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NGO들의 해외 출장 장소중 제네바는 특별합니다. 제네바는 각종 국제기구가 모여있는 도시인 까닭에 다양한 국제회의 참가, 로비활동 등으로 출장 기회가 잦은 장소이기도 하면서, 한편 결코 저렴하지 않은 비싼 물가와 전세계에서 비슷한 시기에 몰려드는 회의참가자들로 인해 가격을 불문하고 숙소를 구하기도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닌 장소이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후원금으로 여행경비를 해결해야하는 NGO활동가들에게 숙소문제는 출장 때마다 골머리를 썩히는 문제입니다. 


난민, 구금된 이주자, 무국적자, 인신매매피해자, 해외 한국기업에 의한 인권침해 피하재를 옹호하는 후원으로 운영되는 공익변호사단체 어필은 올해 여름 UNHCR Ngo Consultation 참여로 출장을 갈 때 기막힌 묘수로 이를 해결했는데요. '자전거 캠핑'이 그 방법이었습니다. 만나는 참가자마다 "아! 너희들이 자전거를 한국에서 가져와 캠핑한다는 그 한국인들이구나!"라며 부러운 목소리를 냈던 그 방법. 


여러 활동가분들에게 정보제공차 '자전거와 함께 달리는 어필의 제네바 출장'이란 제목으로 (1)자전거, (2)캠핑(http://www.apil.or.kr/1631) 두 편의 포스팅을 게재합니다.




어필의 구성원들은 자전거를 사랑합니다. 자전거 타기는 화석연료를 쓰지 않아 자연에게 짐을 지우는 일이 없을 뿐 아니라, 팔다리를 움직이기보다 머리만 과도하게 사용하는 현대인들에게 땀 흘리는 것의 매력을 알려주고, 지나치게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아 삶의 리듬까지 조절해주거든요. 자전거 타기는 실제 그 자체로 후기 자본주의 사회가 만들어낸 일상의 틈을 벌리는 혁명성을 지닌다고 생각합니다. 어필의 변호사들은 출퇴근도 자전거로 달려보려 노력한답니다. 


'이처럼 애정하는 자전거를 아예 해외출장길에 가져가 보면 어떨까?' '숙소도 구하기 어려운데 아예 자전거를 갖고가서 캠핑장에서 캠핑하며 국제회의에 참석하면 어떨까? 이같은 상상을 실현으로 옮겨봤습니다. 더욱이 제네바는 전국 모든 도로에 자전거도로가 끊기는 법이 없다는 네덜란드 정도는 아니지만, 상당히 자전거 도로 환경이 잘 구축된 곳이잖아요. 여기까지 생각이 다다르자 어느새 스스로를 설득하며 최면을 걸고 있었습니다. "자전거 캠핑 외에 다른 출장방법은 생각할 수도 없어!" 어필의 김종철, 이일 변호사는 그렇게 주문을 외우고 있었습니다. 



자전거를 유럽까지 가져가기


이일 변호사는 개인자전거를 가져가고, 김종철 변호사는 제네바에서 자전거를 빌리기로 하였는데요(도착해보니 저렴한 가격에 빌릴 수 있는 공공시설이 있었습니다!). 


▲ 제네바 곳곳에 있는 자전거 대여소 


그런데, 평소에 타던 자전거를 유럽까지 과연 가져갈 수 있을까요? 네! 가져갈 수 있습니다. 이미 자전거를 애정하시는 많은 선각자들께서 실행에 옮기신 방법들인데요. 자전거를 가방에 포장한 후 공항에서 수하물로 부치면 됩니다. 


1단계, 자전거 포장하기


가장 중요한 단계는 아무래도 자전거를 포장하는 방법입니다. 여행이 아닌 업무상 출장을 위해서 짐을 꾸리다 보면 가져가야 하는 것들이 생각보다 많은데 자전거 캠핑을 하게 되면 아무래도 짐은 더 늘기 마련이죠.


옷가지와 세면도구, 업무용랩탑 등 전통적인 짐에서부터, 캠핑장 숙박을 위한 텐트와 같은 캠핑도구들도 추가되고, 거기에 자전거까지 더해지는 것을 고려하면 면밀하게 짐의 무게를 계산해야 합니다. 제 경우는 위탁 수하물이 23kg이고 튼튼한 자물쇠 포함 자전거 무게가 15kg 정도 되어서, 위탁 수하물로 자전거와 침낭, 텐트, 헬멧, 옷가지등을 넣어 23kg을 맞추어커다란 짐을 하나 만들고, 기내 수하물로 랩탑과 서류들이 든 가방을 어깨에 메고, 옷가지를 넣은 패니어를 어깨에 둘러메기로 하였습니다. 



▲ K항공사의 이코노미 국제선 수하물 기준표


자전거를 포장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통상적인 자전거의 경우 위탁수하물의 크기 제한 때문에 앞바퀴를 분리해서 포장해야하는데요. 접이식 자전거(folding)의 경우 인터넷 오픈마켓에서 '자전거 가방'으로 검색해서 산 2~3만원대의 가방으로 포장을 할 수 있습니다. 고가의 자전거의 경우 망가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전용 포장재나, 캠핑용 매트리스 등으로 둘러서 가방에 넣기도 하는데, 제 경우에는 인터넷에서 많은 분들이 이용하는 방법대로 '뽁뽁'이로 자전거를 둘러싸고, 침낭과 매트리스등으로 빈부분을 채워 충격을 완화시켰습니다. 그리고, 자전거 바퀴의 바람을 50%이상 빼는게 보통인데요. 항공기에서 자전거 튜브가 터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입니다. 


▲ 위탁수하물로 자전거를 포장한 모습



2단계, 자전거를 공항까지 가져가기


자전거를 비행기 시간 전에 인천국제공항까지 가져가는 방법도 미리 잘 생각을 해놓으셔야 합니다. 통상적인 자출과 달리 출장길에는 다른 짐들도 많아서 집에서 공항까지 자전거로 달리는 것은 어려울 경우가 많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공항철도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고, 공항까지 가는 버스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전자는 자전거 휴대탑승 가능 일시를 살피셔야 하는데요(접이식 자전거는 접을 경우 짐으로 분류되고 자전거가 아니기에 괜찮습니다). 후자는 운전기사분께 자전거라고 설명드리면 공항버스 짐칸에 잘 실어 주십니다. 


3단계, 공항에서 자전거를 위탁 수하물로 부치기


▲ 공항에 도착한 모습


공항까지 도착한 이후에는 비행기 티켓을 발권하면서 자전거를 위탁수하물로 부치면 되는데요. 항공사마다 다르지만, 제가 이용한 항공사는 자전거와 같은 위탁수하물의 경우 운송과정에서 파손이 되더라도 항공사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면책약관에 서명을 해야 실어주었습니다. 사실, 신경이 쓰이긴 했는데, 막상 왕복 여행을 해보니 포장만 잘 하면 자전거가 도중에 크게 파손될 염려는 별로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일단, 짐을 부치고 비행기에 탑승하고 나면 크게 신경쓸 것은 이제 없습니다. 그럼 암스테르담을 거쳐 제네바로 Go~Go!!


▲ 네덜란드 스키폴 공항에서 얼굴은 웃고 있으나, 

자전거가 망가지진 않았을까 신경쓰는 이일 변호사 

▲ 네덜란드 스키폴 공항에서 비행기 환승시, 제 자전거를 거칠게 던지는지 여부를 

조마조마하게 확인하고 있는 이일 변호사의 강렬한 시선


제네바 공항에 도착해서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자전거 수하물을 찾고 나서 조심스럽게 가방을 풀어보니 가방이 상당히 질긴 재질로 되어있었음에도 자전거 핸들부분이 가방을 뚫고 살짝 나와 있었습니다. 비행기 수하물을 상당히 험하게 다루기는 하나보다 하고 생각했는데요. 자전거를 꺼내보니 다행히 자전거 체인이 빠지고, 뒷쪽 바퀴가 충격으로 분리된 것 말고는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 제네바 공항에서 받아든 자전거 위탁수하물


▲ 제네바 공항에서 이동할 준비를 마치고



제네바에서 자전거 타기




▲ 제네바 UNHCR 본부 앞에서 김종철 변호사 이일 변호사와 


제네바는 한국과 비교하면 자전거 도로가 잘되어 있습니다. 대부분의 도로가 기존의 자동차 도로 한부분에 도색하여 만든 것이어서 넓지 않은 경우들도 있지만, 자동차 운전자들이 자전거와 공존하며 서로 배려하는 문화가 정착되어 있고, 워낙 많은 인구가 자전거를 이용하고 있어 도심에서 자전거를 타기가 전혀 어렵지 않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횡단보도에서 대기하고 있으면, 벤츠가 갑자기 딱 멈춰서서 웃는 얼굴로 손짓하며 지나가라고 하는(!) 뭐 그런 혁신적인 분위기입니다. 


▲ 도로마다 이어진 자전거 도로 표지 


대중교통 수단인 기차를 탑승할 때도 기차마다 자전거거치대가 있는 열차가 포함되어 있어 자전거를 항상 휴대승차할 수 있습니다. 전차의 경우는 접이식이 아닌 경우 제한되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제네바 공항역에서 시내 중심가인 꼬르나방(cornavin)역까지도 휴대승차가 되는 것은 물론, 용기를 내어 장거리 라이딩을 하더라도, 힘들면 언제든 기차를 타고 돌아올 수 있는 것도 장점입니다. 


▲ 기차의 자전거 거치대 1형


▲ 기차의 자전거 거치대 2형


제네바는 환경의 보호를 위해 교통체증을 기꺼이 감수한다는 시민들의 자치적 결정으로 호수를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설하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대중교통수단 중 하나로 시간을 잘 맞추면 탈 수 있는 제네바 호수를 가로지르는 노란색 셔틀 보트 Mouette(http://www.geneva.info/lake-boats/)가 있는데, 셔틀 보트도 '접이식 자전거'의 경우 접어서 짐형태로 만들 경우 휴대승차가 가능합니다.  


▲ Mouette의 경로 지도


▲ Mouette 선착장


▲ Mouette에 적재한 모습


그 다음엔 뭐가 남았죠? 이제 다했습니다. 실제로 자전거를 타는 것만 남았네요 :) 출장지에서도 안전하고, 재미있게 자전거를 타고 회의장과 캠핑장을 누비면 됩니다. 그 상쾌한 기분이 지금도 떠오르네요!





그럼, 곧 이어질 2부 포스팅 "(2) : 캠핑편"에서는 제네바에서 자전거를 들고 어떻게 캠핑장에서 숙박을 해결하였는지 자전거로 달리는 제네바의 풍경은 어땠는지를 아름다운 사진들과 함께 보여드리겠습니다. 기대해 주세요! :) 



(이일 변호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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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공익법센터 어필 AP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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