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 22, 어필에서는 국내어업에서의 외국인 선원 인신매매에 대한 현황 및 제언 보고서관련 회의가 열렸습니다. 어필의 한지엘 연구원, 정신영 변호사, 이일 변호사와 국제이주기구(IOM)의 장보람 변호사, 심륭 프로그램 개발 담당관이 참여했습니다. 이 날은 인신매매의 정의와 인신매매와 관련된 국제법적 체계 등을 면밀히 검토하기 위해 모이게 됐는데요<The International Law of Human Trafficking>(Anne T. Gallagher) 1~3장 발제와 미국의 TVPA 분석, 그리고 국내법에서의 인신매매 조항과 판례 분석이 이루어졌습니다.

 

인신매매에 대한 여러 가지 논의들로 풍부했던 회의를 잠시 엿볼까요?

                          

 

1. The International Law of Human Trafficking

 

           인신매매의 정의와 국제법 체계를 검토하기 위해 먼저 국제이주기구의 장보람 변호사와 어필의 한지엘 연구원이 갤러거 교수의 <The International Law of Human Trafficking> 1장부터 3장까지 요약해 발제했습니다.

 

           장보람 변호사가 발표한 1장에서는 2000년에 채택된 인신매매 의정서(The Trafficking Protocol)’에 대한 소개가 있었습니다. 이 프로토콜은 국제 조직 범죄에 대한 UN 협정을 보충하며 인신매매, 특히 여성과 아동에 대한 인신매매를 예방하며 제한하고 처벌하기 위해 채택되었습니다. 이 때 프로토콜에서 정의한 인신매매(Human Trafficking)란 다음과 같습니다.

 

 착취의 목적으로 협박, 강제, 납치, 사기, 기만, 힘의 남용, 매매, 취약성 이용, 통제권의 취득 등의 방법으로 인신을 고용, 이동, 이전, 은닉, 수령하는 것.

 

이 때 , ‘착취란 최소한 매춘 등의 성적 착취, 강제 노동 혹은 서비스, 노예제 혹은 그와 비슷한 상태, 장기 적출 등을 포함해야 한다. 

 

         장보람 변호사와 한지엘 연구원은 이러한 정의에 입각해 어업에서의 인신매매 피해자를 어떻게 특정해 인터뷰할 지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에 동의했습니다.

 

 

         2000년 프로토콜 채택 이후에는 이전과 비교해 인신매매의 정의 범위가 확대되었으며 많은 주요 국가들이 그 정의를 받아들였다는 데에 큰 의의가 있습니다. 하지만 국가들이 실제적으로 인신매매를 목적으로 하는 착취에 대해 어떤 의무도 가지지 않는다는 것과 국제법적 개념으로서 노동 착취이주노동자의 노동’, ‘인신매매이민자 밀입국사이의 관계 설정이 애매한 것이 이 프로토콜의 한계로 지적되기도 합니다. 갤러거는 이러한 개념적 중첩에 대해 실제 착취 행위가 일어나야만 인신매매로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착취의 목적만 존재한다면 인신매매가 될 수 있다고 언급하며 인신매매와 다른 개념들 사이의 경계를 좀 더 명확히 하고자 했습니다.

 

           인신매매라는 개념이 국제 법적 체계에서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를 다루는 2장에서는 인권법에서의 인신매매(Trafficking in Human Rights Law)’, ‘초국가적 형법에서의 인신매매(Trafficking in Transnational Criminal Law)’, ‘지역 단위 법적 협약(Regional Legal Agreements)’, 그리고 국제 법적 체계에서의 비조약적 측면(Nontreaty Aspects of the International Legal Framework)’의 네 파트로 나누어 인신매매와 관련된 각종 의정서와 협정을 검토했습니다.

 

           3장에는 인신매매와 관련한 여러 이슈들이 제시되었는데, 이에 대해서 한지엘 연구원이 발제하며 국내어업에서의 인신매매와 관련 지을 수 있는 3개의 이슈를 뽑아 보았습니다. 먼저 인신매매 피해자들의 자격에 따라서 그 권리와 책임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첫 번째 이슈로 뽑았습니다. 난민, 망명신청자, 이주근로자 등의 카테고리 중 어디로 분류되느냐가 이들의 추가적 권리와 보호를 결정짓는다는 것입니다. 피해자인 외국인들에게 어느 정도의 법적 보호와 권리를 보장할 것인지 여부가 이 이슈에서 큰 딜레마로 꼽힙니다. 두 번째 이슈는 이주 노동자로서의 인신매매 피해자와 관련된 것입니다. 인신매매 후의 착취를 노동으로 간주해야 할지에 대한 논란이 국제사회에서 발생하고 있는데요, 현재로는 인신매매 피해자들이 착취 현장에서 근로자로서의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적다는 데에 논점이 있습니다. 마지막 이슈로는 인신매매와 노예제를 뽑았습니다. 노예란 내가 다른 이에게 사물과 같이 완전한 법적 소유권의 대상이 된다는 것인데 갤러거는 전통적으로 인신매매와 연관되어 고려되었던 강제노동은 노예 제도와 구분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2. Trafficking Victims Protection Act와 미국의 인신매매 대응

 

           어필의 정신영 변호사는 국내어업에서의 인신매매와 관련해 참고할 수 있는 미국의 인신매매 피해자 보호 법(Trafficking Victims Protection Act; 이하 TVPA)에 대해 발제하며 논의를 이어갔습니다. TVPA는 인신매매 피해자를 보호하고 범법자를 처벌하기 위해 2000년 통과된 법입니다

 

회의 참여자들은 우선 정신영 변호사와 함께 TVPA Purpose and Findings 파트를 보며 법안을 대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TVPA의 제정 목적은 인신매매를 근절하고 범법자를 정당하고 효과적으로 처벌하며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함입니다. Findings에서는 TVPA가 근절하고자 하는 인신매매의 현황, 유입 대상, 강요의 수단, 인신매매에 포함되는 범죄, 피해자와 국내외 무역에 미치는 영향, 기존 국내외 법의 한계를 검토할 수 있었습니다. 인신매매는 현대판 노예제도로 매년 70만 명의 피해자가 발생하며, 특히 여성과 아동들이 그 피해자가 되고 있습니다.

 

 

 

들은 성 산업과 강제 노동에 주로 유입되는데 가난, 교육의 부재, 만연한 실업 상태, 차별, 출신국의 경제활동 기회 부족 등이 유입의 이유가 됩니다. 최근에는 인신매매가 큰 조직적 범위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인신매매와 동시에 이민법 위반, 납치, 노예화, 감금, 폭행, 사기 등 다른 위법 사항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심각한 형태의 인신매매는 성적 인신매매와 강제 노동 2가지로 정의할 수 있는데요, 그 정의에 수반되는 '강제성'은 물리적 강제성 뿐 아니라 위협과 법적 절차의 남용도 포함합니다. 또한 TVPA는 인신매매에 있어 '실제로' 착취 행위가 발생해야 한다는 점을 밝히고 있는데요, 이는 착취가 일어나지 않았어도 착취를 목적으로 했다는 증거만 있으면 충분하다는 인신매매 프로토콜과는 다른 점입니다. 


이렇게 정의 내린 인신매매에 대해 미국은 기소, 피해자 보호, 예방3가지 루트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먼저 기소 측면에서 살펴볼까요? 실제로 검사는 형사법에 기반해 인신매매 범법자들을 기소하게 됩니다. 채무노예, 비자발적 예속 등의 인신매매 관련 조항은 형법 77장의 Title 18에 존재하므로 여기에 기반해 기소를 하게 되겠죠? 또한 비자 관련 사기, 외국인에 대한 고용 계약 사기 등이 77장 뿐 아니라 다른 조항에 따로 규정되고 있습니다. 검사는 이러한 규정에 기반해 형사소송을 진행하게 되는데, 피해자는 형사 소송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민사소송도 시작할 수 있습니다.

 

 

 

보호 측면에서 TVPA는 해외 피해자와 국내 피해자를 구분해 보호 방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해외 피해자에 대해서는 이들이 정착하고 통합될 수 있도록 국가의 보호, 보조금의 지급, 시민단체들의 조력 등이 필요함을 피력하고 있습니다. 국내 피해자에 대해서는 피해자가 안전하게 체류하며 사건에 협조할 수 있도록 하고 있구요. T 비자를 마련해 심각한 형태의 인신매매 피해자에게 발급하거나 T 비자가 아니더라도 잠재적 증인으로 체류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합법적이고 안전한 국내 체류를 보장하려 하고 있습니다. 또한 사건이 진행되는 동안 피해자가 자신이 받은 피해에 대해 보상받을 수 있는 제도도 마련하고 있습니다.

 

또한 예방 차원에서 인신매매를 방지하기 위해 경제적 대안을 마련하기도 하며 빈곤 퇴치를 위한 노력, 교육의 기회 제공, 대중의 관심 고취 등을 위해 노력하기도 합니다. 외국 국경에 보호소를 마련하고 공무원들이 피해자들을 식별할 수 있는 교육의 기회를 제공해야 하며 미디어에 인신매매에 대해 알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기도 하지요.

 

3가지 차원의 접근으로 인신매매를 근절하고자 하는 TVPA. 그렇다면 이 TVPA가 외교 정책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요? 미국은 외교 정책적 측면에서 기구를 설립해 해외 국가의 실태에 대해 보고하고 블랙리스트에 올리는 활동을 합니다. 블랙리스트에 오를 경우 해외 원조에 제재를 가하거나 무역에서의 우호적 조건을 삭제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여러 가지 접근 방법으로 인신매매를 막고자 힘쓰는 미국의 사례를 우리 역시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데에 모두 동의했습니다.

 

 

 

3. 한국 형법 인신매매 조항과 판례 분석

 

           이어서 어필의 이일 변호사는 국내법의 차원에서 인신매매 관련 조항을 검토하고 판례를 분석했습니다. 대한민국은 팔레르모 의정서 비준 이후 형법의 약취, 유인 관련 조항에 인신매매 조항을 급하게 삽입했지만 의정서 내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이 조항의 실효성은 지속적으로 논란이 되어 왔습니다.

 

구체적으로 인신매매에 관한 형법 제289조의 문제점을 들여다보면, 가장 큰 문제는 이것입니다.

 

인신매매에 대한 자세한 정의 규정을 포함하지 않은 채  사람을 매매한 사람은 처벌한다라고 규정한 것

 

'매매"라는 단어에 갇혀서 말 그대로 사람을 팔고 사는 매매의 전통적 맥락에서만 생각하다 보니 신체에 대한 인계인수가 이루어졌는지 여부를 죄의 성립 조건으로 파악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단어의 의미에 얽매이게 되는 것은 현재 'Human Trafficking'이라는 단어를 '인신매매'라는 단어로 번역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사실 '인신매매'라는 용어는 '인신을 <매매>한다'라는 의미를 용어 상에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논의하는 'Human Trafficking'의 의미와 범위를 포괄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한국어에 달리 대체할 수 있는 용어가 없기 때문에 그대로 이 용어를 사용하며 단어 상의 '매매'라는 기준에 갇히게 되는 것이죠. 회의에서는 의정서 상의 인신매매 정의와 부합하는 새로운 용어가 필요하다는 데에 의견을 모았습니다. 여러분들이 생각하시기에 Human Trafficking의 의미 범위에 가장 부합하는 새로운 용어는 무엇이 있을까요?


 또한 현행법에는 사람의 취약한 지위를 남용하는 등의 수단을 사용한 경우에는 행위자가 의도한 착취에 동의하더라도 인신매매가 성립한다는 조항도 없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형법에 따른다면 신안 염전 노예 사건과 같이 의도한 착취에 대해 형식상으로라도 피해자의 동의가 있는 경우라면 기망이나 취약한 지위 남용 등의 방법으로 사람을 이동하는 등의 행위를 인신매매로 처벌할 수 없게 됩니다.

 

 

          

             참여자들은 이러한 한국 형법의 관점을 취하고 있는 관련 판례들을 이일 변호사와 함께 읽어보았는데요, 이 중에서 대법원까지 갔던 판례 하나를 검토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피고인 C 1,700만 원의 채무가 있던 피해자를 피고인 A로부터 인수하고 그 대가로 피해자의 채무인 1,700만원을 A에게 송금하였습니다. 1심 법원에서 변호인들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채무를 변제하며 같은 금액을 피해자에게 대여한 것일 뿐이라며 주장했으나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고등법원은 형법 상 인신매매에 대한 자세한 규정이 나와 있지 않기 때문에 구형법의 부녀매매죄의 법리를 가져와 판단해야 했으며 그 법리에 따라 피고인의 유죄 판결은 정당하다고 인정했습니다. 대법원 역시 유죄를 인정했습니다.

 

         비록 이 판례에서는 여러 법리를 가져와 피고인에 대해 유죄 판결이 나오기는 했지만 다른 사안에서는 유죄 판결이 나오기 힘든 것이 현실입니다. 특히 어업과 관련된 인신매매의 경우 피해자들의 동의가 존재하기 때문에 인신매매로서 인정 받는 데에 현행법이 제동을 걸 수 있습니다.

 

           현재 형법은 팔레르모 의정서의 내용과 취지를 반영하고 있지 못하며 인신매매 행위자들을 처벌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데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현행법을 이대로 유지한다면 신안 염전 노예 사건과 같이 의정서 상으로도, 상식적으로도 명백한 인신매매임에 불구하고 행위자를 처벌할 수 없는 사안이 계속해서 발생할 것입니다. 나아가 회의에서 궁극적으로 다루고자 하는 국내 어업에서의 외국인 선원 인신매매 사안에서도 처벌과 피해자 보호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국내 인신매매 관련 법 조항이 다시 검토될 필요성이 있습니다.

 

 

 

4. 마무리

          

           국내어업에서의 외국인 선원에 대한 인신매매 현황에 보고하고 제언하기 위해 마련된 이번 회의에서 참여자들은 인신매매의 정의와 관련된 국제법 체계, 미국의 TVPA, 그리고 국내법 체계를 검토하며 다시 한 번 인신매매 개념을 공고히 했습니다. 또한 법적인 체계로 인신매매 근절을 위해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를 고민하고 이를 어업에서의 인신매매 사안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열정이 넘쳤던 논의를 바탕으로 효과적인 제언을 담은 풍부한 보고서가 나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D

 

 

(8.5기 인턴 이가연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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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공익법센터 어필 AP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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