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기업과 인권 실무그룹에서는 제 35차 인권이사회를 앞둔 2017. 5. 24., 한국 방문 보고서를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 홈페이지에 공개하였습니다. 보고서가 발표되기 1년도 더 전부터 어필을 비롯한 시민사회에서는 한국에서 주목해야하는 기업과 인권 이슈들에 대해 실무그룹에 전달을 하였으며, 2016. 5. 실무그룹의 방한 시에는 시민사회 및 피해자 등과의 면담을 준비하는 등의 활동을 통해 한국 방문 보고서 작성에 기여를 하였습니다. 


이번 보고서는 한국의 기업과 인권의 중요한 현안들을 해결해나가는 데에 필요한 구체적인 권고들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계를 지니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기업인권 실태에 대해 포괄적으로 작성된 최초의 유엔 문서라는 점에서 주목이 필요합니다. 이에 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인터뷰로 재구성하여 전달해드립니다. 


어필 유엔 기업과인권 실무그룹에서 2016년 5월 23일부터 6월 1일까지 한국을 방문하셨었죠. 한국 방문의 목적과 방한 시 일정에 대해 간단히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유엔 기업과 인권 실무그룹ⓦ 기업과 인권 실무그룹은 “보호, 존중, 구제”를 기반으로 하는 유엔 기업과 인권 이행원칙이 잘 구현될 수 있도록 여러가지 활동을 하고 있는데요, 그 중 국가 방문 (country visit)을 통해 각국 정부, 기업 및 기타 이해관계자들의 노력을 진단하고 지원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 방문은 몽고, 가나, 미국, 아제르바이잔에 이어 5번째의 국가 방문이었습니다. 열흘 간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서울, 과천, 대전, 세종, 울산시를 방문하여 중앙 및 지방 정부, 공기업 및 민간 기업, 국회 관련자, 시민사회 및 노조와 피해자 단체 등 여러 이해관계자들과 면담을 진행하였습니다.



△ 실무그룹의 방한 공지 ⓒ 유엔 최고인권대표 아시아 지역사무소


 짧은 기간 동안 엄청난 일정을 소화하시느라 고생이 많으셨겠습니다. 하루종일 정부 및 기업과의 면담이 꽉 잡혀 있어서 시민사회, 노조, 피해자들과는 일과 시간 이후 혹은 주말에 만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을 하셔서 일정을 조정했었던 것이 기억이 나는데요, 기업과 인권과 관련하여 한국에서 받게 된 인상에 대해 간단히 소개를 해주실 수 있을까요? 


 저희가 만났던 정부 관료들과 공기업 및 대기업 관련자들은 유엔 기업과 인권 이행원칙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에 따른 의무 및 책임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유엔 기업과 인권 이행원칙이 법무부,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로 국한된 특정 정부 부서의 일이라고 오해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유엔 기업과 인권 이행원칙은 정부 전반에 걸쳐 일관성 있게 이행이 되어야 하는 원칙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한편 시민사회에서는 이행원칙에 대해 잘 이해를 하고 활발하게 활용을 하고 있었으며 이들의 도움으로 한국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여러 이슈들에 대해 접할 수 있었습니다. 


 방한 몇 달 전부터 한국의 기업과 인권 관련 이슈들에 대해 전달해달라고 요청을 하셨었죠. 여러 그룹들을 만나셨을텐데, 어떤 이슈들이 인상에 남으셨나요?


 유엔에서 이미 문제 제기가 되었던 문제로 가습기살균제 사건에서는 정부가 피해자 파악 및 보상계획을 부적절하게 시행하였다는 점과 기업이 부적절하게 대응을 하고 있다는 것을 전해 들었습니다. 또한 당진 석탄화력발전소 및 현대제철소의 운영으로 인하여 일어나는 환경오염 및 지역 주민들의 건강 악화에 대해서도 전해들었습니다. 


한편 노동자들에게 발생하는 문제들로 삼성전자와 엘지전자의 3차 공급업체에서 근무하던 노동자들이 메탄올 중독으로 시력을 잃고 뇌장애까지 앓게 된 사건, 삼성전자 반도체 및 LCD 디스플레이 공장 노동자들의 직업병 및 사망사건, 울산 현대중공업의 3, 4차 공급업체 노동자들의 산재사건 급증, 서울도시철도와 부산교통공사의 노동자들의 정신질환 및 자살 사건에 대해 전해들게 되었습니다. 현대자동차의 유성기업의 노조탄압에 대해서도 전해들었으나 현대자동차에서는 이러한 주장에 대해 전면으로 부인하였습니다. 


또한 한국 기업의 영향력이 국외에도 확대가 되면서 관련 이슈가 해외에서도 발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인도 포스코 제철소 건설로 인한 주민들의 강제이주, 한국조폐공사의 목화펄프 공급망 내에서 발생하는 우즈베키스탄의 아동노동과 강제노동, 포스코대우의 미얀마 가스전 개발로 인한 주민들의 강제이주 등에 대해 문제 제기가 되었습니다. 



△ 울산을 방문하였던 단테 페스케(Dante Pesce)와 마이클 아도(Michael Addo) ⓒ Wilson Melbostad

 정말 많은 이슈들에 대해 접하게 되셨을텐데요, 피해자와 이들을 돕는 시민단체 혹은 노조 뿐 아니라 기업과도 대화를 나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기업은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던가요? 이에 대해 기업과 인권의 관점에서 어떻게 평가하실 수 있을까요? 


 저희가 위 사례들에 대해 기업들과 대화를 나눈 후 깨닫게 된 점은 한국의 원청(lead companies)이 공급망을 적절하게 감독하지 못하고 있으며, 기업 활동과 연관된 인권 이슈에 대해 책임을 지려는 의지가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저희는 공급망이 해외를 포함한 하층으로 갈수록 인권침해의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울산 현대중공업 조선소의 하청업체 노동자들에게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는 산업재해입니다. “위험의 외주화”로 인하여 하청노동자들은 더욱 높은 위험에 처하게 되었으며, 실제로 최근 10년간 발생한 중대 산재사고 중 71%가 하청노동자들에게 발생하였습니다. 


유엔 기업과 인권 이행원칙 13은 기업이 “부정적인 영향에 기여하지(contribute) 않았더라도 사업 관계에서 운영, 생산 또는 서비스와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것으로 발생하는 인권 이슈에 대해서도 “예방하거나 완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기업의 인권존중 책임은 공급망 전반을 아우르는 것이기 때문에 기업은 사업 수행의 모든 부분에서 발생하는 부정적인 인권 이슈에 대해서 문제를 해결할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매우 중요한 점을 지적해주신 것 같습니다. 유엔 기업과 인권 이행원칙은 기업이 부정적 영향을 직접 발생시키거나 문제 발생에 “기여”하지 않았더라도 “사업 관계에서의 연관”이 있는 경우라면 예방하거나 완화를 위해 노력해야하는 의무가 있다는 것이지요. 한국 기업들에게는 생소할 수 있는 개념인데요?


 그렇습니다. 저희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한국 기업들은 공급망에서의 책임에 대해 대개의 경우 1차 협력업체에 원청의 행동강령을 전달하고 준수를 요구하는 정도에 국한된 것으로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일부 기업에서는 1차 협력업체 외의 공급망에 대한 감독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기도 하였고, 심지어 현대자동차는 직접 협력업체에서 발생한 인권침해 사안에 대해서도 관계가 없다고 하였습니다. 


또한 저희는 원청들이 하도급법 제18조에 명시된 부당한 경영간섭의 금지를 들며 1차 공급업체 이하의 공급업체에 대한 개입이 법으로 제한되었다고 이해를 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이 조항은 재화의 양과 관련하여 하청업체의 경영에 간섭하는 것을 제한하는 것이지 하청업체에서 발생하는 인권문제를 다루는 것을 제한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희는 오히려 원청이 안전보건 사안과 관련하여 공급망을 감독할 때에 적용할 수 있는 법적 기준을 정부에서 마련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공급망이 복잡하다는 것이 핑계가 될 수 없다는 점입니다. 기업은 심각한 인권 침해가 발생하고 있다면 이를 우선적으로 파악하고 해결하기 위한 메커니즘을 마련해야합니다. 그리고 원청은 하청 노동자들이 이러한 메커니즘에 접근할 수 있도록 자신들의 영향력을 사용해야 합니다.


 매우 중요한 점을 지적해주신 것 같습니다. 원청의 영향력을 공급망 내의 심각한 인권 침해에 대해 파악하고 대응하는 데에 사용해야한다는 점이 유엔 기업과 인권 이행원칙에 명시되고 있다는 것이지요?


 네. 이러한 문제는 기업들이 해외 활동을 하는 경우에도 발생하게 되는데요, 앞서 제기되었던 이슈들이 잘 보여주듯이 기업이 규제가 약한 국가에서 활동을 하는 경우에는 보다 심각한 인권 침해에 연루가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기업은 해외 사업 시 발생할 수 있는 인권 이슈들에 대해 각별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으며 한국 정부도 이러한 점에 대해 인지하고 지원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피해자들이 구제책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며 정부와 기업의 이러한 노력은 국익에도 부합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 정말 중요한 점을 지적해주신 것 같습니다. 원청은 공급망에서의 거리와 무관하게 공급업체에서 발생하는 심각한 인권 침해에 대해 의무가 있지만 한국 기업과 정부은 이러한 의무에 대해 잘 인지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지요. 한국에서의 기업과 인권 이슈에 있어서 또 어떤 점들에 주목을 하셨나요?


 한국의 수많은 공기업들의 역할에 대해 강조를 하고 싶습니다.  이행원칙 4는 국가가 경제주체로서 활동을 하며 발생시킬 수 있는 부정적인 인권 영향을 예방하고 시정하는 의무에 대해 강조하면서 공기업, 수출신용기관, 공적 투자보증기관 에서 제공하는 서비스 및 지원을 받는 기업에게 인권 실천 및 점검을 하도록 요구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준을 적용할 때  국민연금기금의 환경적, 사회적, 기업 지배구조적 실사의 공식적 실행체계의 부재, 한국수출입은행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의 인권에 대한 세이프가드의 부재, 공공조달 시 사회적, 환경적 요소를 포함한 비재무적 요소에 대한 미반영 등은 모두 문제가 되며 개선될 필요가 있습니다. 



△ 실무그룹 방한 전 관련 단체들이 모여 이슈에 대해 정리한 보고대회 ⓒ공익법센터 어필



ⓐ 그렇군요. 국민연금이나 공공조달에 관한 법은 최근에 관련 법들이 개정되어 환경적, 사회적 요소 등을 고려할 수 있게 되었지만 실질적으로 효과를 거두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점을 잘 짚어주신 것 같습니다. 정부와 기업 그리고 시민사회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이 계속해서 노력을 하는 것이 필요할 듯 한데요, 그 외에 또 강조하고 싶은 이슈가 있으신지요? 


 저희가 직접적으로 특정 이슈를 접하지는 않았지만 이주노동자들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취약한 환경에 놓여있어 인권 침해를 입을 위험이 크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여성들의 기업 고위직 진출비중이 심각하게 낮은 상황이지만 이에 대해 문제의식 조차 갖지 못하고 있는 기업의 관계자들을 만나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미 유엔의 여러 기구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 성별 임금 격차 및 고용상의 차별에 대해 해결할 것을 한국 정부에 권고한 바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고 앞으로 한국 정부가 이러한 권고에 귀를 기울이고 실제 이행을 할 것을 기대합니다. 성별 대표성에 대한 균형적 접근은 당위성을 넘어 기업의 이익에도 기여를 하게 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는데요, 때문에 저희는 기업에게도 양성평등을 위한 진지한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바입니다. 


ⓐ 이주노동자나 여성의 문제는 유엔의 다른 위원회에서도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가 되어왔던 이슈들인데요, 기업과 인권이라는 것이 어느 날 갑자기 생긴 새로운 인권 분야가 아니라 기존의 인권을 논의하면서 충분히 논의되지 못했지만 급속하게 영향력이 커져가는 기업이라는 주체에 대해 어떻게 인권 존중을 하도록 고민을 하는 분야라는 점을 새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기존에 존재하던 구제책으로는 불충분하다는 문제인식에서 만들어진 구제책들이 있는데요, 그 중에서도 특히 OECD 가이드라인 국내연락사무소 (NCP, National Contact Point)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야하지만 그동안 한국 NCP의 역할에 대해서는 아쉽다는 평가가 많이 있습니다. 실무그룹에서는 어떻게 평가하셨는지요? 


 유엔 기업과 인권 이행원칙과 맥락을 같이 하는 OECD 가이드라인을 통해 기업과 인권 문제를 해결하는 NCP의 역할에 대해 저희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NCP는 공정하게 운영되어야 하며 모든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어야만 합니다. 그러나 한국 NCP가  그동안 제기된 진정들을 기각시키고, 이해관계자들의 참여를 제한시키며, 이해관계자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희는 NCP의 독립성 및 역량을 발전시킬 필요성이 있으며 예산과 인력 또한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특히 한국  NCP에 대해 다자이해관계자들로 구성된 자문그룹을 구성하여 비판적 목소리를 수용할 것을 제안하며, NCP의 실질적 역할 강화를 위해 동료평가(peer review)에 참여하는 것이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 NCP 개선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제안을 해주셨네요. 한국 NCP가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기를 기대합니다. 


 한국에서 기업과 인권이라는 분야, 구체적으로는 유엔 기업과 인권 이행원칙이라는 것이 아직은 생소하겠지만 저희의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앞으로 한국 정부와 기업 그리고 시민사회와 이해관계자들이 보다 적극적이고 구체적으로 이행원칙을 구현해나갈 것을 기대하며 몇가지 권고사항들을 정리하였습니다. 


권고사항 읽기



ⓐ 실무그룹의 한국 방문 보고서의 완성이 저희에게는 한국의 기업과 인권 분야 활동을 보다 활발하게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보호, 존중, 구제 (protect, respect, remedy)라는 이 당연하고도 막연한 원칙들이 실제 우리 사회의 각 주체들에 대해 어떻게 구현이 되어야 하는지 누구도 답은 갖고 있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이번 보고서를 통해 적어도 오답은 명백해진 것 같습니다. 3차 하청업체에서 발생한 심각한 산업재해에 대해, 해외 원료 구매처에서 발생한 강제노동에 대해 원청(lead companies)들은 늘 “우리가 한게 아니니 책임이 없다”고 하였었지만 그것은 오답입니다. 아주 사소해 보이더라도 사업관계 (business relationship)가 있다면 공급망의 어디에서라도 반드시 인권 존중, 리스펙트의 의무가 있습니다. 실무그룹의 한국 방문 보고서는 앞으로의 답은 이것을 전제로 만들어나가야한다는 것을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습니다. 



한국방문보고서(영).pdf

유엔 기업과 인권 실무그룹 방한 보고서.hwp

(기업인권네트워크 비공식 번역본)


(정신영 변호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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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공익법센터 어필 AP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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