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법 시행이후 공항난민신청자에 대한 일종의 사전심사제도인 '회부심사'제도가 도입되었습니다. 명백히 이유 없는 난민신청임이 입증되지 않을 경우 원칙적으로 회부결정을 내리고 입국을 허가하여 난민인정심사(RSD)절차의 기회를 부여하라는 것이 입법취지였는데, 이같은 점이 간과된 채 '난민이 아닐 여지도 있다는 의심만으로 만연히 불회부결정이 남용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난민인정심사의 기회를 봉쇄하는 이러한 불회부결정은 국경에서의 거부(Rejection at the Border)로서 명백히 난민협약 제33조의 강제송환금지원칙에 위배되는 위법한 처분입니다. 


어필은 공항난민신청절차를 둘러싼 여러 논점(처분, 구금, 변호인접견등)들을 파헤치면서 난민들이 공항에서 강제로 송환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애써왔고, 이에 난민인정심사불회부결정을 취소하라며 소를 제기하여 1심에서 공항난민신청제도의 취지, 난민인정심사불회부결정의 처분성, 형식적 심사로만 제한되는 행정청의 재량등을 확인받는 선도적인 판결을 받아냈습니다(인천지방법원 2014구합30385). 



서울고등법원 2015. 1. 28. 선고 2014누52093 판결




출입국 당국은 선례적 사건의 성격을 감안하여 즉시 항소하였습니다. 항소에 대해 심리를 마친 후 서울고등법원 6행정부는 오늘 2015년 1월 28일 다시 원심의 내용을 확인하고 출입국당국의 항소를 기각하는 획기적인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1) 위 판결은 출입국항에서 하는 난민신청제도의 취지에 대해 원심의 전향적 판시를 모두 그대로 긍정한 후 다음과 같이 추가로 부기하였습니다.  


"출입국항에서의 난민인정신청에 대한 난민인정심사 회부 여부의 결정에 대해 이처럼 따로 규정한 취지는, 입국 전 신속한 절차 진행을 통해 자격 있는 신청자로 하여금 단시간 내에 난민신청자로서의 지위를 확보하도록 배려하는 한편, 명백하게 근거가 없거나 난민제도를 남용하는 신청을 미리 방지해 심사단계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데 있다."


"따라서 출입국항에서의 난민신청자에 대한 난민인정심사 불회부결정은, 간소한 심사 절차를 통해서도 난민법 시행령 제5조 제1항 각 호에서 정한 심사 불회부 사유에 해당함이 명백하게 드러나 신청자가 난민인정제도를 남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서 내려져야 할 것이고, 위 각 호의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 해 다소라도 의심의 여지가 있어 구체적인 판단이 필요한 경우에는 신청자를 난민법 제8조에 의한 난민인정심사에 회부해 위 법이 허용하는 절차적 보호하에 그 지위를 신중히 심사받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

 

(2) 또한, 외국인의 입국에 관한 사항은 국가의 안전 및 사회질서의 유지라는 공 익과 관련된 것이어서 광범위한 정책재량이 인정되기에 난민인정심사 불회부 결정에 있어서도 행정청의 재량이 폭넓게 인정돼야 한다는 피고의 주장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배척하였습니다.


"그러나 외국인의 입국에 관해 행정청에 광범위한 정책재량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1)난민법은 출입국 관리와는 상이한 정책목표 하에, 인권 보호 국가로서의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에 걸맞은 난민 규범 수립을 염두에 두고 제정됐다는 점, 2) 구체적이고 신중한 심사절차 없이 난민으로서 의 지위를 인정받을 권리를 미리 박탈하는 경우는 되도록 제한적으로 인정하는 것이 위 법의 취지에 부합한다는 점, 3) 법제사법위원회의 ‘난민 등의 지위와 처우에 관한 법률안 심사보고서(2011. 12.)’는 난민법 제6조의 입법 취지에 관해 ‘공항ᆞ항만 등에서 의 난민인정의 신청절차를 명문화함으로써 난민인정의 신청이 자의적인 행정에 의해 거부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하는 점, 4) 다른 입국사유를 내세워 국내 에 들어와 어느 정도 시일이 경과한 후 난민인정신청을 한 경우와 비교해, 입국 당시 부터 난민인정신청 의사를 밝힌 신청자에 대해 심사 과정에서 절차상 불리한 대우를 할 이유가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난민인정심사 회부여부 결정이 입국심사의 일부로 흡수된다거나 난민인정심사 불회부 결정에 있어 행정청의 재량의 폭이 외국인 입국에 관한 재량의 경우와 같다거나 이와 반드시 연계해석돼야 한다고 할 수 없다." 

 

(3) 이와 같은 전제하에서, 처분사유의 존부를 판단하며 '난민이 아닐 수 있다는 의심'만으로 불회부결정이 남용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명확히 하였습니다.


"피고는 원고의 난민인정 신청은 난민법 시행령 제5조 제1항 제3, 7호에서 정한 난민인정심사 불회부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본 난민법 및 출입국 항 난민인정신청제도의 취지 등에 비추어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살펴보면, 원고의 신청이 위 각 호의 사유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단순히 위 각 호의 요건에 해당 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정도의 판단만으로 신청자로부터 진정한 난민 지위의 존부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난민법 제6조의 규정 취지에 반한다. 따라서 원고를 난민인정심사에 회부하지 않기로 한 이 사건 처분에는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 법이 인정된다."



판결의 의미와 향후 제도설계 방향


위 판결은 공항난민신청제도의 운용방향과, 입법취지, 행정청의 재량의 한계등을 명확히 정리하였습니다. 비록, 그와 같은 근거를 도출함에 있어서 법률과 동일한 효력을 지닌 난민협약 제33조 강제송환금지원칙은 직접 원용하지 않고, 국내법인 난민법의 입법취지, 관계법령의 체계적 해석, 그리고 난민편람에만 기댄 것에는 약간의 아쉬움이 있으나, 현행 제도의 해석에 관해 벌어졌던 다툼을 종결짓고 실제 구체 사례에 대한 심사방법에 대한 논의로 추후 논의의 쟁점을 이동시켜주는 큰 의미가 있습니다. 


사실상 거의 유일한 출입국당국의 처분사유인 난민법 시행령 제5조 제7호의 '난민신청이 명백히 이유 없는 경우'는 특정 난민신청자의 주장이 형식상 난민협약 사유에 해당하기만 한다면 도무지 포섭할 수 없는 처분사유입니다. 설령 행정청이 일부 의심을 갖는다 하더라도 그 어떤 의심에 대해서도 반증가능성이 존재하기만 한다면 행정청은 결코 '명백성'에 이를 정도로 난민신청이 이유 없다는 고도(高度)의 증명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여태까지 지속되어 왔던 생사의 기로에 선 난민신청자들의 주장을 '아닐 여지가 높다'며, '내가 보기엔 틀림 없이 난민이 아니다'라며 甲의 입장에서 내리는 심사관의 위험한 실질적 심사관행은 중단되어야 합니다. 입법자는 심사관에게 그와 같은 재량권을 부여한 적이 결코 없었기 때문입니다.


어제도, 위법한 불회부결정을 다투려는 한 난민신청자가 소송대리인과의 접견약속을 잡았었음에도, 그 경위를 알 수 없게 송환되었습니다. 많은 난민신청자들이 심사기회를 부여받지 못하고 공항의 벽을 넘지 못하고 송환되고 있습니다. 그렇게 인간을 쉽게 돌려보내서는 안됩니다. 도대체 그런 중차대한 결정이 낳는 끔찍한 결과의 가능성에 대해 당국은 어떻게 책임을 질 것입니까. 이제, 제도운영의 혁신적 변화로 출입국당국이 답할 차례입니다. 


(이일 변호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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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공익법센터 어필 AP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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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강정수 2015.03.08 09: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하고 계십니다. 짝짝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