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거리며 짓다, 정의를 | 22년 7월] #29. 여름이었다 - 김보미 실무 수습 변호사

2022년 7월 6일

월요일 오전 9시 30분 안국역으로 향하는 3호선 지하철 안, “띠링”, ”삐-이”, ”띵동” 여기저기서 동시에 들리는 알림 소리에 놀라 휴대전화를 확인해보니 [오늘 11시 폭염경보, 최고 35도 이상 …] 더위를 주의하라는 안전안내문자가 와있습니다. 개나리와 진달래가 한참 예쁘게 피던 봄 어필에 왔는데, 이제는 점심시간 콩국수를 먹으며 해가 갈수록 더워지는 날씨와 환경 위기에 관해 이야기하는 여름이 되었습니다.

 

어필에서의 시간은 정말 쏜 살처럼 지나가고 있습니다. 5월 2일 첫 출근 이후 많은 사람을 만났고,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콩고민주공화국의 부패한 정치를 고발하기 위해 시민단체를 만들고, 부정선거를 막기 위해 전자 투표시스템이 본국에 도입되는 것을 반대하는 활동을 하던 열정적인 콩고민주공화국 청년들의 사연을 들었고, 부러지지 않는 곧고 굳은 신념으로 캄보디아의 독재자에 맞서 정당을 창당하고, 인생을 건 정치활동을 하는 캄보디아의 정치인을 만나며 마치 ‘일제강점기 시절 독립투사를 외국에서 만났다면 이런 느낌일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에서 한 방울의 진심도 빠뜨리지 않고 전달하면서 법적으로도 흠잡을 데 없는 의견서와 서면을 작성하고 싶다는 마음에 열심히 의견서와 서면을 썼습니다. 그런데 왜 어제 쓴 글을 오늘 보면 어제는 보이지 않던 오탈자를 발견하게 되고, 어제는 잘 썼다고 생각했던 부분도 마음에 들지 않는 걸까요? 오늘도 저는 글을 쓰고 지우고, 다시 또 쓰고 지우고를 반복합니다. 그래도 어제보다는 오늘의 내가 조금 더 나아졌겠지, 오늘보다 내일은 조금 더 잘 쓸 수 있겠지, 자신을 다독이며 다시 글을 써봅니다.

 

지난 6월에는 “난민협약 가입 30주년, 난민법 제정 10주년 국제학술대회”와 "난민 인권영화제" 등 다양한 외부 행사들이 있었습니다. 같은 지향점을 가졌지만 조금씩 다른 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 난민 인권 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새로운 접근 방식과 해결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여전히 아는 것 보다 모르는 게 훨씬 많은 병아리 변호사에게 이렇게 같은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선배들을 만나고, 여러가지를 배울 기회가 많다는 것은 참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어필에서의 시간은 하루하루가 흥미롭고, 순간순간 예상치 못한 감동이 있습니다. 사실 저는 오늘 아침 출근길 전철 안에서도 오늘은 또 어떤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길지, 어떤 멋진 분을 만나게 될지 기대하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했습니다. 아마 내일은 또 내일의 새로운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겠죠!? 언제나 2022년 여름을 떠올리면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여름이었다고 추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필의 후원자님들과 어필에 관심과 애정을 가져주는 모든 분들이 올 여름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지내시길 진심으로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

최종수정일: 2022.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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