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7일, 대법원은 어필이 대리한 이집트 국적 난민신청자의 난민불인정결정취소 사건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했습니다. 이 사건의 쟁점은 원고가 본국에서 받은 형사판결문 2건이 진짜인지, 즉 '진정성립'이 인정되는지였습니다. 대법원은 주 이집트 대한민국 대사관을 통한 진위 확인이 어려운 상황이라도, 법원이 다른 증거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해 진정성립을 판단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은 이 판결을 주요 판결로 선정해 그 요지를 공개했습니다.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사건의 보다 구체적인 사정은 첨부한 판결문(비실명 처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대법원 주요 판결 요지 2025두35271 난민불인정결정취소 (차) 파기환송 [난민불인정결정 취소소송에서 제출된 이집트 형사판결문의 진정성립이 문제된 사건]
◇1. 외국의 공공기관이 작성한 것으로 제출된 문서가 진정한 공문서로 추정되기 위한 요건, 2. 해당 외국에 소재하는 대한민국 공관의 인증이나 확인을 거치지 않았더라도 다른 증거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그 진정성립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민사소송법 제356조 제1항은 문서의 작성방식과 취지에 의하여 공무원이 직무상 작성한 것으로 인정한 때에는 이를 진정한 공문서로 추정한다고 규정하고, 제3항은 외국의 공공기관이 작성한 것으로 인정한 문서에는 제1항의 규정을 준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당사자가 외국의 공문서라고 하여 제출한 문서가 진정한 공문서로 추정되기 위하여는 제출한 문서의 방식이 외관상 외국의 공공기관이 직무상 작성하는 방식에 합치되어야 하고, 문서의 취지로부터 외국의 공공기관이 직무상 작성한 것이라고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3두14269 판결 등 참조). 법원은 이러한 요건이 충족되는지의 여부를 심사할 때 해당 공문서를 작성한 외국에 소재하는 대한민국 공관의 인증이나 확인을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자유심증에 따라 판단할 문제이므로 다른 증거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도 있다(대법원 2016. 12. 15. 선고 2016다205373 판결 참조).
☞ 이집트 국적의 원고는 2018. 7.경 난민인정을 신청하여 대한민국에 입국하였으나, 피고는 '박해를 받을 충분한 근거 있는 공포'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난민불인정결정(이하 '이 사건 처분')을 하였음. 원고가 이집트 형사재판에서 각각 징역 15년과 3년을 선고받았다는 내용의 판결문 2건(이하 '이 사건 이집트 판결문들')을 제출하며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였는데, 주 이집트 대한민국 대사관을 통한 서류의 진위 확인이 어려운 상황에서 위 판결문들의 진정성립이 문제된 사안임
☞ 원심은, 이 사건 이집트 판결문들의 진정성립을 인정할 수 없고 원고가 난민인정 요건을 충족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보아, 이 사건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하였음
☞ 대법원은 위와 같은 법리를 설시하면서, 이 사건 이집트 판결문들은 판결문으로서의 기본적인 형식과 내용을 갖추고 있고, 다른 사건에서 진정성립이 인정된 이집트 판결문들과 형식이 유사하며, 국제인권에 관한 비정부기구인 정의위원회(Committee for Justice)가 운영하는 저스티스 워치 아카이브(Justice Watch Archive)의 인터넷 사이트에서도 확인되는 등 이집트 사법기관의 공무원이 직무상 작성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였음. 또한 원고 진술의 일부 불일치도 기억력의 한계나 통역 과정의 오류로 이해할 여지가 있으므로, 원심은 판결문들의 형식과 내용, 원고 진술 및 다른 증거와의 부합 여부를 추가로 심리하여 진정성립을 판단하였어야 한다고 보아,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원심을 파기ㆍ환송함.
이 판결의 의미
판결문에서 법리를 선언한 부분은 길지 않습니다. 외국공문서의 진정성립 인정을 위해 대사관의 인증이나 확인을 거치는 방법도 있지만, 이는 법원이 자유심증에 따라 판단할 문제이므로 다른 증거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해 인정할 수도 있다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이 판결이 나온 맥락을 함께 보면 의미가 더 분명해집니다. 그동안 이집트 판결문의 진위는 주 이집트 대한민국 대사관에 대한 사실조회로 확인해 왔습니다. 이 관행에 대하여는 여러 문제가 지적되어 오다, 2022년 이후 사실상 이런 대사관 확인 관행이 중단되었습니다. 그 이후 법원에는 이집트 국적 난민신청자가 사법적 박해의 직접 증거로 본국 판결문을 제출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유력한 증거까지 제시해도, 부수적인 이유를 들어 진정성립을 쉽게 부정하는 판결이 쌓여 왔습니다. 이번에 파기된 원심판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항소심에서 여러 유력한 증거가 제출되었는데도, 원심은 "제1심 판결의 이유는 타당하"다는 가장 간소한 형태로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이러한 흐름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대사관 확인이 불가능해진 상황에서도, 진정성립을 인정할 만한 근거가 제시되면 법원이 이를 충분히 심리해 적극적으로 판단하라고 촉구한 것입니다. 이러한 취지는 판결문 5면의 다음 부분에서 잘 드러납니다.
"이 사건 이집트 판결문들이 저스티스 워치 아카이브의 인터넷 사이트에서 확인된다는 사정은, 그 자체로는 주 이집트 대한민국 대사관을 통해 위 판결문들의 진위가 공식적으로 확인된 경우에 비해 공신력 면에서 부족한 사정이기는 하다. 다만 위 단체의 국제법적 지위나 역할 등을 고려할 때, 대사관을 통한 확인이 어려운 상황에서 위 사이트에 등재되는 과정상 허위가 개입되었다고 의심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이 사건 이집트 판결문들이 위 인터넷 사이트에서 확인된다는 사정을 제한적이나마 이 사건 이집트 판결문들이 이집트 사법기관의 공무원에 의해 직무상 작성된 것으로 인정할 근거 중 하나로 삼을 수 있는 것은 아닌지 심리해 볼 수 있다.
이에 더하여 이 사건 이집트 판결문들은 진정성립이 인정되어 난민인정을 받은 다른 이집트 난민신청인들의 판결문과 유사한 형식을 취하고 있고, 그 내용이 작위적이지 않은 점, 원고가 위 판결문들을 이집트 변호사를 통해 입수한 점 등 문서의 형식과 내용, 취득 경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볼 때, 이 사건 이집트 판결문들이 이집트 사법 기관의 공무원에 의해 직무상 작성된 것일 가능성이 상당해 보인다.
그런데도 원심이 이러한 구체적인 사정들을 고려하지 아니한 채 위 판결문들의 진정성립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사실인정의 자료로 채택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은 외국의 공문서의 진정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 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법원이 심리해야 할 사항: 원고 측이 주장·입증할 내용
대법원은 이집트 판결문의 진정성립을 판단할 때 법원이 살펴야 할 사항을 구체적으로 제시했습니다(판결문 3~5면). 따라서 소송을 제기하는 원고 측도 이 틀에 맞추어 충분히 주장하고 입증할 필요가 더 분명해졌습니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문서의 내용: 판결문에 "혐의사실의 내용, 적용법조, 증거의 요지, 피고인들의 주장의 내용과 그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각 기재되어 있고", 범죄사실과 적용법조, 형량선고 등에 모순이나 오류가 없어 "판결문으로서의 기본적인 내용을 갖추었다"는 점
문서의 형식: 판결문의 사건번호가 다른 관련 서류(공소장)의 사건번호와 일치하는 점, 재판장·검사·법원 서기 등 작성 주체의 이름이 기재된 점, "판결문의 사본이 원본과 일치함을 확인하는 취지의 내용이 수기로 기재"된 점 등
다른 관련 증거: 국제인권 비정부기구인 정의위원회(CFJ)가 운영하는 Justice Watch Archive에서 해당 판결문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과거 다른 이집트 국민에 대한 난민인정 신청 사건에서 진정성립이 인정되었던 판결문들과 유사한 형식"을 갖추고 있다는 점
진술 불일치에 대한 설명: 피고 측은 원고의 난민신청 경위 관련 진술의 일부 불명확성과 불일치를 다투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진술의 불일치가 "주로 기억력의 한계에 의한 것이거나 통역 과정에서 의사소통의 오류에 기인한 것으로 충분히 이해될 수 있는 범위에 있다"고 보았습니다.
입수 경위: 피고 측은 판결문 입수 경위에 관한 진술의 불일치도 다투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판결문 등의 서류를 입수한 경위에 관한 원고의 진술 내용 역시 원고가 처한 상황이나 경험하였다는 사정에 비추어 충분히 믿을 만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집트 난민 사건에서 반복되어 온 피고 측 주장
이 사건에서도 다른 이집트 국적 난민 사건과 마찬가지로 피고 측의 여러 항변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사법적 박해의 핵심을 보여주는 본국 판결문의 진정성립이 인정된다면, 이러한 주장들은 부수적인 것이 됩니다. 그 진정한 형사판결로 인해 인신의 구속을 당할 위험이 명백해졌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과 어필이 수행해 난민인정을 받은 그간의 이집트 국적 난민 사건들에서, 피고 측의 항변들은 주로 다음과 같았습니다. 그러나 이집트 법원 판결문(거의 대부분 궐석 재판으로 장기 징역형이 선고)의 진정성립 인정을 통해 박해 위험이 명백하다는 인정을 받아왔습니다.
정치활동이나 시위에서 원고의 역할이 작고 지위도 미미하다.
체포, 구금, 판결 선고, 도피 경위에 관한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다.
본국에서 여권을 발급받거나 주변국으로 출국하는 데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공문서의 입수 경위가 부정확하거나 불분명하고, 진술도 바뀌었다.
판결문이 사실이더라도 본국에서 재심을 통해 감형이나 무죄를 받을 수 있다.
판결문이 사실이라면 오히려 위험한 인물이다.
실무상 시사점
어려운 소송 환경 속에서도 이집트 법원 판결문의 진정성립을 인정한 하급심 선례들이 쌓여 왔습니다. 따라서 선례 사건에서 진정성립이 인정된 판결문과 해당 사건의 판결문을 형식과 내용 면에서 비교하는 것이 중요한 입증 활동이 됩니다.
대사관 확인이 불가능해지면서 법원은 판결문을 뒷받침하는 다른 증거를 찾아 판단의 근거로 삼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이 경향은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판결문을 뒷받침하는 관련 보도가 있다면 이를 적극적으로 제출할 필요가 있고, 대법원이 언급한 CFJ의 Justice Watch Archive도 반드시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참고로 어필은 이 사건에서 CFJ 공식 이메일로 해당 판결문과 공소장이 아카이브에 등재된 경위와 확인 방식 등을 문의하는 소통을 시도하였는데, CFJ는 이에 대해 신속하게 응답하고 설명해 주었습니다. 비슷한 사건을 수행하는 분들이라면 CFJ에 직접 연락해 보는 방법도 고려해 볼 만합니다.
이 사건은 이제 서울고등법원에서 다시 심리됩니다. 어필은 환송 후 항소심에서 원고가 난민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또한 이번 판결이 이집트 국적 난민신청자들의 다른 사건에서도 충실한 심리로 이어지도록 계속 살펴보겠습니다.
첨부문서
대법원 2026. 10. 27. 선고 2025두35271 판결 (비실명 처리): 구글 드라이브 링크 접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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