도로 많은 문제들이 복잡하고도 여러 방면에 걸쳐져 있습니다. 그래도 그 한계를 최대한 극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거나 가장 주된 조직에 소속된 공무원을 대표로 이 간담회장에 불러다 놓은 것입니다. 그리고 비록 법무부가 인권 관련 문제들을 총괄하긴 하지만, 관련 부서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할 수는 없는 입장입니다. 이해해주십시오. 시간이 종료되었습니다. 수고하신 여러분 모두께 감사드립니다. 다음 간담회 때 또 뵙겠습니다.


- 속기록 종료 -




<어필 측 발표자 어진이 변호사님과 긴장한 인턴>


이번 간담회는 어진이 변호사님의 공식석상 발표 데뷔 무대였기에 저희 어필에게 있어서 무척 뜻 깊은 자리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이 자리 자체가 갖는 무게 자체가 인턴인 제겐 결코 가볍지 않게 느껴졌습니다. 이렇게나 많은 분들이, 이렇게나 많은 시민단체가 활동하고 있는 줄은 전혀 가늠조차 하지 못하고 있던 차에 이날 저는 시민의 군세를 보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울러 그렇게나 많은 시민단체들과 의식 있는 시민 분들이 업무에 매진해도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산적한 문제들과 갖은 이슈들이 이 세상에 상존하면서도 편재한다는 준엄한 사실도 다시금 되새길 수 있었습니다. 한 이슈에 한 두 단락 정도만 할애해도 급격하게 두꺼워져만 가는 보고서와 그에 대한 둔탁한 반응, 그리고 그 둔탁한 반응을 재차 일깨우고자 노력하는 단체들에 의한 새로운 첨언과 비판, 이로 인해 더더욱 늘어만 가는 서류들 속에서 ‘세상에 글 아는 사람 노릇하기란 여전히 참으로 어렵다’는 생각을 품지 않을 수 없었고, 제가 살아가려는 세상도 이렇게 힘든데 실제로 고난을 겪는 어딘가의 이방인, 부랑자, 소수자, 인신매매피해자, 과부, 창기, 아동, 병자들은 얼마나 더 큰 고통 속에서 이 하루를 견뎌야 할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최근 저희 어필은 우즈베키스탄 목화밭에서의 아동강제노동 이슈, 그리고 사조참치의 뉴질랜드 인근 해상 선박 내 대(對)외국인 선원 인권 유린 및 강제노동 부과 이슈와 관련한 업무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이 때문인지 무수히 많은 이슈들 가운데서도 특히 제 이목을 끌었던 건 아무래도 기업 인권 관련 이슈였습니다. 우리나라의 초국적 대기업들이 후진국들과의 관계성 속에서 어떻게 비인간화되었는지를 살펴보며 자성(自省)의 필요성을 통감하고 개선 방안을 모색하려는 시민단체들의 시도가 매우 뜻 깊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찬란한 발전에도 그늘이 있었음이 오늘날엔 상식입니다. 하지만 그 그늘의 퍼져 나감이 전 세계 각지에서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까지 상식화 되진 않은 것 같습니다. 필리핀 의회에서 필리핀 노동자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입법을 시도하자 우리나라 정계는 '그런 시도가 발생할 경우엔 필리핀과 한국 간의 관계가 악화될 수 있다'며 은은하면서도 치명적인 , 듣는 이들로 하여금 모멸감과 무력감을 느끼게 하는 압박을 필리핀 의회에 가했었다고 합니다. 6.25 전쟁 때, 그리고 장충동 체육관 건립 때, 필리핀은 우리를 돕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앞서나가는 자들이었고, 또 구원자들이었습니다. 허나, 지금은.


본성 자체가 악하다고 믿어지는, 경쟁심으로 똘똘 뭉친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제 한 몸도 못 가눌 정도로 약해져버리는 것 그 자체가 이미 죄인 걸까요? 그렇진 않습니다. 적어도 표면적으로 대놓고 ‘약함은 죄’라고 외치는 사람이 초인을 강조하는 니체 철학을 오용하며 ‘나의 투쟁’을 강조했던 히틀러 이후에도 자주 나타나진 않았습니다. 인본주의로 접근할 때나, 신학적으로 접근할 때나, 사회계약론으로 접근할 때나, 공리주의로 접근할 때나, 윤리학으로 접근할 때나, 그 언제나, 약함이 곧 죄로 규정지어지진 않습니다.


죄 없는 사람들에게 폭압적인 행태를 일삼으면 그것이야말로 곧 죄지음으로 귀결됩니다. 죄로 점철된 부와 권세가 세계 시민들의 존중을 받는 명예로운 힘으로 대접받을 리 만무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한국 정부와 일부 한국 대기업들은 여전히 물신(物神)의 신화와 폭력의 형이상학을 신봉하는 것 같아 보여 안타깝기 그지없을 따름입니다.


비단 기업 인권 이슈뿐 아니라, 다른 거의 모든 인권 관련 이슈들, 이날 개선이 권고되었던 거의 모든 문제 상황들이, 조금 거칠게 단순화 하면, ‘무고한 약자, 그리고 천부인권의 준수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상대적 강자’라는 도식으로 귀결됩니다. 물론, 제 주제에 함부로 저는 올곧고 정의롭다고 주장할 생각은 추호도 없고, 그럴 수도 없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 저입니다. 아직은 모든 면에서 철두철미하게 부족할 따름입니다. 하지만 단 한 가지 제가 어필에서의 경험을 통해 이미 제대로 갖춘 게 있다면 바로 이러한 문제의식과 이에 대한 개선 노력의 필요성에 대한 이성적 이해 및 감성적 공감입니다. 언젠가 실질적으로 문제들을 하나씩 하나씩 해결해나가며 그 성과를 공식석상에서 제 입으로 발표하고 제 손으로 비전을 스케치할 수 있게 된, 그런 제 자신을 그리며 조용히 여의도 공원을 가로질렀습니다.


가로지르며 보니, 여의도 공원도 최근의 언론장악 시도에 저항하는 언론인 희망캠프와 시위 준비로 분주한 참이었습니다. 센트럴 파크를 본 따 만든 여의도 공원에서 우리 금융산업 역군 분들이 국부 증진 및 방어에 매진하다 잠시 쉬시는 것도 물론 정말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나라의 미래는 이 공원에서 그저 자유롭게 뛰노는 아이들과 그 아이들을 지켜주는 튼튼한 가정의 웃음소리, 가두 행진하는 노동조합원들의 구호소리, 여기저기에 부스를 설치하고 의견을 개진하는 시민단체들과 그에 속한 시민들의 목소리, 이주민들의 전통민요, 이 다양한 소리들이 앞으로 얼마나 더 자주 여의도 공원에 울려 퍼지는지, 그리고 그 소리들이 얼마나 더 잘 국회 본회의장에 닿는지에 달릴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3기 인턴 강태승 속기록 및 후기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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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공익법센터 어필 AP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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