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의 문제는 먼 외국의 문제가 결코 아닙니다. 더욱이 국민의 권리도 아무도 보호하지 못하여 각자도생으로 생존해야하는 잔인한 한국사회에서, 외국인의 어떤 권리를 보호할 수 있겠냐는 일반의 고통스러운 질문들은 이미 국가의 경계속에 존재하여 가장 취약한 난민들의 설자리를 점차 잃어 버리게 하고 있습니다. 

최근 한국의 난민분야에서 가장 첨예하게 출입국관리 관점의 고려와 난민 강제송환금지에 대한 존중이 부딪히고 있는 영역인 공항 난민신청제도에는 여러 제도적 문제점이 있는데, 그 중  난민심사 기회를 주지 않겠다는 처분청의 결정이 문서로 교부되지 않고, 이유도 설명되지 않는 심각한 절차적 문제를 꼽을 수 있습니다. 

한국의 공항에 도착하여 난민신청을 할 경우, 일종의 사전심사제도(난민법 제6조)를 통과해야, 정식 난민인정심사 기회가 주어지고 입국할 수 있게 되는데요. 문제는 박해가 기다리고 있는 국적국으로의 송환의 위험을 피하고, 장기간 송환대기실 구금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여부가 결정되는 사전심사결과의 통지가 문서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즉, 난민신청을 한 후 심도있는 인터뷰를 거쳐 7일안에 고지되는 심사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난민들에게 이런 상황이 펼쳐집니다. 

공무원 : 당신 주장은 믿기 어려우니까 돌아가야 한다. 한국에서 살수 없다. 
난민 : 네? 왜요? 왜 안되는거지요? 어떤 부분이 안된다는건가요? 제가 이걸 어떻게 다툴수 있나요? 저는 돌아가면 고문당하거나 죽습니다.
공무원 : (...)

처분서가 없는 처분이란 실제로 행정절차법이 정착된 이후에 찾아보기 힘든데, 공항의 난민인정심사불회부결정의 경우 실제로 처분서를 주지 않아, 1)언제 불회부결정이 났는지, 2)왜 안되는지, 3)그 근거법조가 무엇인지, 4)불복할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습니다. 실제로 변호사로서도 소송으로 다투려고 하더라도 도대체 무슨 처분사유로 이렇게 했는지를 알 수 없고, 관련 자료도 소송 전단계에서 공개하지 않아 청구취지의 처분일자도, 처분사유의 부존재나 재량의 일탈남용 주장도 난민신청자의 이야기를 듣고 추측만으로 소를 제기할 수 밖에 없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주목할 만한 법원의 판단이 나왔습니다. 지난주 수요일(12일) 서울고등법원 제6행정부는, 인천지방법원에서 선고한 원심판단을 그대로 존중하되, 부가적으로 자세하게 이유를 설시하였습니다. 

서울고등법원은 첫번째 쟁점이었던 피고의 행정절차법 적용 배제주장에 관하여, 난민인정절차에 관한 것이라 하더라도 '일률적으로 배제'되는 것이 아니라 성질상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는 대법원판례의 판단을 원용한 인천지방법원의 판단은 그대로 승인하면서, 난민법 제6조의 취지에 대하여 설시하면서, 불회부결정을 받은 난민들이 강제송환될 우려 및 이를 방지하기 위한 절차적 보장의 필요성을 타당하게 언급하였습니다.


난민법 제5조는 대한민국 안에 있는 외국인으로서 난민인정 신청을 한 경우에 관하 여 규정하고 있는 반면, 제6조는 출입국항에서 난민인정 신청을 하는 경우에 관하여 별도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에 의하면 출입국항에서 난민인정 신청을 하는 경우에는 ‘난민 해당 여부’를 심사대상으로 하는 제5조와 달리 그 사전단계로서 ‘난민인정 심사 에 회부할지 여부’를 먼저 심사하게 된다. 그런데 난민법은 난민인정 신청에 대한 심사 가 진행 중인 사람 등만을 ‘난민신청자’로 규정하고 있으므로(제2조 제4호), 제6조에 기하여 출입국항에서 난민인정 신청을 하여 난민인정심사에 회부할지 여부에 관한 심사 가 진행 중인 신청자에 대해서는 난민법에 의한 난민신청자의 지위가 인정되지 않고, 이들은 난민인정심사 불회부결정을 받는 경우 난민법에서 정한 절차적 보호 하에 난민 인지 여부를 심사받을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국외로 송환될 처지에 놓일 수 있다.

그런데 이처럼 난민법 제6조에서 출입국항에서 난민인정 신청에 관하여 별도로 규 정하고 있는 것은 명백하게 근거가 없거나 난민제도를 남용하는 신청을 미리 방지해 심사 단계의 효율성을 높이는 한편, 자격 있는 신청자로 하여금 단시간 내에 난민신청 자로의 지위를 확보하도록 배려하고 출입국항에서의 난민인정 신청절차를 명문화함으로써 난민인정 신청이 자의적인 행정에 의해 거부되는 상황을 방지하고자 하는 데 그 취지가 있으므로 출입국항에서 난민인정 신청을 한 자에 대하여 난민인정심사 불회부 결정을 하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처분의 적법성 확보와 불복의 기회 보장 을 위해 처분 일자, 처분 사유 및 처분의 근거법령 등을 서면으로 제시하도록 하는 등 의 최소한의 절차적 보호는 보장될 필요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또한, 실무적으로도 불회부결정을 받은 난민들이 처분일자, 근거법령, 처분사유를 알기가 어려운 현실적인 취약성을 고려하여, 처분청이 이를 문서로 설명할 필요가 있음 역시 타당하게 언급하였습니다.

출입국항에서 난민인정 신청을 하고 대기하고 있는 외국인들로서는 타인의 조력 없이 구두로 고지받는 불회부결정의 내용과 이유를 이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고, 이들이 대한민국의 난민법령에 규정된 난민인정 심사 불회부 사유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알고 있을 것을 기대하기도 어려우므로 피고로 하여금 난민인정심사 불회부결정 및 그 근거와 이유제시를 문서로서 하도록 할 필요성은 현실적으로도 매우 크다고 보인다

마지막으로 피고의 행정절차법 적용배제를 할 수 있는 '신속한 처분의 필요성' 주장에 대해서도 7일의 심사기간은 실제로 행정청이 절차법적 의무를 잠탈해야할만큼 짧은 기간이 아니라고 명시하였습니다. 실제로 입국심사대에서의 단기간의 결정이 필요한 입국불허처분과 달리(유럽에서는 입국불허처분에 대해서도 처분서를 교부합니다), 신청서 작성 및 제출, 장시간의 인터뷰, 결재과정 및 통지가 필요한 7일의 기간동안 이뤄지는 불회부결정에 대해서는 그와 같은 예외를 인정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나 난민법 제6조 제3항은 법무부장관은 출입국항에서 난민인정 신청을 한 사람에 대하여 신청서가 제출된 날부터 인정심사 회부 여부를 7일 이내에 결정해야 하고, 만일 그 기간 안에 결정하지 못하면 그 신청자의 입국을 허가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는바, 7일이라는 기간의 제한이 처분 결과를 서면으로 교부하고 처분의 이유를 제시하도록 하는 등 행 정절차법에서 정한 절차적 보호를 배제할 필요성을 인정할 만큼 행정상의 부담을 초래 한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피고가 이 사건 처분을 함에 있어서 근거와 이유를 제시하여 문서로 처분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신속히 처리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다.

외국인, 난민에 대해서는 적법한 절차를 생략해도 된다는 당국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이번 판결은 출입국항 난민신청제도의 성격, 취지, 통지 내용에 관하여 유의미한 내용이 담겨 있으므로, 충분히 곱씹어 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이미 공항에 오랫동안 구금되어 대기하고 있는 난민들이, 정확히 자신의 난민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는지를 이해하지도 못한채 실낱같은 행운에만 기대어 소송에 임한다는 것은 결코 정의로운 절차보장이 아닐 것입니다. 이번 판결을 통하여 문서주의와 이유제시가 공항난민신청절차에도 행정실무상 시급히 도입되기를 촉구해봅니다.

(이일 변호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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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공익법센터 어필 AP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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