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기 인턴 정창대입니다 >


어필과의 인연


생각해보면 어필과의 만남은 저에게 있어서 정말 큰 터닝 포인트였던 것 같습니다어필을 처음 만난 건 2014년 기독법률가회 전국대회라는 모임에서였습니다어필에서 활동하는 변호사님들의 강연을 통해 난민인신매매구금된 이주민 등과 같은 다소 생소한 개념들을 접하였는데당시 어필이 무슨 단체인지 아는 것 하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거기서 그렇게 잠깐 들었던 내용들그리고 어필이라는 이름이 이상하게도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고 끊임없이 맴돌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2년이 지난 어느 초여름, 저는 그렇게 저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었던 어필에서 11.5.기 인턴으로 변호사님들과 일할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비록 2달이라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학부 시절 제가 무엇을 좇으며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지를 제시해 준 곳에서 새로이 배우고 또 일하는 나날들은 그 어떤 곳에서의 직장생활보다도 더 값진 경험으로 남아 있습니다.    


                        <시리아 난민 환영파티 준비 중, 아! 즐거워!>


연민의 시선을 벗어나 연대의 길을 발견하다

어필에서 인턴 생활을 하며 배운 점을 나열하자면 여기 후기에 다 실을 수 없을 정도이지만 ^^, 저는 그 중에서도 특별히 연민을 넘어 연대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방법을 배운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어필은 크게 난민, 인신매매피해자, 구금된 이주자, 무국적자, 해외한국기업에 의해 인권침해 당한 피해자 등을 대상으로 이들의 잃어버린 인권을 되찾아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어필에서 일하기 전까지는 그러한 사람들을 보고 안타깝다’, ‘불쌍하다하는 마음에 이들을 도와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비단 저 외에도 제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같은 사고 방식을 가지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어필에서 배운 점이 있다면 저들의 권리는 단순히 그들이 불쌍해서, 우리가 베풀 수 있는 위치에 있어서 시혜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한나 아렌트는 그녀의 저서 <혁명론>에서 프랑스 혁명이 연민의 정치(politics of pity) 노선을 따랐음을 지적하면서 이는 크게 불행한 자와 그렇지 않은 자, 혹은 고통받는 자와 그렇지 않은 자라는 이분법에 의해 유지된다고 얘기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연민과 구분되는 개념으로써 한나 아렌트는 연대(solidarity)라는 개념을 설명합니다. 연대는 연민과 달리 굳이 불행한 자와 그렇지 않은 자, 부자와 가난한 자를 나누어 어느 한 쪽을 더 못한 존재로 보지 않고, 대신 모두에게 똑같이 내재되어 있는 인간으로써의 존엄과 가치를 바라보게 합니다.

어필에서 활동을 하면서 이곳 한국 땅에서의 난민 및 이주민들에 대한 각종 정책들은 아직까지 연대보다는 연민의 정치에 기반해서 이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심지어 저 자신부터 그러한 관점에 너무도 익숙해져 있었지요) ‘내가 여유가 있을 때’ ‘내 관점에서 시혜적으로 행해지는 도움은 각종 외부 상황에 따라 그 기반이 너무도 쉽게 흔들리고 맙니다. 원래 그들이 우리와 같은 인간으로써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 것들, 그러나 그들의 국가 또는 기업에 의해 잠시 잃어버린 것들을 낯선 이국 땅에서 우리가 대신 요구해 주는 것일 뿐임을 어필에서의 활동을 통해 좀 더 깊이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 #올해 7월  # 폭염  #아스팔트  #느낌있는 비보잉  #성공적  >


무거운, 그러나 무겁지 않게


이렇게 어필을 짓밟힌 자들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정의의 사도처럼 그리긴 했지만, 사실 어필에서의 일은 너무나도 밝고 명랑한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졌습니다. 구금되거나 추방될 위험에 있는 사람들을 변호하는 일이라 막중한 부담감 또는 사명감에 시달릴 법도 하건만, 신기하게도 저는 어필 식구들이 스트레스를 받거나 낙담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습니다. 잦은 출장과 미팅, 변론 등으로 쉴새 없이 바쁜 와중에서도 병아리 인턴인 제가 뭔가를 얘기하려 하면 금새 귀 기울여 주시고 또 맞장구 쳐 주시는 어필의 변호사님들이 오늘도 그리울 따름입니다.     



         < 어필에서의 시간 감사해요! 인턴 마지막날 어필 식구들과 함께! >


                                           (11.5기 인턴 정창대 작성, 사진첨부 및 정리 전수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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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공익법센터 어필 AP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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