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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기운이 가득했던 11월 7일, 공익법센터 어필의 살롱드어필에서는 

임자헌 선생님을 모시고 "명랑하게 고전읽기"라는 제목 아래 

한문 고전을 재발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맹자나 대학, 중용...한문 고전에 대해선 관심도 있고 배워보고도 싶지만 

선뜻 다가가기가 쉽지 않았는데요. 

어필의 후원자이기도 하신 임자헌 선생님을 모시고, 

한문 고전에 대해 명랑하면서도 또한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참 색다르고 또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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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문 그리고 고전, 무작정 어려워 보이나요? 


임자헌 선생님의 강연은 먼저, 한문에 대한 장벽을 깨는 데부터 시작하였습니다. 한문하면 무작정 어려워만 보이고 이 글자가 저 글자 같고, 이 책이 저 책 같기도 해서 뭔가 끝이 없는 공부일 것만 같은데요. (저만 그런가요..)임자헌 선생님은 한문은 어찌되었건 언어이고, 언어는 창이라는 점을 강조하였습니다. 창을 통해서 바라보는 대상이 중요한 것이므로, 창에 집중하는 것은 비본질적인 접근 방법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한문이 가진 특수성이 있습니다. 한문에는 띄어쓰기도 없고, 외재적으로 정리된 문법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쉽게 익힐 수 있는 언어가 아님은 확실합니다. 하지만 그만큼 한문의 즐거움이 있는 것이, 글자의 모양 자체에 예술성이 있으며, 소리 글자가 아니라 뜻 글자이기에 뜻 글자의 특징을 이용한 말장난을 즐기거나, 형식미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 어려운 건 당연하지만, 익히면 호모 루덴스, 놀이하는 인간이 될 수 있는 글자이기도 한 것입니다. 



[사진1] 이래뵈도 알고보면 재미있는 책이에요



2. 사서삼경이란? 


한문고전의 대표격인 사서삼경은 논어, 맹자, 대학, 중용의 사서(四書)와 시경, 서경, 주역의 삼경(三)을 뜻하며 흔히 예기와 춘추를 더하여 사서오경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고등학교 윤리 시간에 외웠던 내용이죠. 그런데 임자헌 선생님은, 사서삼경의 내용을 보기 전에 이 경전이 등장한 시대의 배경을 살펴보아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맥락 없이는 그 텍스트를 살펴보고 그 의미에 관심을 가질 수가 없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중국의 역사를 잠시 살펴 봅니다. 


때는 제자백가가 출현하였던 550년, 춘추전국시대입니다. 이때의 제자백가(諸子百家)란 (백 명의 제자가 아니라..) 여러 스승과 수많은 학문의 계파입니다. 춘추전국시대는 주나라가 멸망한 이후, 진나라가 다시 전국을 통일하기 전까지의 250여 년을 가리킵니다. 극심한 혼란 가운데, 시대와 정치에 대한 답을 내놓기 위해 다양한 사상이 나타난 것입니다. 



[사진2] 중국의 지도를 보며 춘추전국시대의 역사를 짚어주시는 

임자헌 선생님(왼쪽)과 진행을 도와주고 있는 김세진 변호사(오른쪽)



제자백가에는 우리가 평소에 많이 들어본 공자, 맹자, 묵자, 노자, 양주, 손자 등의 사상이 포함됩니다. 겸애를 통해 서로 사랑하고, 이익을 교류하며 시스템을 정비하여 통일을 이룩하자는 가르침인 묵자, 평화로운 공동체를 이루자는 가르침의 노자, 이기주의를 옹호하며 극단적인 쾌락주의의 양상을 보였던 양주, 어떻게 전쟁의 시기에 효율적으로 전쟁을 수행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던 손자, 그리고 사서삼경의 사서에 들어가는 공자의 <논어>, 맹자의 <맹자>까지. 오늘날에는 읽기도 어렵고 이해도 쉽지 않을 것만 같은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임자헌 선생님은 결국 논어도 맹자도 정치서이고 통일에 목적을 둔 서적들임을, 정치에 관한 것들임을 설명하였습니다. 그리고 정치란 관계에 관한 것이라는 것도요. 다만 각 시대의 요청에 따라 이루어지기에 그 맥락을 살피는 것이 중요하고, 그 맥락의 이해 위에서 의미를 가진다는 것이지요. 



[사진3] 왜 한문 고전을 읽는 것이 중요한지, 열강하고 계신 임자헌 선생님.



3. 한문 고전을 읽는 일이 왜 중요한가? 


그런 역사적 맥락에서 탄생한 것이 사서삼경이라면, 그러한 한문 고전을 왜 읽어야 할까요? 임자헌 선생님은 오늘날 이른바 '마케팅 홀로코스트'의 시대를 살아가면서, 우리가 스스로를 지키고 방어하기 위해 이러한 저작들이 필요하다고 이야기 하였습니다. 바로 온고지신, 즉 옛것을 익히고 그것을 미루어서 새것을 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연세가 있으신 어른들은 '온고'에, 그리고 젊은 세대는 '지신'에 얽매여 온전한 '온고지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하였습니다. 사서삼경의 가르침을 강요하는 어른 세대의 주장은 유의미할 수 있으나, '온고'만 생각하여서는 새로워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젊은 세대의 '지신' 역시, 아무리 새로운 기술과 기계를 이용한다고 하여도 그것이 새로움을 답보하지는 않습니다. 새로운 것에 집중하지만 단편적이고 얕은 지식을 쌓을 뿐 전체 영역이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때문에 균형을 잃은 어른 세대와 젊은 세대 간의 '온고'와 '지신'이 서로 구원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임자헌 선생님의 주장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때 한문저작은 사회를 읽기 위해 과거에서 가져올 수 있는 풍성한 저작이라는 것입니다. 



[사진4] 열정적인 강연과 참가자들의 집중이 더해진, 11월의 불금! 



4. 대학의 3강령, 8조목 


사서(四書)에 속하는 대학(大學)은 '왜 우리는 인문학을 해야 하는가' 하는 주제를 다루는 책입니다. 임자헌 선생님은 대학의 근본도리로 꼽히는 '3강령과 8조목'에 대해서도 함께 설명해주셨습니다. 


먼저 3강령에는 명덕, 신민(친민), 그리고 지어지선이 있습니다. 첫째로 명덕(明德)은 '밝은 덕'을 뜻하는 것으로 하늘이 세상에 밝은 덕을 부여하여, 내 안에 선함이 있음을 의미합니다. 때문에 명명덕(), 즉 명덕을 드러냄을 통하여 '내 안의 선한 것'을 드러내어 먼지를 걷어내어야 한다는 것인데요. 이는 모든 일에 앞서 나를 향한 심리적 접근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둘째로 신민·친민(新民, 親民)은 '백성과 친하며, 백성을 새롭게 하며'를 뜻합니다. 이때의 백성은 타자이므로, 앞선 명명덕을 통해 밝게 한 힘으로 타자를 새롭게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강령인 지어지선(止於至善)은 지극한 선에 이르는 것으로, 매일 명덕하고 신민하여 일상적인 상태에 머무름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8조목은 격물(格物), 치지(致知), 성의(誠意), 정심(正心), 수신(修身), 제가(齊家), 치국(治國), 평천하(平天下)를 가리키는 것으로, 도리에 이르는 경로를 뜻합니다. 이는 개인의 차원에서 끝날 것이 아니라, 개인에서 시작하여 천하에 이르기까지 통합적인 시각을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5. 공부를 하는 것이란  


강의를 마무리하며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 Pay it Forward>라는 영화의 한 장면을 함께 보았습니다. 이 영화는 한 사람이 세 사람에게 선행을 베풀고, 그 선행을 입은 사람이 그것을 첫 번째 사람에게 갚는 것(pay back)이 아니라 다른 세 사람에게 선행을 베푸는 방식(pay forward)으로 변화되는 세상에 대해 이야기를 합니다. 영화에서 한 남자가 자살하려는 여인을 말리면서 이야기 합니다. '제 부탁 좀 들어주세요. 내 생명을 구해주세요.(do me a favor, save my life.)' 도움을 줌으로써 도움을 입는 삶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임자헌 선생님은 이 장면을 보면서 자신의 공부는 결국 다른 이에게 '내 생명을 구해주세요(save my life)'라고 이야기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사회의 혜택을 입는 것'이기 때문이며, 따라서 나중에 그 공부한 것으로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임 선생님에게 있어 그 공부란 과거를 배우는 것이며 활자를 현실로 일깨우는 것이기에, 한문에 권위의 옷을 입히기보다 '내 생명을 구해주세요'라고 이야기 하고 싶다고 하시며 오늘의 강의를 마무리 하셨습니다. 




[사진5]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켜주신 손님들과 함께 

김종철 변호사, 임자헌 선생님, 김세진 변호사, 김다애 연구원 




한문은 여전히 쉽지 않은 언어이지만, 과거의 풍성한 저작들을 오늘날로 가져오는 작업이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지, 또한 그러한 저작을 살펴보는 일은 그 자체로 값질 뿐 아니라 명랑한 일이라는 사실을 새삼스레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알차고 즐거운 강의로 함께 해주신 임자헌 선생님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 



+ 임자헌 선생님의 이야기가 더 궁금하신 분은 


- 올해 발간된 <맹랑 언니의 명랑 고전 탐닉> 단행본을 참고하시거나, 

(임자헌, <맹랑언니의 명랑 고전 탐닉>, 행성비, 2014)


- 한겨레신문에 기고하고 계신 칼럼도 있으며,     

( http://www.hani.co.kr/arti/SERIES/353/ )


- 또한 청어람ARMC에서 오는 12월 27일, 1월 3일 양 일에 걸쳐 

임자헌 선생님의 '맹자' 강의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참고: http://www.ichungeoram.com/7651 )



(8기 인턴 류수경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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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공익법센터 어필 AP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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