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거리며 짓다, 정의를 | 22년 12월] #35. “다름” 이 “틀림” 이 아닌 “특별함” 이 되려면... - 신하늘 인턴

2022년 12월 7일

안녕하세요, 어필 23기 인턴 신하늘 (구름/ GROOM) 입니다.


[비틀거리며 짓다, 정의를] 에 제가 어떤 이야기를 들려드릴 수 있을까 고민하다 보니 어느새 12월이 되었네요. 다들 연말에는 계획이 있으신가요? 연말이 다가오는 요즘, 저는 해외에 있는 제 가족과 친구들이 생각이 나고 보고 싶어지네요.


저는 북아프리카 이슬람국가인 모로코에서 자랐습니다. 동양인이라고는 저와 제 동생 둘밖에 없는 학교에서 아침에는 프랑스어, 오후에는 아랍어로 수업했었는데, 그런 저희가 한국어를 못 쓰게 될까 봐 우리 부모님은 집에서는 한국어만 쓰게 하셨고 주말에는 한국대사관에 한글학교를 보내곤 하셨습니다. 생김새와 언어 및 문화 등 다른 게 너무나도 많은 나라에서 살기가 마냥 쉬웠던 것은 아니지만, 좋은 가족, 친구들, 그리고 선생님들 덕에 큰 어려움 없이 적응하였고 그 과정에서 한국어, 모로코 방언, 프랑스어 및 영어 등의 언어를 편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런 저의 다문화적인 배경은 대학교 입시 및 다양한 지원 등 자기소개가 필요할 때마다 빼놓지 않는 내용입니다. 이는 오늘날의 저의 강점이자 제가 저일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삶의 부분이기 때문인데요. 모로코에 살지 않았더라면 제가 지금 다루는 언어도, 저의 죽마고우들도, 그리고 제 꿈도 지금과는 같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런 배경을 통해 관심을 두고 인턴을 하게 된 어필에는 제가 어렸을 때와 같이 생김새와 언어 및 문화 모두 다른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적응하고 자라야 하는 아이들과 그들의 미래를 걱정하는 부모들이 많이 찾아오십니다. 하지만 이 아이들과 부모들에게는 소수자의 “다름이” 이들의 다양성을 누릴 수 있는 강점과 특별함이 아닌, 적응의 어려움과 차별을 부르는 요소로 여겨지고 있었습니다. 이들에게는 좋은 가족, 친구들, 그리고 선생님들은 주어진 것이 아닌 어려운 법적 절차와 끝이 없는 기다림을 통해 운이 좋아야 누릴 수 있는 권리였습니다. 


“가족을 못 본 지가 5년이 넘었어요”와 “본국에 두고 온 어린 아들이 너무 걱정되어요" 는 어필에서 일한 지 3개월밖에 안 된 저도 많이 들은 얘기입니다. 길어지고 복잡해지는 난민인정 절차에 안정된 지위가 없는 난민들은 가족을 못 보는 경우는 물론, 언제 떠나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 속 불안정한 가정 환경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러한 가정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친구는 사귈 수 있을지, 또한 언어도 안 통하는 아이들을 받아줄 학교가 있을지 한국에 자녀를 둔 난민분들의 주 걱정입니다. “제 아이가 적응을 잘 못하는 것 같아요" “제 아이는 한국학교에서 한국어로 읽고 쓰지만, 모국어인 아랍어를 안 쓰려 해요"라며 울며 말하는 한국에 자녀를 둔 난민분들의 말을 통역할 때면 마음 한구석이 너무나도 아파옵니다. 


자녀를 키워야 하는 그 여느 부모와 같이 이들은 자녀들을 위해 최선의 교육과 미래를 제공하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누구는 본국이 마련해주는 권리와 보호 아래 안정된 사회 지위와 교육 및 미래가 보장돼있는가 하면, 다른 누구는 당연해야 할 권리와 보호를 본국으로부터 아니, 그 어느 국가로부터도 못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필은 이러한 사람들에게 권리와 보호를 주장하고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습니다. 언어도 안 통하는 나라에 어느 정도 안정감을 찾을 수 있도록 법적 지원도 하며, 이들이 알맞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도움 줄 수 있는 서비스나 센터와 연결해주고, 미래에 한국 사회가 이들을 더 잘 받아들일수 있게, 캠페인, 강의 및 연구와 입법 운동 등을 통해 사회를 조금씩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가족을 두고 나올 수밖에 없었던 우리의 가족이 되어준 어필에게  감사합니다"라는 아프리카 출신의 여성분의 모임인 Wise Women Association(WWA) 대표님의 격려가 아직도 생생하네요.


듣기만 해도 멋있는 이 일은 많은 노력과 시간 그리고 그 무엇보다 카페인 사랑 없이는 할 수 없는 일 같아 보였습니다. 본인의 이익이 아닌, 사회에서 배척되고 억압받는 사람들을 돕는 일은 결코 쉬워 보이지 않았지만, 어필 식구들은 타인을 위해 진심으로 슬퍼하고 기뻐하였으며, 서로 존중하는 마음을 갖고 각자의 방법으로 최선을 다해 타인의 존엄성과 내재적인 인권을 위해 나아갔습니다. 불완전한 세상에 이렇게나마 [비틀거리며, 정의를 짓는] 어필 식구분들과 그 행보를 지원하는 후원자님들을 통해 저는 “사랑”하는 법을 보고, 저 또한 “사랑"으로 누구든지 조금 더 살만한 사회를 만드는 일에 기여할 수 있는 법을 배우며, 매해 더 많은 가족과 친구들이 안전하고 즐거운 연말을 같이 보낼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공익법센터 어필 인턴 신하늘 작성)

최종수정일: 2023.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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