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인권침해, 구제와 책임: ARP 컨설테이션 참여 후기

2015년 11월 20일

   

공익법조모임 ‘나우’의 체류비 지원으로 공익법센터 어필의 김종철 변호사는 2015년 11월 19일과 20일 양일간 개최된 OHCHR의 ‘책임과 구제’ 컨설테이션에 참가했습니다. 아래에서는 당시 논의되었던 내용을 한국의 상황에 비추어 설명을 했습니다.

구제에의 접근은 유엔 기업과 인권 이행지침의 3번째 기둥

유엔 기업과 인권 이행지침’은 잘 알려져 있듯이 크게 3가 부분(기둥)으로 되어 있습니다. 첫번째가 국가의 인권 보호 의무, 두번째가 기업의 인권 존중 책임. 그리고 세번째가 구제에의 접근입니다.

구제에의 접근이라는 기둥을 구체화 하기 위한 시도로서의 APR

2011년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위 이행지침이 채택된 이후에 그 내용을 구체화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여러 단위에서 계속되고 있는데요. ‘구제에의 접근’과 관련해서도 마찮가지 입니다. 특히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에서는 구제에의 접근 중 사법적인 구제를 증진시킬 수 있도록 하기 위해 2013년 관련 연구를 시작했고, 그 보고서를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을 했습니다(제출된 보고서 전문이 아래 있습니다). 그리고 유엔 인권이사회는 위 보고서에 기초해서 2014년 6월 (기업의) 책임과 (피해자의) 구제에 관한 프로젝트를 OHCHR에 위임을 했습니다. OHCHR은 위와 같은 위임을 받고 국가(20개국)간 워킹그룹을 만들어 ‘책임과 구제 프로젝트(Accountibility and Remedy Project: ARP)’라는 이름으로 기업과 인권과 관련된 각 국가의 사법적인 책임과 구제를 조사하고 그 증진 방안을 연구하고 있는데, 2016년 6월에 그 결과를 유엔 인권이사회에 보고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StudyDomesticeLawRemedies.pdf

APR의 일환으로서의 컨설테이션

4회 ‘기업과 인권 포럼’에 참석하기 위한 제네바에 머물고 있는 어필의 김종철 변호사는 2015년 11월 19일과 제네바 빨레 드 나시옹(Palais de Nation)에서 열린 책임과 구제 프로젝트(Accountibility and Remedy Project) 컨설테이션에 참석을 했는데, 아래에서는 컨설테이션의 논의내용, 참석자들의 코멘트 그리고 한국의 상황을 비교하면서 설명을 하려고 합니다.

*ARP 워킹그룹을 구성하는 20개국 정부 대표들과 시민사회 활동가들이 모여 비공개로 진행되었습니다

프로젝트 이름: ARP

일단 프로젝트의 이름을 책임(Accountibility)과 구제(Remedy) 프로젝트(Project)라고 붙인 것은 마음에 듭니다. 기업의 인권 침해에 대한 피해자의 구제와 기업의 책임은 같이 가는 것이 맞기 때문입니다. 특히 피해자의 구제라고만 하면 민사적인 구제 생각하기 쉬운데, 책임이라는 말이 들어가서 민사적인 구제를 넘어 형사적인 제재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이해하기 쉽겠죠.   

APR의 논의 범위 1: 사법적인 구제와 책임

책임과 구제 프로젝트(ARP)는 그 논의 범위를 ‘사법적인’ 구제와 책임으로 한정을 했습니다. 보통 기업과 인권과 관련한 구제/책임을 논의하면서 크게 국가기반의 구제/책임과 비국가기반의 구제/책임로 나누고, 국가기반의 구제/책임는 사법적인 구제/책임과 비사법적인 구제/책임으로 나누어 설명을 합니다. 비국가적인 기반의 구제/책임는 기업 자체 내의 권리구제 메커니즘을 들을 수가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저는 특별히 할 말이 별로 없고, 국가기반의 구제/책임 중 비사법적인 구제/책임에 대해 한국의 상황을 생각하면서 몇 마디 적어보려고 합니다. 한국에서 비사법적인 구제 방법으로 떠오르는 것은 국가인권위 진정과 조사, OECD NCP를 통한 문제해결, 공정위 등 행정적인 제재 절차 등입니다.

한국에 있어서의 비사법적인 구제 절차의 효과성

OECD NCP는 인도 포스코와 우즈베키스탄 조폐공사/대우 인터내셔널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전혀 책임과 구제 절차로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 NCP도 그리 잘하고 있는 편은 아니지만, 한국 OECD NCP의 역기능성은 OECD NCP 제도 자체의 효과성에 대해 전세계적인 의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그 보수성은 차치하고서라도 그 관할이 매우 좁아서 기업과 인권과 관련한 인권 침해에 대해서는 기대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습니다. 기업에서 벌어지는 인권 침해 일반에 대해서는 조사권한이 없고 단지 차별에 대해서만 관할을 가지고 있습니다. 최근 관련 법이 개정되어 공기업의 경우에는 인권 침해 일반에 대해서까지 관할의 범위를 넓혔지만, 한국 기업의 인권 침해와 관련되서 가장 문제 되는 외국에서 한국 (공)기업에 의한 외국인에 대한 인권 침해에 대해서는 국가인권위원회가 관할이 없습니다. 기업의 인권 침해에 대한 행정적인 제대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최근 옥시싹싹 가습기 사망 사고와 관련해서 공정거래 위원회가 허위 광고를 이유로 과징금 등 행정제재를 한 것을 들 수 있습니다. 어업산업에서 이주선원들에 대한 한국 선주의 인권 침해가 2011년 부터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관련 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주들의 인권침해(임금 체불, 허위 계약서 제출, 여권 압수 등)에 대해 행정적인 제재는 거의 없거나 아주 약한 수준에 머물었습니다.

APR의 논의 범위 2: 심각한 인권 침해

책임과 구제 프로젝트는 또한 모든 인권침해가 아니라 심각한(severe) 인권침해에 대한 책임과 구제로 논의를 좁혔습니다. 그리고 심각한 인권침해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예시적인 나열을 하면서 설명을 했습니다(나열된 것을 보시려면 아래 컨설테이션을 위한 문서 4페이지 box를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예상했겠지만 이러한 태도를 두고 비판이 많았습니다. 컨설테이션에 참석한 미국 정부 대표는 심각한 인권 침해의 범위가 너무 넓다하면서 각 국가에서 그 범위를 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반박을 한 반면 시민사회 활동가들은 입을 모아 심각한 인권 침해의 의미가 모호하고 좁을 뿐 아니라 인권 간의 우위가 없고 인권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이념에도 부합하지 않다고 비판을 했습니다. 시민사회 활동가들의 비판이 이론적으로 맞지만, 저는 현실적인 측면에서 이 프로젝트가 심각한 인권침해로 좁혀서 논의를 하는 것이 부득이한 면이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Accountability and Remedy Project – Discussion paper for consultation.pdf

APR의 목적
더 이야기를 하기 전에 이 프로젝트의 목적에 대해서 제가 이해한 것을 말씀드리는 것이 겠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앞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2013년 각국의 기업에 대한 책임과 피해자 구제 절차를 조사해 보니 그 각국의 관련 절차들이 “균질하지 못하고, 예측가능하지 못하고, 비효과적이고, 허술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프로젝트를 통해서 하려는 것은 기업의 책임과 피해자의 구제를 증진 시키기 위해 국가들이 개선해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에 관한 권고를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이 권고가 담긴 보고서는 2016년 6월 유엔 인권 이사회에 보고가 될 텐데, 유엔 인권 이사회는 이 권고를 가지고 결국 유엔 회원국들이 기업으로 인한 인권 침해를 더 잘 구제하고, 인권 침해를 한 기업에 대해 더 효과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논의를 하겠죠(관련 결의가 나올 수도 있구요).
APR의 대강: 6개의 소주제
책임과 구제 프로젝트는 그 안에 6개의 소주제가 있습니다. 제가 이해한 용어로 옮기면 1. 기업의 책임과 피해자 구제 일반, 2. 국경을 넘는 사건에 있어서 관련 기업의 역할과 책임, 3. 민사 절차 접근에 있어서 재정적인 어려움 극복, 4. 민사구제에 있어서 모범 관행, 5. 형사제재에 있어서 모범 관행,  6. 형사 절차에 있어서 검찰의 역할 강화입니다. 이 6개의 작은 프로젝트 가운데 이번 컨설테이션에서 2와 6은 다루지 않았습니다. 이와 같은 오프라인 컨설테이션 이외에 온라인을 통해서도 의견을 받았는데, 2015년 12월 15일 까지 문서로 의견을 받는다고 합니다.
소주제1: APR 5가지 정책 목표

앞에서 APR안에 6개의 소주제가 있다고 했고 그 중에 첫번째가 기업의 책임과 피해자 구제 일반이라고 했는데, 여기서는 5가지 정책 목표를 세웠습니다. 이것 역시 제가 이해한대로 설명을 드리면, 1. 인권침해에 대해 기업이 법적인 책임을 져야한다는 것이고, 2. 이러한 기업의 법적인 책임은 제3자의 인권 침해에 연루되었을 때에도 져야 한다는 것이고, 3. 소위 기업 관계에 있는 자회사, 피용자, 간부, 하청기업 등에 의한 인권침해에도 (기업이 제대로 거버넌스/관리/감독을 못한 경우에는) 기업이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고, 4. 인권침해의 위험이 큰 특별한 상황에는 주의의무가 높아져서 기업의 법적인 책임도 높아져야 한다는 것이고, 5. 그렇지만 기업이 “인권침해를 확인하고, 예방하고, 줄이는 진정한 노력”(이것을 Due Diligence라고 보통 하지요)을 한 경우에는 법적인 책임을 면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APR의 정책 목표 중 2.3.4.에 관한 한국 기업 인권침해의 예

정책 목표 2인 제3자의 인권 침해에 연루된 기업의 예로는 우즈베키스탄 정부(많은 경우 국가가 여기서 말하는 제3자가 될 것입니다)에 의해 동원된 강제노동에 의한 산출된 목화를 가지고 가공을 해서 제품을 만드는 조폐공사나 대우인터내셔널을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정책 목표3인 기업 관계에 있는 자회사, 피용자, 간부, 하청기업 등에 의한 인권침해의 예로는 2014년 베트남에서 삼성에 의해 고용된 사설경비업체에 의한 노동자들에 대한 인권침해, 역시 2014년 캄보디아의 한국 섬유 공장 옆에 위치한 군부대 군인들에 의한 노동자들의 시위 무력 진압, 영국 기업인 렉킷 벤키저의 자회사인 옥시 레킷 벤키저 제품(가습기 살균제)에 의한 과실치사, 현대 중공업의 하청 기업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산재 사고, 특히 사망사고 등을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을 것입니다.  정책 목표 4인 인권침해의 위험이 큰 특별한 상황에는 주의의무가 높아져서 기업의 법적인 책임도 높아져야 한다는 것과 관련해서는 성분과 해악이 확인 되지 않는 화학제품을 사용하는 경우나 아동노동을 사용하게 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고 할 것인데, 구체적으로는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백혈병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고 할 것입니다.

APR 정책목표에 대한 평가

사실 APR의 정책목표(컨설테이션에서는 policy statements로 표현했는데 저는 여기서 정책 목표로 옮겼습니다)는 새로울 것이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컨설테이션을 하면서 몇 가지 점에 대해서는 열띤 논쟁이 있었습니다. 우선 정책 목표 3의 표현이 모호하다는 것입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을 하는데요. 원문이 corporate legal liability should reflect the need for, and are designed to encourage, good governance, sound management of subsidiaries and proper supervision of employees, officers and contractors이 되어 있는데 너무 조심스럽고 애둘러서 표현을 한거 같아서 얼핏 보면 뭘 말하려고 하는지 놓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정책 목표 4의 경우 특별한 상황에 ‘아동노동’이나 ‘유해물질’과 같은 것 뿐 아니라 거버넌스가 너무 열악하거나 무력분쟁 중인 국가도 포함되는지 여부가 불분명합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정책 목표 5입니다. 정책 목표 4는 특별한 상황에서 엄격한 책임을 기업이 지도록 하고 있는데, 그때 Due Diligence를 다 했는지 여부는 일반적인 상황과 비교해 어떻게 평가를 해야 하는가, Due Diligence를 형사절차와 민사절차에서 같은 수준으로 사용할 수 있는가, Due Diligence를 다했는지 여부는 주의의무의 정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 하는 것과 관련이 될 것이므로 잘못하면 주관적인 기준이 될 우려가 있지 않는가라는 문제가 제기되었습니다.

소주제 3: 민사법적인 구제에 접근하는데 있어서 재정적인 어려움 극복

앞에서 ARP 내에 6개의 소주제가 있다고 했는데, 그 가운데 책임과 구제 일반은 살펴봤고, 두번째로 논의한 것이 절차 접근과 재정적인 어려움이라는 소주제입니다. 꼭 이것이 민사 절차만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지만 형사절차와 관련해서는 검찰의 역량 강화와 관련된 주제가 있으니 민사적인 구제에 주로 관련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 부분은 논의가 많이 아쉬웠습니다. 너무 일반적인 내용에 그쳤고, 기업의 인권 침해 피해자가 민사소송으로 가는데 있어서 직면하고 있는 고유한 어려움을 대부분 놓쳤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정적인 어려움에 한정하지 말고 좀 더 포괄적으로 피해자들이 겪는 절차적인 어려움으로 넓혀야 하지 않는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주제 4: 민사적인 구제에 있어서 모범관행

세번째 ARP의 소주제는 민사법적인 구제에 관한 것입니다. 모범 관행으로 1. 정당한 보상 2. 재정적인 손해를 평가하는 투명하고 일관성 있고 명확한 방법, 3. 재정적인 보상 이외의 대안적인 구제 제공, 4. 보상의 공정하고 투명하고 비차별적인 분배를 들었습니다.

민사적인 구제와 관련된 논쟁

민사적인 구제와 관련해서 컨설테이션에서 나왔던 이야기들은 민사적인 구제에 있어서 합의를 통해 분쟁 해결도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비밀 합의에 의할 경우 대중에게 공개되어야  중요한 정보가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문제 역시 제기되었습니다. 또 참가자 중에는 인권침해에 대한 손해를 보험회사를 통해 보상을 하도록 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했는데, 다른 참가자는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보상금을 지급이 담보가 되는 보험회사가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선주민의 경우에는 피해자 개인을 위한 금전적인 보상 보다 집단적이고 상징적인 보상이 중요할 때가 있다고 하면서 금전적인 보상 이외의 다양한 구제방법이 고려되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한국 기업과 관련된 민사적인 구제의 문제들

사조오양이 외국인 선원들을 고용해 착취와 강제노동에 가까운 인권침해를 했지만 피해자들이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이나 체불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는데, 그 이유는 회사측에서 피해자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굉장히 낮은 금액으로 합의를 하고 민형사 소송을 포기한다는 약정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선원들이 사회,경제,심리적인 취약성을 이용해 합의를 한 것이어서 합의의 유효성에 대해 의문이 있지만 쉽게 다툴 수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따라서 기업의 인권 침해 사건의 경우 이렇게 이루어진 합의의 유효성에 대해 정당한 보상의 측면에서 진지하게 고려되어야 합니다. 예전에 미안마 슈에 가스와 관련해 대우인터내셔널의 인권 침해 피해자를 위해 국내에서 민사 소송을 제기하려고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 제기되었던 어려움이 크게 두가지 인데, 하나는 한국에서는 징벌적인 손해배상이 인정되지 않고 그렇다고 집단 소송도 할 수 없는데다가 손해배상을 산정할 때 미안마 임금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손해배상을 해도 기업에게 미치는 영향이 매우 작다는 것입니다. 둘째는 한국에서 소송을 하면서 피해자의 신분이 본국 정부에 드러나게 되면 안전이 위험하다는 점입니다. 이런 문제 뿐 아니라 전문적인 영역, 특히 삼성전자의 화학물질로 인한 백혈병 사망이나 옥시 레킷 벤키저의 가습기 살균제 사용으로 인한 사망의 경우에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위해 정보 접근이 어렵고 정보에 접근이 되더라도 전문적인 내용이라서 입증을 하기가 어렵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또 한국에서 노조 지도자들이 보복성 소송을 당해 겪는 어려움(이번에 인도 오리사 지역에서 포스코 반대 운동을 하는 프라신을 제네바에서 만났습니다. 2012년 방문 조사할 때 만났던 분입니다. 이 분은 지금까지 수십 건의 형사/민사 소송을 당했다고 합니다)처럼, 인권 침해 피해자가 민사적인 구제절차를 받으려고 할 때 손해배상 소송을 당하는 등 보복을 당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또 옥시 레킷 벤키저의 가습기 살균제 사용으로 인한 사망 사고의 경우 처럼, 법인격이 독립되어 있는 영국 모기업에 민사적인 책임을 묻기가 쉽지 않습니다.   

*2012년 인도 방문 조사 때 만나 집에 까지 초대를 받아 갔던 프라신씨를 이번에 다시 만났습니다.

소주제 5: 형사적인 제재의 모범 관행

국가들의 모범 관행으로 1. 형사적인 제재는 인해 기업이 관련 인권침해를 하지 않도록 억지 효과가 있을 정도가 되어야 한다. 2. 형사적인 제재는 합리적이고 일관성이 있어야 함다. 3. 형사절차 내에서 피해자가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4. 기업에 관한 형사 제재를 하는 판사 등이 일관되고 투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관련 가이던스가 있어야 한다. 5. 형사제재에 있어서도 기업의 Due Diligence가 적절히 고려되어야 한다는 것을 들었습니다.

형사적인 제재와 관련된 논쟁

컨설테이션 참석자들은 형사제재에 주로 벌금 부과가 이용되는데, 기업의 인권침해 억제를 고려할 때 영업허가 취소나 정지나 금융거래 제한과 같은 행정적인 제재도 사용되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또한 형사절차에 피해자가 참여하도록 하는 것의 중요성과 기업 뿐 아니라 기업의 대표 등에 대해 형사 책임을 묻는 것이 기업의 인권침해 억제에 있어서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했습니다. 또 제재의 방법으로 정기적으로 리포팅을 하도록 하거나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한 감사를 받도록 하자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한국상황과 기업에 대한 형사적인 제재

형법의 경우 한국인이 외국에서 형법을 위반한 경우에도 한국에서 처벌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형사적인 관할은 넓은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환경관련 법 등에서 주로 볼 수 있는 양벌규정이 없는 한 자연인이 아닌 기업은 범죄주체와 형벌주체가 될 수 없다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양벌규정이 있는 경우에도 기업 자체는 벌금형에 처해질 뿐이어서 얼마나 인권침해 억제의 효과가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 중에 하나는 기업의 인권 침해에 대해 검찰이 수사와 기소 자체에 소극적인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앞에서 언급한 사조오양의 인권침해 사건의 경우 임금을 지급하지 않도고 거짓으로 문서를 꾸며 뉴질랜드 당국에 제출한 명백한 증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에서는 불기소 처분을 내렸습니다(이후 미국 국무부의 인신매매 보고서에서 불기소 처분을 비판 하자 비로서 수사를 재개해서 기소를 하였습니다. 하지만 행위자에 대한 처벌은 매우 미미했습니다). 옥시 레킷 벤키저의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사망 사건의 경우에도 검찰은 기소 중지를 내렸습니다(최근 어떤 이유에서 인지 몰라도 다행이 검찰이 이와 관련된 수사를 재개 했습니다).

 마무리: 기업의 인권침해에 대한 책임과 구제에 있어 극복해야 하는 한계

ARP 컨설테이션에서 논의를 따라가면서 APR 자체가 피해자를 좀 더 염두에 두고 논의가 되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고, 한국의 경우 사법적인 구제와 관련해서 너무 많은 장애물과 한계가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집단 소송, 징벌적 배상, 피해자 신변 보호 프로그램, 정보 접근권, 입증책임의 전환 및 완화, 법인격의 부인. 이런 것들이 제도적으로 개선되어야 기업의 인권침해로 인한 피해자 구제가 증진 될 것입니다. 하지만 더 근본적으로 ARP의 정책목표 2와 3이 말하고 있는 기업의 책임을 한국에서 물을 수 있는지 의심이 들었습니다. 민사절차이든 형사절차이든 사법적인 절차로는 기업이 제3자의 인권침해에 연루가 된 경우 그에 대한 책임을 묻기 아주 힘든 구조이며, 기업 관계에 있는 하청회사/공급망 회사/자회사가 인권침해를 하는 경우 원청회사/모회사가 쉽게 책임을 질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러한 책임은 비사법적인 절차에서 인정이 되기 쉬운 것이 사실인데,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한국의 비사법적인 구제절차 시스템은 OECD NCP 이든 국가인권위원회 이든 기대할 만한 구석이 없으니 안타깝습니다.  더우기 인권 침해 피해자가 문제제기를 못하도록 보복 소송을 당하는 경우 법원이 나서서 거액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그 책임을 담보하기 위한 가압류까지 하는 상황이라면, 기업의 인권침해에 대해 유엔 이행 지침에 따라 피해자를 구제하고 기업에 책임을 묻기에는 갈길이 너무 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종철 변호사 작성)

최종수정일: 2022.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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