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난민 보호의 또 다른 길을 보다: 2026 일본 출장 후기

2026년 2월 27일

어필의 이일, 김민지, 김희진 변호사 그리고 윤이나 운영팀장은 지난 1월 19일부터 22일까지 3박 4일에 걸쳐 일본 출장에 다녀왔습니다. 금번 출장은 최근 새롭게 떠오른 개념인 ‘보충적 수용경로(complementary pathways)’를 통한 난민 비호에 한발 앞서 뛰어든 일본의 유관 기관들의 경험을 배워보기 위함이었습니다.

유엔난민기구는 보충적 수용경로를 다음과 같이 정의합니다.

난민에 대한 국제적 보호 요구가 충족되는 제3국에서 합법적 체류를 제공함으로써 재정착을 보충하는, 난민을 위한 안전하고 관리된 방법

여기서 ‘재정착(resettlement)’이란, 주로 난민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국가로 피신하여 그 나라의 유엔난민기구에 비호를 요청하여 인정된 난민들이, 재정착 제도를 도입한 일정 국가들이 매년 할당하는 쿼터에 따라 유엔난민기구 및 국제이주기구의 도움으로 그들을 받아들이기로 수용한 제3국으로 이전하여 살게 되는 것을 말합니다. 즉, 자국 영토 내 난민이 비호를 요청하는 경우 심사 후 난민 지위를 부여하는 난민보호제도와 더불어 재정착 제도는 전통적인 난민 비호 형태 중 하나입니다. 재정착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난민협약상 법적 의무는 아니나 난민 인권 보호 및 국제적 책임 분담 차원에서 재정착 난민을 수용하는 국가들이 있습니다. 한국도 그 중 하나이고 작년부로 10주년을 맞이하였습니다. 재정착 제도가 처음 시동을 걸었을 때, 난민의 비호 요청(난민신청)이 있어야 비호가 시작되는 난민보호제도와 달리 재정착 제도는 국가가 수용 의지를 가지고 해외 체류 난민을 직접 선발하는 능동적인 보호 형태라는 점에서 많은 기대를 모았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장밋빛이 아니었습니다. 2022년 기준 전세계 난민 3,530만 명 중 재정착된 인원은 11만4,300명에 불과했는데, 이는 전체 난민 중 0.3%, 심지어 유엔난민기구가 재정착 필요성을 인정한 150만 명의 7%에 불과합니다. 그리하여 이 재정착 제도를 보충할 목적으로 보충적 수용경로라는 개념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이일 변호사는 약 10년 전 이번 출장과 유사하게, 다만 ‘재정착 제도’를 다각적으로 살펴보고자 미국으로 출장을 다녀온바 있습니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난민 비호 형태의 변화 및 발전에 따라 자연스레 이번 일본 출장이 10년 전 미국 출장의 후속편처럼 되었습니다.

▶ 2014년 출장기
CGP project 미국 방문기 1부-난민의 재정착이란? 

CGP project 미국 방문기 2부-필라델피아와 랭카스터

CGP project 미국 방문기 3부 – IRC in 볼티모어 & PRM in DC
▶ 2015년 출장기
2015 미국 재정착난민지원단체 방문 1부 – San Diego

2015 미국 재정착난민지원단체 방문 2부 – Pheonix편

이번 출장도 미국 출장보다 기간은 짧았지만 못지 않게 알찬 출장이었습니다.

날짜

일정

1월 19일

도쿄 도착

1월 20일

Pathways Japan (PJ)

Democracy Advocates at Risk (DAR)

일본 변호사들과의 네트워킹

1월 21일

메이지가쿠인대학교 쿠니히코 카베 교수 (JICA, JISR 관련)

국제기독대학(ICU)

Japan Association for Refugees (JAR) / Mobility for Humanity

1월 22일

유엔난민기구(UNHCR) Tokyo

서울 도착

일본에서 보충적 수용경로의 실행은 그 실행 주체로 나누자면 민간, 정부, 학계, 이렇게 세 축을 이루고 있습니다. 위 일정 중 PJ, Mobility for Humanity는 민간, JISR와 JICA는 정부, DAR과 ICU는 학계에 해당합니다. 또한 수용 경로 별로 살펴보자면 Mobility for Humanity가 노동 경로에 해당하고 나머지는 교육/학술/연구 혹은 민간 후원 경로에 해당합니다.

대표적인 수용 경로

  • 필요(needs) 기반 경로: 가족재결합(family reunification), 인도적 비자/수용(humanitarian visa/admission)

  • 자격(qualification) 기반 경로: 교육(education pathways), 노동(labor mobility pathways), 학술/연구(academic/research pathways)

  • 기타: 민간 후원(private sponsorship pathways)

첫 번째로 방문한 Pathways Japan (PJ)은 2015년 유럽 난민 위기를 계기로 일본 시민사회가 주도하여 설립된 단체로, 난민 수용에 소극적이었던 일본 정부의 공백을 보완하기 위해 캐나다의 민간 후원 난민 제도를 참고해 일본형 보충적 수용경로를 구축하고자 출발하였습니다. PJ의 사업은 분류하자면 난민을 난민 비자가 아닌 학생 비자로 입국시키는 ‘교육 기반 경로’로, 일본 사회에서 자립하기 위해서는 일본어 능력이 필수적이라는 현실을 전제로 어학 교육과 생활 전반 지원을 결합한 것이 특징입니다. PJ는 일본어 어학원과 긴밀히 협력하여 주거, 아르바이트 연계, 생활 적응까지 포괄적으로 지원하며, 정부와도 대립보다는 실무적 협력 관계를 유지해 비자 발급과 행정적 지원을 받아 왔습니다. PJ의 사업에서 핵심 축인 일본어 어학원이 우리나라와 달리 출입국재류관리청(우리나라의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와 같은 역할)의 감독을 받기 때문에 폭넓은 지원과 정부와의 협력적인 관계 구축이 용이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미팅 말미에 시민사회 내 반감에 대한 질문이 있었는데, 놀랍게도 시민사회가 난민 이슈에 크게 관심이 없어서 시민사회의 반감은 크게 문제되지 않았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그러면서 오히려 이 이슈를 난민 이슈에서 이주 이슈로 더욱더 키워서 접점을 늘리고, 그만큼 난민들이 수용국 사회에 기여할 곳이 아주 다양하게 많음을 강조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부분이 굉장히 흥미로웠는데, 한국의 관련 공무원이 시민사회의 눈길을 끌지 않도록 가능한 조용히 시행해야 하는 일임을 강조한 것과 대조되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과연 비슷하면서도 다른 한국과 일본의 난민 이슈 지평때문인지, 혹은 둘 중의 하나가 오답인지는 좀더 지켜보아야 할 것같습니다.

그 다음으로 방문한 Democracy Advocates at Risk (DAR)는 Sunnylands Initiative의 일환으로 출범한 프로젝트로, 아시아 지역 민주주의 활동가들이 탄압을 피해 유럽이나 미국으로 이동할 경우 지리적·시간적 거리로 인해 본국과의 연결이 약화되고 생계 문제로 민주화 활동을 지속하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하여 이들의 ‘대안적 재배치(alternative relocation)’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민주주의의 발전이 외부의 지원에 의존하기보다 지역 내부의 역량 강화와 연대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활동가들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에 머물면서 가족과 동료들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조력하고 있습니다.

DAR은 히토츠바시대학교가 사무국 역할을 맡고 일본, 한국, 대만, 몽골,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아시아 여러 국가의 대학과 시민사회단체가 협력하는 네트워크 형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공개 모집이 아닌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 기관의 추천과 엄격한 검증을 거친 저널리스트, 연구자, 시민사회 리더 등을 대상으로 하며, 선정된 활동가들은 대학의 방문학자나 연구원, 대학원 과정 학생, 또는 시민단체 인턴·스태프 등의 형태로 6개월에서 2년간 체류하게 됩니다. 프로그램의 특성상 모든 과정은 외부에 드러나지 않는 방식으로(low-profile) 진행되는데, 이는 활동가뿐 아니라 수용 기관 역시 정치적 압박이나 안전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홍보보다는 실제 활동의 지속 가능성에 초점을 둔 운영 방식입니다.

정부나 UNHCR의 직접적인 협력 없이 운영되는 만큼 비자 발급과 관련한 문제나 대학들이 스폰서로서 지는 부담, 긴급한 대피가 필요한 상황에는 대응할 수 없다는 문제 등이 해결해야 할 주요 과제입니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DAR은 법률 전문가와 시민사회와의 협력을 통해 제도적 기반을 강화하고, 대학 중심 모델을 넘어 시민단체 인턴십이나 유급 직책을 활용한 다양한 재배치 방식을 모색하며, 특히 동남아시아 지역 거점을 중심으로 보다 지역 맞춤형 보호 체계를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후 와타나베 쇼고, 코다마 코이치, 남바 미츠루 등 일본 난민법계에서 오랫동안 일하신 변호사님들과 만나 양국의 난민법 관련 판례 동향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배움의 시간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뜻을 함께 하는 사람들과 만나는 것 자체가 소중하게 느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한국 측 발표를 맡았던 김민지 변호사의 후기를 참조해 주세요.  

21일은 미팅이 총 세 개였는데 JICA, JISR 등 일본 정부가 주도하는 사업과 관련한 이야기를 들려주신 쿠니히코 카베 교수님과의 미팅은 이일 변호사만 참석하였고 저는 김민지 변호사, 윤이나 운영팀장과 함께 곧바로 국제기독교대학(ICU)으로 향하였습니다. ICU는 보충적 수용경로 중 교육 경로를 실제로 운영해 온 대표적인 대학 중 하나로, ICU와 뉴욕에 위치한 독립 재단인 Japan ICU Foundation(JICUF)이 역할을 분담하여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JICUF가 전체 기획과 재정 조달을 담당하며 학비의 절반과 생활비를 지원하고, ICU는 학생 선발과 교육을 맡는 동시에 나머지 학비를 면제하는 구조로 운영되어 대학의 재정적 부담을 낮추면서도 안정적인 장학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ICU의 교육 경로 프로그램은 2017년 시리아 학생들을 대상으로 전액 장학금을 제공했던 Syrian Scholars Initiative에서 시작되어, 2022년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일본 대학들이 대거 참여한 Japan-Ukraine University Pathways로 확대되었고, 2024년 국적 제한을 완화한 Japan Education Pathways로 발전하였습니다. 초반에는 해외에서 학생을 직접 데려오는 방식이었으나 지금은 일본에 일정 기간 체류하며 일본어 능력을 갖춘 난민을 중심으로 선발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게 되었습니다. 

졸업 이후에는 본국 귀환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 취업이 필수적이지만, 언어 장벽, 일본 기업 문화 적응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졸업 후의 삶이 안정적으로 보장되고 있지는 않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다만 NGO와 동문 네트워크가 연결 역할을 수행하며 어느 정도 보완하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난민이 아닌 타학생들과의 형평성상 대학 차원에서 별도의 취업 지원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어떻게 난민 학생들이 일본 사회에 잘 정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후 Japan Association for Refugees (JAR)Mobility for Humanity와의 미팅이 진행되었습니다. JAR측 대표로 나오신 이시카와 에리 님은 일본의 난민 보호 제도 전반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을 해주셨고 이어서 이시이 히로아키 님이 Mobility for Humanity에 관하여 이야기해주셨습니다. Mobility for Humanity는 2025년 6월 새롭게 설립된 단체로, 난민들이 교육 경로뿐 아니라 노동을 통해 일본에 입국하고 보다 빠르게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노동 경로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기존에 일본 내 유학생이 졸업 후 취업 비자로 전환하는 것을 지원하던 Welge 모델을 확장시킨 것으로, 교육 경로에서 노동 경로로 연장/확장시키려는 시도로도 볼 수 있습니다. 출입국 당국은 입국 당시의 비자 목적이 그대로 유지되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다른 체류 자격으로 입국한 뒤 취업 비자로 전환하는 Welge 모델의 방식에는 다소 부정적인 태도라서 Mobility for Humanity는 처음부터 적절한 노동 비자를 통해 난민이 입국하도록 하는 모델을 안정화할 계획이라고 하였습니다.

마지막 일정은 유엔난민기구(UNHCR) 도쿄 방문이었습니다. 앞서 방문한 단체들과 달리 UNHCR은 보충적 수용경로를 직접 수행하는 당사자가 아니라 자문 및 조율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달랐습니다. UNHCR의 연구에 따르면 정부가 직접 노동 경로를 설계하고 운영하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어,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가 이를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구조가 가장 현실적인 모델로 평가된다고 합니다. UNHCR은 일본 정부 주도의 JICA 장학 프로그램 설계 과정에서 자문 역할을 수행하며, 공식 여권이 없는 난민에게 별도의 여행 서류와 비자를 발급하도록 권고하고, 학생 본인뿐 아니라 가족 지원과 향후 가족 결합 가능성까지 고려한 프로그램 설계를 제안해 왔다고 합니다. 또한 연령·성별·다양성(AGD) 원칙에 따라 특정 집단에 기회가 편중되지 않도록 할 것, 난민의 개인정보가 본국 정부 등에 노출되지 않도록 철저한 비밀 유지가 필요하다는 점, 그리고 학업이나 건강 문제로 학생 비자를 유지하지 못하더라도 본인의 의사에 반해 송환되지 않도록 대체 체류 자격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 역시 중요한 원칙으로 강조하였습니다. 다만 실제 선발 단계에서는 대학이 학위 취득 가능성을 기준으로 평가할 수밖에 있어 인도적 고려와 학문적 기준 사이의 긴장이 존재한다는 점도 솔직하게 공유되었습니다.

또한 보충적 수용경로의 확대가 전통적인 재정착 제도를 대체하거나 축소하는 방향으로 이어지고 있지는 않은지 우려 표명에 관하여 UNHCR은 아직 그런 경향성은 보이지 않고 있으나, 미래에 이러한 경향성이 나타날 것을 대비하여 재정착 난민에게 기업 연계 취업 기회를 제공하는 스페인식 ‘재정착 플러스(Resettlement Plus)’ 모델을 제안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이는 보충적 수용경로 중 노동 경로와 재정착 제도를 기존의 취지대로 대체 관계가 아닌 상호 보완적인 보호 수단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려는 노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끝으로 UNHCR은 정부, NGO, 대학이라는 세 축이 각기 다른 강점과 한계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어느 하나의 모델로 수렴하기보다는 병행과 협력을 통해 균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실제로 Welcome Japan과 같은 다자 협력 플랫폼이나, 해외 난민에게 원격 IT 교육을 제공한 뒤 일본 취업으로 연결하는 프로젝트,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경력을 인정받아 취업 비자를 취득하도록 돕는 사례 등 다양한 민관 협력 모델이 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본의 보충적 수용경로는 아직 실험 단계에 있으면서도 빠르게 확장되는 과정에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2021년 미라클 작전을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탈레반 세력에 의해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이 함락되면서 우리나라 정부나 KOICA 등에 협력한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을 구출해 국내로 이송한 장면은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저 역시 그중 한 사람이었습니다. 다만 제 기억에 오래 남은 것은 구출의 순간만이 아니라 그 이후 이들에게 붙여진 이름이었습니다. 혹시 이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에게 붙여진 이름을 기억하실까요? 바로 ‘특별기여자’입니다. 이 이름을 언론을 통해 접했을 때 저는 홍길동이 생각났습니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의 한탄이 떠오르면서 왜 난민을 난민이라 부르지 못하는가, 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던 것이지요.

뜬금없이 이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보충적 수용경로에 대한 저의 첫 감상이 비슷했기 때문입니다. 이것 역시 난민을 난민이라 부르지 못해서 어떻게든 만들어낸 홍길동식 개념은 아닐까 하는 의아함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일본 출장이 결정되었을 때 제일 먼저 자원하였습니다. 이 개념이 무엇인지, 현장에서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직접 확인해 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방문을 통해 보충적 수용경로가 단순히 이름을 바꾼 난민 비호 방식이 아니라 난민을 둘러싼 사회적 현실 속에서 등장한 하나의 전략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보충적 수용경로가 난민 보호를 시장화(marketization)하고 국가의 필요에 맞는 사람만 선별하는 제도라는 비판이 존재한다는 점이 현장에서도 충분히 인식되고 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기관 관계자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했던 것은 이러한 경로가 전통적인 난민보호제도 및 재정착 제도를 대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위한 보호 제도를 보완하는 수단이라는 점이었습니다. 또한 난민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경험이 축적될수록, 일반 대중의 인식이 변화하고 결국 더 넓은 난민 비호 정책에 대한 사회적 지지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번 출장에서 중점적으로 다뤘던 교육·연구·학술 경로 및 노동 경로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난민의 능력을 요구하는 점–보충적 수용경로의 가장 첨예한 비판 지점이기도 한 바로 그 부분–이 역설적으로는 난민을 보호의 대상에만 머무르게 하지 않게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난민을 스스로 자신의 미래를 열 수 있는 역량을 지닌 존재로 전제하고, 정부와 시민사회는 그 가능성이 실현될 수 있도록 문을 열고 길을 연결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비호와 자립, 인도주의와 사회적 필요 사이의 긴장을 완전히 해소할 수는 없겠지만, 그 사이에서 현실적인 접점을 찾으려는 다양한 실험들이 이미 아시아 안에서도 시작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 의미 있게 다가왔습니다.

이번 일본 출장이 ‘보충적 수용경로’라는 개념에 대한 저의 처음의 의문을 완전히 지운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것이 난민을 다른 이름으로 부르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이 존엄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비호의 문을 넓히려는 노력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남아 있는 의문들은 현장에서 난민들과 함께하는 한 사람으로서, 앞으로도 계속 더듬어가며 고민해 나가고자 합니다.

(김희진 변호사 작성)

최종수정일: 2026.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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