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제2회 전국이주인권대회: 모두를 위한 평등한 이주 정책을!!

2022년 8월 26일

8월 23일과 24일, 어필의 김보미 실무수습 변호사, 문찬영 인턴, 강재영 로스쿨 실무수습생은 국가인권위원회와 전국이주인권대회 추진위원회의 공동주최로 개최된 “제2회 전국이주인권대회:모두를 위한 평등한 이주 정책을!!”에 다녀왔습니다. 2019년에 열린 1회 대회 이후 3년 만에 개최된 행사였는데요, 전국의 수많은 이주인권 활동가들이 이틀에 걸쳐 나눈 수많은 토론과 소통의 내용을 전해드립니다.

8월 23일, 대회의 시작

강서구 엑스퍼트 연수원에서 열린 제2회 전국이주인권대회 첫날, 아침 10시부터 밤 9시까지 이어지는 강행군에도 불구하고 전국 각지에서 150여 명이 넘는 활동가들이 모였습니다. 반가운 얼굴과는 근황을 나누고 새로운 얼굴과는 인사를 나누며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시작한 행사는, 전국 각지에서 사는 이주민들의 목소리가 담긴 영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여는 마당: 이주민 커뮤니티 영상 “우리의 목소리”

한 시간 정도 이어진 영상에서는 공동체를 꾸려 생활하고 있는 이주민들이 직접 출연하여 본인들의 이야기를 전하였습니다. 자신들의 커뮤니티에 대한 간략한 소개로 이어진 각 영상은 다양한 출신지와 거주지만큼이나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었지만, 몇몇 이야기들은 공통되어 있었습니다. ‘코로나 기간의 가중된 고통’은 대부분의 이주민이 전하는 고통이었습니다. 무료 백신을 제공한 정부에 대해 감사함을 표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이주민에게 마스크 및 의료시설에 대한 접근성은 더욱 낮아졌으며, 병원 접수 및 치료 거부는 일상적이었고, 온라인 수업을 들어야 하는 아이들의 교육 수준은 악화되고 있었습니다.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달라’, ‘공평하고 평등하게 대해달라’는 이야기 역시 대부분의 이주민들이 전하고 있었습니다.

한편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당사자로서의 권리를 힘차게 외치는 인상적인 목소리들도 전해졌습니다. ‘난민문제, 불법체류문제 해결’이나 ‘법적 지위 보장’, ‘사회적 보장’ 등 구체적인 권리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컸으며, 무엇보다도 ‘이주민 당사자로서의 능동적인 사회 참여’에 대한 요구는 이주민들의 목소리가 직접 울려 퍼지고 있는 이주인권대회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었습니다. 대부분의 영상이 활동가들에 대한 감사의 인사로 마무리되는 모습에서는 지속적인 연대의 힘을 느낄 수도 있었습니다.

개회식 및 전체 토의

점심 식사 후 개회식이 열렸고, 곧바로 전체토의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번 대회의 핵심 목표가 새 정부의 제4차 외국인정책기본계획(2023~2027년)에 대한 대응 전략을 모색하는 것이었기에, 정부의 새로운 계획을 개략적으로 설명하고 관련하여 제언하는 발표로 토의가 시작되었습니다. 이후 ‘경제위기와 이주민의 권리’, ‘다변화되는 노동 속 이주민의 노동권’, ‘한국의 이주정책과 강제노동, 인신매매’, ‘이주민 당사자 역량 강화와 이주민 단체활동’, ‘일본 이주민 정책 동향’을 주제로 하는 발표가 이어졌습니다. 이주민의 권리 및 노동권과 관련하여 차별적 대우 및 임금체불과 노동착취, 고용허가제 및 계절근로자 제도의 폐해에 대한 이야기가 집중적으로 다루어졌습니다. 한편 강제노동 및 인신매매 문제에 대해서는 일부 국제 협약만 비준한 상태로 법적 공백을 방치하고 있는 정부의 태도에 대한 비판과, 저임금 및 열악한 노동조건을 유지하고 이주노동자를 강제노동에 동원하게끔 만드는 한국의 이주노동정책 기조에 대한 비판이 이루어졌습니다. 이러한 열악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지역사회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당사자인 활동가의 이야기에서는 희망을 볼 수 있었으며, 일본의 이주노동자정책 동향 발표를 통해서는 한국의 이민청 설립 추진 등 한국의 현실을 떠올리며 비교법적으로 숙고해볼 수 있었습니다.


조별 토론

8월 23일 오후에 진행된 조별 토론에서는 분야별로 [이주노동, 이주여성, 이주아동, 외국인보호소·미등록이주민, 난민] 5개의 조를 나누어 각 분야 이슈에 대한 심화 토론을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모든 분야의 토론 주제가 흥미로워 보였지만 가장 관심 있는 주제인 “난민” 조를 선택했습니다. 난민 분야의 토론 주제는 “난민인권옹호활동의 경과와 현재의 모습 및 과제”였습니다. ‘공익법센터 어필’의 이일 변호사님, ‘난민인권센터’의 김연주 변호사님, ‘화우공익재단’의 이현서 변호사님이 발제를 맡아 주셨습니다.

한국 난민인권옹호활동의 역사적 경과를 살펴보며 1992년 난민협약이 비준되고, 2011년 난민법이 제정되었던 것은 한국 정부의 난민 보호 정책 의지 때문이라기보다는 ‘난민’이라는 주제를 한국 정부의 위상 제고를 위해 활용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점, 글로벌 거버넌스의 부재 속에서 환경이 먼저 조성되었다는 점에 대하여 이야기했습니다. 국제사회의 비난을 피하고자 난민법을 제정하고, 국내 혐오 여론이 들끓을 때는 난민법을 개정한다고 하는 것에서 난민을 구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정부를 구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는 문장에 많은 참여자가 공감하였습니다. 정부는 시리아 난민은 보충적 보호 형태로, 미얀마 난민은 특별체류조치(G-1-99)로, 아프가니스탄 난민은 특별기여자라는 이름으로 난민 보호에 관한 적극적 역할이 요구되는 경우에도 매번 최소한의 방법으로 위기만 타개하려고 했다는 점에 대하여 비판하며 정부의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또한 한국 난민인권옹호활동에 대하여 이야기하며 지금까지의 국내 난민인권옹호 단체 활동 역사와 활동 성과를 되돌아보았고, 활동의 한계와 해결해야 할 과제에 대하여 이야기했습니다. 난민인권옹호활동의 과거와 현재를 이야기하며 우리가 함께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하여 고민하고, 진지하게 대화할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톡투유: 활동가 당신과 함께

조별 토론을 마치고, 조별로 토론한 내용을 다른 조들에게 공유하는 시간을 보낸 뒤, “톡투유" 프로그램이 진행되었습니다. 편안한 분위기 속, 서로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다양한 이주인권 단체의 활동가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세부적인 활동의 모습은 다르지만 “이주인권”을 옹호하겠다는 공통적인 목표를 가진 활동가들이 활동하며 느끼는 고충과 서로에게 힘이 되어 줄 수 있는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었습니다. 단체의 재정적 한계나 인력이 부족하여 겪는 어려움, 단체는 이주민 당사자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활동을 하지만 정작 활동가들은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해치며 일을 한다는 고민 등을 토로하며 많은 활동가들이 공감하였습니다. 힘이 되어 주던 한 마디를 나누며 한 활동가는 이주민 당사자분이 건넨 “돈은 못 벌었어도, 사람을 벌었잖아요”라는 말을 공유하며 눈시울을 적시셨고, 다른 활동가들도 함께해온 이주민 당사자들과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며 같이 울고,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를 건네며 마음을 다독였습니다.

이주인권 분야에서 일하는 활동가로서 많은 것을 배운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난민 여자아이가 겪게 되는 인권 문제는 “난민”, “여성”, “아동”인권이 상호교차하기에 “여성”인권 분야에서 활동하는 단체의 도움이 필요하기도 하고 “아동”의 권리를 위해 활동하는 단체와 협력을 해야 하기도 합니다. 한 단체가 완벽하게 모든 문제를 아우르는 것은 불가능하고, 인력과 전문성의 한계가 있기에 이주 인권 단체의 활동가들이 이렇게 서로의 활동을 공유하고, 문제점과 해결방안을 함께 공유하는 시간을 보낸 것이 정말 든든했고, 앞으로 활동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8월 24일 분과별 토론

8월 24일, 전국이주인권대회의 두 번째 날이자 마지막 날이 밝았습니다. 프로그램의 시작은 분과별 토론으로, 미등록 이주민 체류권, 이주여성 현장단체 네트워크, 외국인 밀집지역 교육권과 사회통합, 이주민 통번역 시스템, 공존교육을 통한 다문화사회 인식개선, 이주민 정신건강권, 그리고 외국인보호소/교정시설 내 성소수자/HIV 감염인 인권 등 총 7개의 엄선된 주제로 토론이 개별 장소에서 열렸습니다.

‘이주민과 난민의 정신건강권 및 트라우마' 주제의 분과토론은 아시아평화를향한이주MAP의 김영아 대표님의 사회로 진행이 되었습니다. 첫 번째 발제는 ‘이주노동자 자살예방사업을 중심으로 본 이주민의 정신건강 대응'이라는 제목으로 희망의친구들 이애란 사무처장님께서 맡아주셨는데요, 이주노동자의 정신건강 및 자살 취약성에 대한 정황과, 이에 대응하기 위한 자살예방사업 및 역량 강화에 대한 필요성을 설명해주셨습니다. 2020년과 2022년에 실시된 이주노동자 정신건강실태조사에 따르면, 우울 상태에 있는 이주노동자들은 상대적으로 고도 우울 상태인 비율이 높으며, 자살 고위험군을 발굴하고 이에 대한 서비스 개발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이러한 정황에 비추어 유관기관 간의 네트워킹, 상담실무 역량 강화, 그리고 교육 등을 통한 이주민 자살예방사업의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는 발제였습니다.

두 번째 발제는 트라우마치유센터 사람마음의 조이수현 사무국장님께서 ‘트라우마 관점에서 이해하는 난민과 이주민의 정신건강'이라는 제목으로 맡아주셨습니다. 난민과 이주민은 트라우마에 있어서 차별화되는 취약성을 갖게 됩니다. 살아온 인생과 생활방식의 총체를 잃고, 낯선 땅에서 새로운 시작을 해야 하지만, 박해와 차별 등 트라우마의 원천이 되는 사건은 현재진행형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트라우마에 대한 반응은 ‘폭력'이라는 비정상적인 상황에 대한 극히 정상적인 반응이지만, 신체적, 심리적, 그리고 정서적 고통, 괴로움, 폭력, 그리고 우울 등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특히나 트라우마 생존자는 인간관계 형성 및 신뢰에 큰 어려움을 겪는데요, 활동가와의 협력을 통한 지원이 절실한 이주민 트라우마 생존자들에게 이러한 점은 더욱더 중대합니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회복의 자원은 있으며 이는 공동체와의 관계를 통하여 실현되기에, 이주민 지원 활동가로서의 접근방식 및 유의사항에 대하여 뜻깊은 논의를 할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전체토의

분과별 토론 후 활동가들은 다시 한자리에 모여 각 분과에서 논의한 결과물을 발표하고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각기 다른 주제로 토론한 후 모이는 자리였지만, 모두 이주민들을 위하여 활동가들이 더 노력할 수 있는 점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환경의 차이를 뛰어넘어 협력과 연대의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지 함께 고민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대회의 마무리를 바라보며, 어떠한 결론이 나왔고 어떠한 논의는 부족했는지를 비평적으로 되돌아볼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특히나 이주여성들의 삶과 이들에 대한 조력이 충분히 논의되지 못했다는 지적은 앞으로 활동가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집중하여 다루어야 할 이야기가 무엇인지에 대한 건설적 논의의 문을 열어주기도 했습니다.

폐회식

제2회 전국이주인권대회는 ‘모두를 위한 평등한 이주정책을!!’이라는 구호와 결의문과 함께 마무리되었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우리 이주인권단체 및 활동가들은 오랫동안 이주민 차별을 철폐하고 제반 영역에서 권리쟁취를 위해 싸우고 활동해 왔다. 이 자리에서 다시금 우리는 인종차별 철폐와 이주민의 권리 보장, 모두를 위한 평등한 이주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더욱 힘을 모으고 강하게 연대하여 싸워나갈 것을 결의합니다.”

험하고 거친 길이지만, 함께 나아가기에 희망찬 여정입니다. 다양한 고민과 고충을 공유하며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참 많구나' 싶지만, 그와 동시에 우리가 개척해나갈 길의 방향성, 그리고 그의 유의미함에 대한 확신을 얻어갑니다.

김보미 실무수습 변호사, 문찬영 인턴 & 강재영 로스쿨 실무수습생 작성

최종수정일: 2022.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