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8일,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중앙아시아센터 이주·난민 연구단이 주최한 열세 번째 교육 연구 프로그램 세미나에 참석했습니다. 이번 세미나는 '한국 사회 난민의 현실과 난민인정 제도 개선 방향'을 주제로 열렸으며, 공익법센터 어필(APIL)의 이종찬 변호사가 발표를 맡아 현장의 실무적 통찰과 더불어 아시아연구소의 향후 연구 방향에 조언할 다양한 사례와 현실을 깊이 있게 소개했습니다.
이번 세미나에서 이종찬 변호사가 가장 방점을 찍은 내용은 한국 난민 제도의 극도로 좁은 문호와 가혹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는 것이었습니다. 한국의 사회·경제·문화적 위상 상승과 더불어 난민협약(대한민국은 1994년부터 시행) 가입국이라는 국가적 지위로 인해 한국행을 선택하는 난민들의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습니다. 하지만 실제 이들이 직면하는 물리적·제도적 입구는 '공항 하나뿐'이라고 할 정도로 바늘구멍입니다. 특히 공항에서 입국조차 거부당한 채 방치되는 '공항난민'의 존재는 우리 난민 제도의 보호 범위가 얼마나 협소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무엇보다 지극히 낮은 난민인정률의 배경에는 극도로 협소하고 경직된 심사 기준(법제도)과 만성적인 행정 인력 부족, 난민에 대한 낮은 사회적 인식이라는 구조적 한계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의 판례는 무력 충돌이나 내전, 전쟁으로 인한 피신조차 직접적인 난민 사유로 선뜻 인정하지 않을 만큼 보수적입니다. 여기에 전문 인력의 부재와 행정적 과부하까지 더해지면서 난민 지위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개인이 국적국의 보호 실패를 온전히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가혹한 환경이 조성됩니다. 특히 난민 심사는 신청자가 과거에 박해를 받았는지를 확인하는 것뿐 아니라 본국으로 돌아갔을 때 박해를 받을 가능성이 있는지를 판단해야 하지만, 이러한 가능성을 충분히 심사하기 어려운 구조 역시 문제로 지적되었습니다. 그 결과 한국의 난민 보호는 여전히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난민 인정은 보편적 권리가 아닌 지극히 '예외 상태'로 취급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난민 지위에 대한 법적·사회적 견해와 구조적 모순을 보다 엄밀하게 따져 물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이종찬 변호사는 아시아연구소 초청 세미나인 만큼 연구자가 단순한 관찰자를 넘어, 기존 제도의 한계를 직시하고 질문을 재구성하는 '연구 수행자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몇 가지 안내도 해주셨습니다. 특별히 현 제도상 '낮은 난민지위 인정률'을 학술적 연구 질문으로 정밀하게 전환하도록 구체적인 방향을 제안해주셨습니다.
인정률 비교의 통제 조건 검토: 단순히 숫자상의 인정률만 세는 것을 넘어, 신청자의 출신국 구성, 심사 단계(1차·이의신청·행정소송)별 공적 조력 유무, 보충적 보호 제도의 위치 등을 엄밀히 통제한 국가 간 비교 연구가 시급하다. 한국의 난민인정 제도를 낮은 인정률이라는 결과만으로 평가하기보다 신청자들이 경험한 절차, 심사와 조력을 함께 살펴보아야 한다.
반사실적 비교 케이스 스터디: "한국에서 불인정 받은 신청자가 EU나 캐나다에서 심사받았다면 어떤 판결을 받았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실제 판결문과 불인정 사유서, 타국의 인정 사례집을 대조·검토하는 실증적 케이스 연구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한국과 다른 국가들의 심사 기준과 제도를 보다 더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이종찬 변호사는 난민인정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사회 안의 공적 감정(Public sentiment)의 중요성도 강조했습니다. 현재 한국 사회의 현실을 단순한 개인의 성향, 사회적 분위기나 관료주의로 치부하기보다 사회·역사적 맥락과 구조적 문제의 연장선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사회 전체의 신뢰망을 다지고 이러한 구조적 감수성을 세심하게 헤아리는 태도를 갖추는 것이 어필의 활동 지향점이자 실무자로서의 고민이라는 소감 역시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도 현실적인 질문들이 다각도로 개진되었습니다. 한국 사회의 특수한 맥락에서 북한이탈주민을 난민 법제 안에서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부터, "이주노동자가 체류 자격 만료 후 편법으로 난민인정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사회적 의구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과제가 올라왔습니다. 이에 대해 이종찬 변호사는 한국이 국제협약에 가입한 당사국으로서 지켜야 할 책임과 의무를 보다 진지하고 무게감 있게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난민을 둘러싼 오해를 바로잡는 팩트체크의 중요성도 도드라졌습니다. 일각의 오해와 달리 난민 재신청자는 체류 과정에서 취업이 완전히 불가능하며, 주거와 기본적인 생계 지원조차 받지 못해 극심한 '인도적 공백' 상태에 처하게 됩니다. 행정 인력 부족과 좁은 심사기준이라는 구조적 편의 뒤에, 정작 난민 개인이 삶의 절벽으로 내몰리는 현실을 연구자들이 청취하면서 향후 연구 단계를 위한 중요한 참조점을 얻었다는 피드백도 받았습니다.
강연을 마치며 이종찬 변호사는 한국이 법과 협약의 약속을 지킬 수밖에 없는 구조에 놓여 있고 다민족 국가로 향해 가고 있는 현실에서, 과연 한국이 지키겠다고 한 약속은 신뢰할 만한 것인지, 또 그 신뢰를 어떻게 구축해 갈 것인지에 대해 고찰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관심을 요청했습니다.
이번 세미나를 통해 난민이 겪은 과거의 '박해 경험'을 샅샅이 파헤치고 훑는 데에만 집착하기보다, 그들이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살아갈 유구한 세월의 가능성'에 무게중심을 옮겨야 한다는 시각의 전환을 성찰해 보게 되었습니다. 아프리카의 '우분투(Ubuntu, 당신이 있기에 내가 있다)' 속담처럼 단순한 시혜적 정책으로서의 난민 이해를 넘어서는 돌봄 논리가 우리 사회에 필요해 보입니다. 낯선 타자의 존재가 나의 존재와 연결되어 있다는 감수성과 삶의 태도를 북돋우는 과정은 개인적 선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제도와 정책(시스템)을 개혁하는 동력으로 구현되어야 한다는 점도 이번 세미나를 통해 깊이 체감했습니다.
결국 오늘날 한국 사회의 난민 현실을 개선할 핵심 과제는 제도의 신뢰성을 회복하는 동시에 사회적 인식을 북돋우는 노력이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법률과 국제협약을 형식적으로 지키는 시대를 지나, 그 본래의 의미와 인권적 가치를 구체적인 삶에서 실천하고, 그 실천이 제도로 안착될 때 이 땅에 살아가는 모든 나그네를 환대할 수 있는 자리가 넓어질 것이라고 희망해봅니다.
작성 | 인턴 어필 28기 김정주, 김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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