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요약] 글로벌 공급망 내 강제노동 근절을 위한 국제적 해법과 한국의 제도개선 방안

2025년 7월 15일

글로벌 공급망 내 강제노동 근절을 위한 국제적 해법과 한국의 제도개선 방안

2025년 7월 4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

[기조연설]

오보카타 토모야(UN 현대노예제에 관한 특별보고관), “글로벌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강제노동과 이에 대한 효과적인 대책”

전 세계 공급망 내 약 5천만 명이 현대판 노예 상태에 놓여 있고, 그중 2천8백만 명이 강제 노동에, 2천3백만 명이 강제 및 조혼에 시달리며, 1억 3천8백만 명의 아동이 아동 노동에 처해 있다. 이러한 문제의 근본 원인으로 빈곤, 열악한 거버넌스, 인도주의적 위기, 그리고 소비국가의 값싼 상품 수요 등이 있고, 이주 노동자나 이재민 등 취약 계층이 특히 큰 영향을 받는다. 농업, 어업, 제조업 등 광범위한 분야, 특히 비공식 경제 부문에서 강제 노동 위험이 높다. 또한 국제법상 노예제(slavery), 계약 노역(servitude), 강제 노동, 아동 노동, 인신매매 등은 자유 박탈의 정도에 따라 위계적 관계를 가진다.

각국 정부는 가해자를 처벌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며, 강제 노동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고 노동자의 권리를 증진함으로써 문제를 예방할 의무가 있다. 기업들이 공급망 내 강제 노동 위험을 식별하고 완화하도록 장려 또는 강제하기 위해 다양한 조치들이 시행되고 있는데, 유엔 기업과 인권 이행원칙(UNGPs)에 기반한 인권 실사 의무(HRDD)가 대표적이다. 이는 비구속적인 국가 행동 계획부터 프랑스, 독일, 유럽연합의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CSDD)과 같은 의무적인 법률까지 다양하며, 한국도 관련 법안을 검토 중이다. 또한 미국 관세법 307조의 수입 금지 조치나 영국 공공조달법 2023에서 규정하는 공공 조달에서의 배제 등의 방안도 활용되나, 이는 추적 가능성의 문제와 많은 인력 및 자원을 요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정부와 기업이 효과적인 집행과 이해관계자 참여를 포함한 포괄적이고 체계적인 접근 방식을 채택할 것이 권고된다.

[제1부] 글로벌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강제노동 현황

사라 술레이만(Uyghur Rights Advocacy Project), “위구르 권리 옹호 프로젝트”

중국 정부가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위구르인들에게 가하는 강제 노동은 우발적인 사건이 아니라, 위구르인의 정체성을 말살하고 경제적 이득을 얻으려는 정치적 목적의 일환으로 행해지는 것이다. 시진핑 주석 집권 이후 강화된 이러한 정책은 많은 정부와 국제기구가 '제노사이드'로 인정하고 있다. 약 180만 명의 위구르인이 재교육 캠프에 구금되어 정치적 세뇌와 광범위한 학대, 그리고 강제 노동을 겪고 있고 그 외에도 일반적으로 삼엄한 감시와 제한된 자유 속에 살고 있다. 민간 부문의 착취와 달리, 국가가 강제하는 강제 노동은 훨씬 체계적이고 광범위하며 식별하기 어려우며, 특히 농업(예: 토마토 페이스트의 70%, 면화의 대부분이 해당 지역에서 생산됨) 및 제조업 등 세계 공급망에 깊이 연루되어 있다.

이러한 국가 주도 강제 노동을 가능하게 하는 주요 메커니즘은 세 가지이다. 첫째, '직업기술교육훈련센터(Xinjiang Vocational Education and Training Center)'와 같은 재교육 캠프로, 수감자들에게 이념적 재교육과 강제 노동을 강요하며, 이들을 캠프 인근 공장에 배치한다. 둘째, '노동 이전을 통한 빈곤 완화'로, 비구금 상태의 농촌 위구르인들을 경제 발전이라는 명목하에 전국 각지로 강제로 재배치한다. 2018년 6만 2천 명에서 2023년 350만 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셋째, 농촌 토지 사용권 이전으로, 위구르 농부들의 토지 권리를 박탈하고 이들을 국가 통제 노동 프로그램으로 편입시킨다. 이 모든 메커니즘은 중국 공산당의 핵심 기관인 신장생산건설병단(Xinjiang Production and Construction Corps)이 감독한다. 분산된 글로벌 공급망에서 원산지를 추적하기 어렵지만, 위구르 강제 노동으로 오염된 제품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의미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고조노 안주(Human Rights Now), “일본 시마노사(자전거 제조)의 강제노동 사례”

세계 3위의 수입국인 일본은 전 세계 강제 노동의 절반 이상이 집중된 아시아 지역으로부터 상당량의 제품을 수입하고 있어 강제 노동 노출 위험이 높다. 특히, 일본은 미국, 캐나다, 멕시코, 유럽연합 등 주요 경제국들과 달리 현재 강제 노동으로 생산된 제품의 수입을 금지하는 법규가 전무하다. 이러한 규제 공백은 다른 국가의 엄격한 규제로 인해 거부된 제품들이 일본에 ‘덤핑’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고, 이는 일본을 강제 노동에 기여하는 국가로 낙인 찍어 윤리적인 일본 기업들에게도 불공정한 경쟁을 야기할 수 있다. 발표에 따르면, G7 회원국이자 국제노동기구 협약 당사국으로서 그에 따른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의 현재 노력(국가 행동 계획, 경제산업성 TF 등)은 비효율적인 것으로 드러났으며, 기업의 인권 실사 의무 이행률도 16.4%에 불과하다.

일본의 선도적인 자전거 부품 제조업체인 시마노의 사례 연구는 이러한 체계적인 실패를 명확히 보여준다. 말레이시아에 있는 시마노의 한 협력업체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방글라데시와 네팔 출신 이주 노동자들과 관련하여 모집 수수료 기만을 통한 채무 노예, 신체적·언어적 학대, 통제된 숙소 및 여권 압류를 통한 이동 제한, 강제 사직 등 다수의 강제 노동 지표가 드러났다. 이 사건은 이주 노동자 송출국 및 수용국, 직접 고용주, 그리고 공급망 내 남용을 다룰 효과적인 법적 틀이 부족한 일본과 같은 수입국 등 다양한 주체에 걸친 다층적이고 체계적인 실패를 여실히 보여준다. 시마노가 부분적인 구제책을 제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여덟 개의 추가 협력업체에서 비윤리적 관행이 발견된 점은 이번 사례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함을 시사한다. 일본이 자체적으로 수입 금지 조치를 시행하여 국제 시장 영향력을 활용하고, 일본 기업들이 인권 실사 의무를 강화하도록 유도하며, 궁극적으로 수입 단계에서 강제 노동을 보다 효과적으로 퇴치할 필요가 있다.

김종철(공익법센터 어필), “대한민국 신안 염전 강제노동 사례 및 기타 강제노동 사례”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상품 중 강제 노동에 의해 생산된 것들이 많고 이에 대한 한국의 대응은 미흡하다. 2014년과 2021년, 전남 신안 염전에서 발달장애인을 상대로 한 강제 노동이 반복적으로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가해자는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피해자는 제대로 보호받지 못해 염전으로 돌아가거나 더 열악한 환경에 처하는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염전을 공급망으로 둔 기업들 또한 책임지지 않았고, 결국 2024년 4월 미국은 국내 최대 천일염 생산 기업인 태평염전에 대해 강제 노동 연루를 이유로 수입 금지 조치를 내렸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이를 단순한 임금 체불 사건으로 축소하고, 염전 인권 침해 조사를 축소·비공개하며, 피해자 지원보다는 기업 지원에 총력을 다하는 등 부적절한 대응을 보였다.

강제 노동 문제는 천일염에 국한되지 않는다. 2013년 우즈베키스탄에서 아동과 성인들이 목화 수확에 강제 동원되었고, 이 목화가 한국 기업의 섬유 및 지폐 생산에 사용되었으며, 당시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이러한 문제에 무관심했다. 또한, 한국 기업들은 위구르인 및 북한인 강제 노동과 연루된 중국 기업으로부터 생산된 수산물을 수입하여 국내 대형마트에서 판매하고 있다. 국내 수산업에서도 원양어선 이주 어선원들이 여권 압수, 최저임금 이하의 임금, 장시간 노동, 불법 모집 수수료 등으로 심각한 강제 노동에 시달리며, 이는 노동 시간 제한 부재 및 국적에 따른 차별적인 최저임금 등 법적 문제에서 기인한다. 태양광 패널의 핵심 부품인 폴리실리콘 역시 전 세계 공급량의 45%가 강제 노동 의혹을 받는 신장 위구르 자치구 내 중국 기업에서 나오며, 한국 업체들도 이를 수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아가 강제 노동은 상품 생산을 넘어 운송 및 유통 과정에서도 발생하는데, 2022년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정부의 업무 개시 명령에 대하여 국제노동기구는 결사의 자유 침해로 판단했으며, 이는 사실상 강제 노동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최근 기업의 인권·환경 실사 법안이 발의되었으나, 이는 국내 생산품에 대한 대응일 뿐이므로 강제 노동으로 수입되는 상품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 2023년 한국이 수입한 상품 중 강제 노동으로 생산되었을 가능성이 있는 상품의 가치가 총 2천억 달러에 달하는 만큼, 한국이 국외 강제 노동에 간접적으로 기여하는 것을 막기 위해 다른 국가들처럼 강제 노동 수입 금지법을 조속히 제정해야 한다.

안동규(한국ESG데이터원), “농수산 식품 산업 공급망에서의 인권실사 및 강제노동 사례”

농수산식품 산업은 시장이 광범위하고 가치사슬이 복잡하며 다양한 인권 취약 집단이 분포하고 영세 기업이 많다는 특성 때문에 인권 실사 제도화 과정에서 구체적인 이해와 적용에 어려움이 있다. 또한 실사 규제 체계가 원칙 기반으로 짜여 있어 유연성은 높으나, 구체적인 실사 방법을 제시하지 않아 가이드라인의 중요성이 크다.

지속가능경영을 도입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 결과는 실질적인 운영에 있어서 미흡한 부분이 많이 드러났다. 실사 정책 보유율은 높지만, 공급망 내 준수 정도는 약 50%에 불과했고, 리스크 식별 및 구제 처리 메커니즘의 실질적 운영 응답률은 30%대였다. 심층 면접에서는 국내 법적 근거 부재로 인해 기업들이 정책 공개를 부담스러워하고 실사 추진 동력이 부족하다는 점이 드러났으며, 오히려 규제 강화를 통한 지원을 바라는 목소리도 있었다. 대부분의 기업은 핵심 협력사 중심으로 체크리스트 방식을 활용하여 실사를 진행하고 있어, 실제 리스크가 높은 공급망의 양 끝단은 실사에서 배제되는 실무적 한계가 확인되었다.

식품 공급망의 경우, 곡물이나 대두와 같이 중개업자나 특정 기관이 공급망 데이터를 장악하고 있어 기업의 협상력이 제한적이라는 점이 특징적이다. 또한 김 공급망 사례에서는 외국인 근로자 간 정보 교환 활성화로 인한 무단 이탈 증가와 고용주의 관리 어려움이 주요 이슈로 제시되었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사건과 대응 조치가 결국 국제적인 성격을 띠므로, 국내 특수성을 고려한 정책 수립과 관리 지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특히 공공기관을 통한 공급망 실사의 제도 개선 가능성에 주목하며, 실효적인 인권 침해 예방을 위한 공공기관의 역할 확대가 중요하다.

이정로(해양수산부), “어업 관련 강제 노동 사례”

과거 외국인 선원들에게 과도한 송출료와 이탈 보증금이 부과되고, 고용주가 여권을 보관하는 등의 문제가 있었으나, 현재는 송출료 부담이 선사로 전환되고 불법적인 이탈 보증금이 확인될 경우 송출회사와의 계약 해지 및 운영 쿼터 제한 조치가 취해지고 있다. 여권의 경우 선내 공동 공간에 보관하고 선원들이 직접 열쇠를 관리하는 시스템이 도입되어 상당 부분 개선되었다.

휴식 시간 보장과 관련해서는 아직 전 세계적으로 어선 분야의 비준율이 낮고 어업 특성상 탄력적 운영의 필요성이 있지만, 현재 근로 시간을 체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식수 제공 문제도 개선되고 있으며, 국내 입항 시에는 노조, 정부, NGO 단체와 협력하여 현장 조사를 실시하고 SNS를 통한 신고 및 문의 채널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연근해 어선의 경우, 2026년부터 외국인 선원에게 국내 최저임금이 적용될 예정이며(2025년 95% 적용), 이탈 보증금은 각국 대사관과의 협의 등을 통해 점차 줄어들고 있다.

언급된 인권 침해 문제는 단순히 관행이 아니라 법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따라서 외국인 어선원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와 법적 근거 마련을 목적으로 현재 선원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는 앞으로도 국내 어업 활동에 참여하는 외국인 선원들의 인권 보장을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이다.

[제2부] 강제 노동 대응을 위한 해외의 수입금지 제도 소개

마티나 반더버그(Human Trafficking Legal Center), “미국의 강제노동 관련 수입금지 법제”

미국의 수입금지 조치는 성공적이었다고 평가되며, 특히 1930년 관세법 제307조가 2015년 허점 보완을 거쳐 효과적인 강제 노동 근절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이 법은 강제, 죄수 또는 계약 노동을 통해 전체 또는 부분적으로 생산된 상품이 미국으로 반입되는 것을 금지하며, 미국 관세국경보호청은 국제노동기구 지표를 바탕으로 수입 보류 명령(Withhold Release Orders)을 내린다. 또한 위구르 강제노동 방지법(UFLPA)은 신장 지역에서 오는 모든 상품이 강제 노동으로 생산되었다는 '반증 가능한 추정'을 부여하여, 2022년부터 2025년까지 16,201건, 36억 달러 상당의 선적이 차단되었다.

이러한 미국의 강제 노동 수입 금지 조치는 매우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상품이 세관에서 통과되지 못하면 기업들이 즉시 문제를 인식하게 되기 때문이다. 수입 보류 명령 및 이후 뒤따르는 조사에 기반한 최종 판단은 투명하게 공개되며, 이러한 집행 덕분에 6,200만 달러(최대 1억 달러 추정) 이상이 노동자들에게 반환되었다. 이 법은 전 세계 모든 국가에서 오는 상품에 적용되며, 실제로 한국산 천일염, 중국 및 인도네시아산 오징어 등에 대하여 수입 보류 명령이 내려진 바 있다. 여기서 주지해야 할 것은, 수입금지 조치가 없는 국가들이 미국에서 차단된 상품들의 '덤핑장'이 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강제 노동 근절을 위해 시민사회와 비정부 기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가령, 인신매매 법률 센터는 강제 노동 혐의를 제기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과 온라인 포털을 제공하고, 수많은 청원을 제기했으며, 전 세계 다른 NGO들의 청원 제출을 지원해왔다. 또한 탐사 저널리스트들의 보고서가 수입보류명령이 내려지는 결정적인 역할은 한 사례도 있다.

궁극적으로 수입금지 조치는 기업에 경제적 압력을 가하고, 시장 접근을 강제 노동 규제 준수와 연계함으로써 기업의 실사 의무 이행을 강제하고 책임성을 강화하는 효과적인 도구이다. 매년 약 200억 달러 상당의 강제 노동 위험 상품이 한국으로 수입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한국도 공급망을 정화하기 위해 강력한 수입 금지 조치를 채택할 필요가 있다.

클로이 베일리(European Center for Constitutional and Human Rights), “유럽연합의 강제노동 관련 수입금지 법제”

유럽연합의 강제 노동 규제(Forced Labour Regulation, FLR)는 2020년부터 입법 절차가 시작되어, 2024년 4월 유럽의회 승인 후 12월 발효되었고, 2027년 12월에 전면 시행된다. 이 규제는 중국의 국가 주도 강제 노동에 대한 우려와 시민사회의 강력한 요구에 힘입어 추진되었으며, 미국의 관세법 사례를 참고하여 노동자 중심의 수입 금지 조치를 목표로 삼았다.

EU FLR의 핵심은 강제 노동으로 생산된 제품의 EU 역내 수입 및 단일 시장 내 거래를 금지한다는 것이다. 이 규제는 모든 산업 분야의 모든 기업에 적용되어 범위가 매우 광범위하지만, 공급업체가 아닌 '제품' 자체에 초점을 맞춘다. 집행은 회원국 또는 유럽위원회가 담당하며, 위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예정이다. '실질적인 우려(substantiated concern)'라는 높은 증거 기준을 요구하는 예비 조사를 거쳐야 하며, 최종적으로 제품이 수입 금지되려면 '강제 노동으로 생산되었음'이 증명되어야 한다.

이 규제는 EU 기업의 강제 인권 실사를 의무화하는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CSDDD)과 상호 보완적이지만 별개의 메커니즘으로, FLR은 강제 노동이 발생했을 때의 '집행 도구'이며 CSDDD는 '예방적 의무'를 부과한다.

FLR과 관련하여 시민사회는 높은 증거 기준, 기업의 강력한 절차적 권리, 제품 금지 해제를 위한 노동자 '구제'가 아닌 '강제 노동 제거'만을 요구하는 점(노동자 중심 접근의 부재), 공급망 투명성 의무 부재(NGO의 추적 어려움), 그리고 국가 주도 강제 노동에 대한 명시적 고려 부족 등을 주요 문제점으로 지적한다.

사라 술레이만(Uyghur Rights Advocacy Project), “캐나다의 강제노동 관련 수입금지 법제”

캐나다는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에 따라 강제 노동 생산품 수입 금지 의무가 있고, 2021년 1월 신장 위구르 지역의 인권 침해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를 발표했다. 주요 조치로는 신장 관련 사업 자문 발행, 무역 위원 서비스 이용 기업 대상 신장 무결성 선언 양식 발행, 대중국 수출 허가 심사 강화 등이 있다. 2023년 5월 발효된 법안 S-211은 캐나다 기업 및 정부 기관이 공급망 내 강제 노동 및 아동 노동 위험을 예방하고 줄이기 위한 조치를 매년 공개적으로 보고할 것을 의무화한다. 캐나다의 기업 책임 옴부즈맨(CORE)은 해외 캐나다 기업을 감시 및 조사하는 독립 기관으로, 위구르 강제 노동 의혹에 대한 조사를 수행하여 인권 침해 사실을 확인하고 기업의 실사 미흡을 지적하는 등 시민사회에 중요한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나다의 강제 노동 대응에는 아직 미흡한 부분이 있다. 특히 수입 금지 조치가 약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크게 세 가지가 권고된다. 첫째, 신장 위구르 지역처럼 투명성이 낮은 곳에서 강제 노동으로 생산된 모든 상품에 대해 '반증 가능한 추정(rebuttable presumption)'을 도입하여 캐나다가 다른 국가에서 차단된 상품의 '덤핑장'이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둘째, 강제 노동이 연루되었다고 합리적으로 의심되는 기업, 공장, 농장 등을 공개하는 '위험 상품 또는 법인 목록'을 만들어 세관 직원의 효율적인 업무에 기여하는 한편, 기업이 고위험 공급업체를 회피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셋째, 기업의 책임성을 강화하여 위험 평가, 공급업체 감사, 하도급 투명성 등 구체적인 조치를 요구하고, 강제 노동 피해자들을 위한 실질적인 구제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이 외에, 캐나다의 대학 및 연금 계획이 위구르 집단학살 또는 강제 노동에 연루된 기업에 투자하지 않도록 하는 투자 철회 이니셔티브를 추진 중이며, 한 캐나다 대학의 경우 1억 1,500만 달러 이상이 관련 기업에 투자되어 있음을 밝혔다. 또한 시민사회 단체와의 지속적인 협의 및 협력도 중요하다. 시민사회 단체는 전문성(면화 및 동위원소 테스트 등), 대중 인식 제고, 공급망 투명성 지원(직접 기업과 협력하여 공급망 매핑, 위험 평가, 구제 계획 설계 등)을 통해 정부 기관이 얻기 어려운 정보를 제공하며 강제 노동 문제 해결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아키코 사토(일본변호사연합), “일본의 수입금지 제도 사례”

현재 일본에는 명시적인 수입 금지법이나 강제적 인권 실사 의무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기업들, 특히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 기업들은 이미 미국이나 유럽의 기존 또는 임박한 법령(예: 2021년 UNIQLO 관련 미국의 수입금지 조치)로부터 영향을 받고 있다. 일본 관세법 제69조 제11항(특정 제품 수입금지 조항)과 노동기준법 제5조(강제 노동 금지 조항)를 활용하여 강제 노동 생산품 수입 금지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이 제안되며, 지식재산권 침해 물품과 유사하게 전문가 검증 절차를 포함할 수도 있을 것이다.

효율적인 법 제정을 위해 필요한 것으로, 첫째, 정부 공무원들의 강제 노동 지표에 대한 역량 강화이다. 둘째, NGO, 노동조합, 인권 옹호자 및 전문가들과의 필수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셋째,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절차를 통해 법의 정당성과 관련된 이해관계자들의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넷째, 강제 노동 피해자들을 지원하고 빈곤 및 불평등과 같은 근본 원인을 해결하며 시스템 자체를 변화시키려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역내 유사한 입장의 국가들과의 협력이 효율성 유지를 위해 중요하다.

일본에 수입금지 법이 시행된다면, 이는 일본 기업들이 실질적인 인권 실사를 수행하도록 유도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의 장을 마련하며, 소비자 인식을 높여 기업들이 공정한 비즈니스 관계에 자원을 투자할 동기를 부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일본 국제협력단(JICA)과 같은 개발 협력 프로젝트와의 연계를 통해 강제 노동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고 지배구조 격차를 메우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제3부] 강제노동에 대응을 위한 한국의 법제 구축

류미경(민주노총), “자유무역협정과 강제노동수입금지법”

국제적으로 노동 기준을 무역과 연계하려는 시도는 WTO에서 실패했으나, 대신 한미 FTA, 한EU FTA 등 양자 및 지역 무역협정에서 국제노동기구의 '일터에서의 기본 원칙과 권리에 관한 선언(1998년 채택, 2022년 개정)'을 기준으로 삼아 강제 노동 철폐를 포함한 핵심 노동 기준 준수를 의무화하게 되었다.

한미 FTA와 한EU FTA는 강제 노동 철폐를 양 당사국의 의무로 규정하지만, 분쟁 해결 절차에는 차이가 있다. 한미 FTA는 의무 위반 시 무역 제재까지 이어질 수 있는 일반 분쟁 절차 회부가 가능하여 요건이 까다롭고, 이에 따라 현재까지 노동권 침해로 인한 무역 제재 사례는 없다. 반면 한EU FTA는 무역 제재로 이어지는 분쟁 절차는 없으나, 정부 간 협의와 전문가 패널을 통해 해결하도록 되어 있어 무역과의 직접적인 연관성 입증 없이도 국제 노동 기준 준수 의무를 강조할 수 있다. 실제로 한국은 한EU FTA 관련 EU의 문제 제기로 인해 2021년에 국제노동기구 강제 노동 협약 제29호를 비준한 바 있다. 한미 FTA나 한EU FTA와 달리 USMCA 등 일부 FTA는 강제 노동으로 생산된 상품의 수입 금지를 명시하고 있는 점을 고려했을 때, 한국의 맥락에서는 강제 노동 수입 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이 FTA로부터 직접적으로 도출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뿐만 아니라 한국의 고용허가제 등 이주 노동자 정책 및 법 제도가 사업장 변경 제한 등으로 인해 이주 노동자들을 강제 노동에 취약하게 만들 수 있다. 한국 FTA 상의 강제 노동 철폐 의무가 구속력 있는 의무이므로, 이를 효과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국제노동기구 감시 감독 기구의 판단을 적극 활용하여 한국 정부의 강제 노동 협약 불이행을 지속적으로 지적하고 개선 권고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김동현(희망법), “인권환경실사법과 수입금지 법제”

'지속 가능한 기업 활동을 위한 인권 및 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공급망실사법’)’의 법안은 과거 21대 국회 임기 종료로 폐기된 후 기업과 인권 네트워크 등의 노력으로 최근 다시 발의되었다. 이 법안은 상시 노동자 500명 이상 또는 연 매출 2천억 원 이상의 기업에 적용되며, 전쟁 범죄나 아동 노동 연루 또는 고위험 지역 활동 시 중소기업도 포함된다. 공급망 전체(직접 및 간접 공급자 포함)의 인권, 환경, 노동권 침해를 실사 범위로 삼으며, 기후변화 영향 및 분쟁 지역에 대한 강화된 실사 의무도 명시하고 있다.

법안에 따르면, 인권환경위원회라는 행정기관을 설치하여 시정명령, 행정조치 및 공적 금융 관련 제재를 부과하고, 시정명령 불이행 시 형사 처벌(최대 5년 징역, 5천만 원 벌금)이 가능하다. 실사 자체에 문제가 있을 경우 과태료가 부과되며, 피해자는 기업의 실사 실패 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고, 기업 활동과 피해 간의 개연성이 증명되면 기업이 실사 의무를 이행했음을 증명하는 것으로 증명책임이 전환된다. 이 법안은 EU의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CSDDD)과 달리 공급망 전체를 포괄하고, 고위험 지역 지정 및 경영진의 실사 주의 의무 규정 등 한국적 특성을 반영하고 있다.

강제 노동 문제에 있어 공급망 실사법안은 국제노동기구 협약 제29호 및 제182호 등을 인권 실사 기준으로 인정하고 공급망 매핑을 통해 강제 노동 식별을 시도할 수 있지만, 실사 의무 및 민사 책임만으로는 강제 노동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인 구제가 어렵다는 점에서 명확한 한계가 있다. 강제 노동은 구조적이고 초국경적인 특성을 가지므로, 단일 실사법만으로는 해결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수입 금지법, 형사 처벌, 피해자 중심 구제 제도 등 다층적이고 상호 보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공급망실사법은 조기 식별과 예방, 투명성 증진의 역할을 하며, 수입 금지법은 심각하거나 지속적인 강제 노동 제품에 대한 직접적인 시장 제재와 실사 정보 기반의 조사 개시 근거가 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공급망실사법과 수입 금지법은 서로 대체하는 것이 아닌, 예방과 처벌을 동시에 강화하여 기업의 의무 이행과 다국적 기업의 인권 침해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적인 상호 보완적 수단으로 기능해야 한다.

정신영(공익법센터 어필), “한국형 강제노동수입금지법 제안”

한국 근로기준법 제7조 및 선원법 제25조는 국제노동기구 협약 제29호의 강제 노동 정의와 유사하게 '자유 의사에 어긋나는 근로 강요 금지'를 명시하고 처벌 규정을 두고 있으나, 실제 적용은 매우 협소하게 이루어져 신안 염전 사건과 같은 중대한 강제 노동 사례에서도 해당 조항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거나 경미한 처벌에 그쳤다.

현재 한국의 수출입 관리는 대외무역법을 통해 주로 품목별·고시 중심으로 이루어지며, 정책적 목적의 '수출입 공고', 품질·안전 검사 위주의 '통합 공고', 국제 분쟁 지역 제재를 위한 '특별 조치' 등이 있다. 그러나 강제 노동은 특정 품목에 국한되지 않으며, 세관에서 수치로 측정하기 어렵고, 복잡한 공급망에서 추적하기가 매우 어려우므로, 이러한 기존 수단들은 강제 노동으로 생산된 물품에 적용하기 어렵다. 또한 대외무역법의 목적 자체가 무역 진흥에 있어 강제 노동 수입 금지 조치와 상충될 우려가 있다.

향후 강제 노동 수입 금지법이 제정된다면, 미국이나 유럽 사례처럼 제보나 리스크 기반 분석을 통한 조사 개시가 이루어져야 하며, 이때 조사 개시 기준은 너무 높지 않아야 한다. 법률에 국제노동기구의 강제 노동 정의와 지표를 명확히 반영하고, 여러 부처가 이를 의무적으로 활용하도록 해야 한다. 강제 노동이 확인된 경우 증명책임을 기업에게 전환해야 하며, 수입 금지 해제 조건으로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인 구제 조치가 이루어졌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기업 실사 의무와 상호 보완적으로 작동하여 고위험 제품군에 대한 특별 실사 의무가 연계되도록 해야 하며, 효과적인 집행을 위한 행정력 강화와 민관 협력이 필수적이다. 이 법안은 국제노동기구 협약 이행의 일환이며, WTO 위반 우려도 크지 않다고 판단된다.

박태성(국가인권위원회), “공공기관의 인권경영 및 조달 법제 등을 통한 강제노동 방지”

전 세계 GDP의 10~20%에 달하는 공공 조달 시장(한국 GDP의 약 10%, 1,600억 달러 규모)은 정부의 영향력을 활용하여 민간 기업들이 강제 노동 연루 상품을 유통하지 않도록 유도할 수 있다. 현재 한국의 조달 시장은 국가계약법과 지방계약법에 의해 규율되는데, 국가가 세금을 사용하여 조달하는 만큼 국가 또한 공급망 관점과 유사하게 참여 기업들의 인권 및 환경 영향을 점검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 조달 법제를 강화해야 한다.

조달 법제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첫째, OECD 가이드라인 및 EU CSDDD 등 국제 기준에 따라 조달 절차 전 단계에 인권, 노동권, 환경 등 책임 있는 기업 행동 항목을 포함해야 한다. 특히 입찰 단계에서 강제 노동 관련 형사 처벌 이력이 있는 기업의 참여를 제한하는 스크리닝이 필요하다. 둘째, 현재 인권 실사법과 연계되어 있지 않은 한국의 조달 법제를 프랑스나 독일처럼 기업 실사법과 연계하여, 실사 의무를 다하지 않거나 위반한 기업은 조달 시장 참여를 제한하도록 정비해야 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러한 관점에서 조달 법제가 인권적으로 부합하는지 점검하고 있으며, 올해 공공 조달 관련 실태 조사를 진행 중이다. 내년에는 이 결과를 바탕으로 국회나 정부에 관련 법제 개정 권고를 할 계획이다. 공공 조달 법제의 인권적 정비가 기업의 인권 침해 방지에 중요한 기여를 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김태우(산업통상자원부), “대외무역법 개정 방향”

대외무역법은 기본적으로 무역 진흥과 공정한 거래 질서 확립을 목적으로 하며, 최근에는 글로벌 불확실성 증가로 원산지 규정, 무역 구제, 무역 안보 등에도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무역 정책 수립 시 한국 수출의 중요성(세계 6위 규모),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 그리고 수출입 이해관계자들의 원활한 활동 지원 등 세 가지를 핵심적으로 고려한다. 구체적으로 강제 노동 제품 근절을 위한 법제의 경우, 해외 사례에서 관세법을 통한 규제나 특정 지역의 강제 노동 방지법 제정 형태로 나타나고 있음은 정부에서도 인지하고 있다. 다만 대외무역법은 기본적으로 무역 진흥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대외무역법 내에서 수출입 제한 및 금지에 관한 규정을 마련하는 데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현재 대외무역법에는 세 가지 주요 규정이 있다. 제5조 '특별 조치'는 천재지변, 국제 평화 및 안전 유지, 인간 생명·건강 등을 위해 수출입을 금지할 수 있는 조항이며, 국제 경제 제재 이행에 주로 활용된다. 제11조는 산업통상 정책 목적으로 수출입을 제한할 수 있으나, 현재 항공 관련 물품, 고래고기 등 매우 한정적인 품목에만 적용된다. 마지막으로 제12조의 '통합 공고'는 국민 생명·안전 관련 각 부처의 조치를 통합하여 고시하는 역할을 한다(예: 방사능 오염 수산물 규제). 이처럼 현재 대외무역법의 규정들이 품목별 제한이나 특정 재난 등 제한적인 상황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강제 노동으로 생산된 물품과 같이 생산 방식에 기반한 광범위한 수입 금지에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김희진 변호사 작성)

최종수정일: 2025.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