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난민보호의 또 다른 길, 교육에서 찾다 : 교육경로 워크숍에 다녀와서

2026년 8월 13일

여러분들은 고3 수험생활의 끝자락에 어떤 기분이셨나요? 저의 고3 시절을 돌아보면 대학교 홈페이지를 들락날락 거리며 수많은 전공 중 내가 무엇을 배우고 싶은지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기도 하고, 멋진 건물 사진들을 보며 캠퍼스 로망을 꿈꿨던 것 같습니다. 이처럼 대학 진학은 많은 청소년들이 자연스럽게 그려볼 수 있는 미래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제가 한국에서 만나온 난민 청소년들에게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학교를 다니다 전쟁과 박해를 피해 한국으로 온 친구들, 한국에서 나고 자란 친구들 모두 한국에서 공부를 계속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했지만, 불안정한 체류자격과 비싼 학비 그리고 직전 학력을 증명할 서류까지 넘어야 할 벽이 많았습니다. 어렵게 안전한 곳에 도착했지만, 중단된 배움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은 아니었던 것입니다.

이것은 제가 만난 몇몇 난민 청년들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전 세계로 시야를 넓혀보면 그 격차는 숫자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난민 청년의 고등교육 진학률은 약 9%입니다. 전 세계 평균 진학률인 42%와 비교하면 여전히 큰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유엔난민기구와 여러 파트너들은 2030년까지 난민 청년의 고등교육 진학률을 15%까지 높이겠다는 목표(15by30)를 세웠습니다. 그리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여러 방법 가운데 하나가, 제3국의 대학에서 공부할 기회와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길을 함께 제공하는 보충적 교육경로(Complemetary Education Pathways)입니다.

이제 유엔난민기구의 ‘15by30’ 목표가 향하는 2030년까지 4년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이를 앞두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도 난민 청년의 고등교육 접근을 넓히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자리가 마련되었습니다. 지난 7월 29일부터 31일까지 열린 「Exploring Education Pathways for Refugees in the Republic of Korea and Beyond」 워크숍입니다. 이번 행사는 Global Task Force on Education Pathways가 주관하고, 주한캐나다대사관, 강원대학교 통일강원연구원, 법무부,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가 함께 마련했습니다. 교육경로의 오랜 경험을 가진 캐나다를 비롯해 한국, 일본, 필리핀, 호주에서 대학과 시민사회, 정부와 국제기구 관계자들이 모였습니다. 어필도 앞으로 한국에서 교육경로를 만들어가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배우고 고민하기 위해 이 자리에 함께했습니다.

먼저 길을 만든 나라들, 그리고 그 길을 지나온 학생들

첫날에는 여러 나라에서 실제로 운영되고 있는 교육경로의 모습을 살펴보았습니다. 제도의 모습은 조금씩 달랐습니다. 정부와 대학, 시민사회가 맡는 역할도 달랐고, 학생을 선발하고 지원하는 방식에도 차이가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는 2022년 민간재단을 중심으로 말레이시아에 있던 학생 난민들이 한국에 입국해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시도가 시작되었고, 2026년부터는 정부초청외국인장학생(GKS)에 학생 난민을 위한 별도 선발이 마련되며 정부 차원의 참여도 시작되었습니다. 🇨🇦캐나다에서는 1979년부터 이어진 민간후원난민제도를 기반으로 WUSC가 대학들과 함께 학생 난민의 입국과 대학 진학, 초기 정착을 지원하는 모델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2016년부터 정부 주도 아래 시리아 난민을 대상으로 한 교육경로가 시작되었습니다. 현재는 교육경로를 위해 만들어진 민간단체 Pathways Japan도 참여해 일본 내 다양한 지역의 어학교와 대학을 연결하고, 입국 전 준비부터 일본어 교육, 대학 진학과 취업까지 이어지는 과정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필리핀은 2019년 글로벌 난민 포럼에서 교육경로 도입을 약속한 뒤 2022년 로힝야 학생 6명의 입국으로 시범사업을 시작했고, 현재는 정부·유엔난민기구·여러 대학이 함께 학생의 선발부터 비자, 장학금, 주거와 졸업 이후의 정착까지 지원하고 있습니다. 비교적 최근 시작한 🇦🇺호주는 2026년 첫 학생들을 받아 9개 대학에서 33명의 학생이 공부하고 있으며, 정부와 대학뿐 아니라 법률가, 기업, 시민사회와 대학 내 멘토링 그룹까지 참여하는 구조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것은 교육경로가 수도의 몇몇 대학에 머무르지 않고, 여러 지역의 대학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학생 난민들이 다양한 지역의 대학에서 공부하고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 생활하는 모습을 보며, 한국에서도 서울에서의 작은 시작이 언젠가는 다른 지역으로 이어지기를 바라게 되었습니다. 

대학이 교육경로를 만든다고요?

둘째 날에는 캐나다 윌프리드 로리어 대학(Wilfrid Laurier University)의 ISOW(International Students Overcoming War) 학생들과 함께 대학과 대학생이 교육경로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깊이 들여다보았습니다. ISOW는 대학의 교직원들만이 운영하는 장학사업이 아니라, 학생들이 직접 교육경로의 운영에 참여하는 독특한 모델이었습니다. 대학은 입학 절차와 장학금 지급, 교내 부서와의 조율 등을 담당하고, 학생들은 모금부터 장학생 선발, 입국 환영과 오리엔테이션, 새로운 공동체를 만드는 일까지 맡고 있었습니다.

특히 흥미로웠던 것은 사람과 경험이 이어지는 방식이었습니다. 학부생 때 자원봉사자로 참여해 학생 난민들과 시간을 보내고 멘토링을 했던 학생들이 졸업 후에는 이 일을 직업으로 선택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자신들이 쌓은 경험을 새로운 학생 자원봉사자들에게 전하고 있었습니다. 졸업과 동시에 활동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먼저 참여한 학생의 경험이 다음 학생에게 이어지면서 조직의 관계와 노하우도 함께 쌓여가는 것이죠. ISOW의 발표에서는 학생들에게도 이런 활동이 단순한 봉사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인도적 지원 업무를 경험하고,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자신의 전공 공부에도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는 과정이 된다는 것입니다. 교육경로가 학생 난민 한 사람만을 위한 사업이 아니라, 그 학생을 맞이하는 대학 공동체도 함께 변화시키는 일일 수 있다는 점이 감동적이었습니다.

한 사람을 위한 길, 여러 사람이 만드는 길

셋째 날에는 강원대학교로 장소를 옮겨, 전날 살펴본 학생 주도의 교육경로를 한국에서는 어떻게 만들어갈 수 있을지 이야기했습니다. 이날 역시 ISOW 학생들이 직접 자신들의 활동 경험을 나누고 토론을 이끌었습니다. 무엇보다 반가웠던 것은 이러한 모델에 이미 관심을 갖고 움직이는 한국 대학생들이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충남대학교 학생동아리 언레이블드(UNLABELED)는 대학과 학생이 주도하는 교육경로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고민을 가지고 ISOW 학생들에게 실제 운영 방식과 학생들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질문했습니다.

캐나다에서 오랜 시간 쌓아온 ISOW의 모습을 보면서 처음에는 ‘한국에서도 이런 구조가 가능할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눈앞에서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한국 대학생들을 만나고 나니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처음부터 완성된 조직이 있어야 시작할 수 있는 것은 아니겠구나. 학생 난민을 새로운 대학 구성원으로 환영하고 함께할 준비가 된 학생들이 있다면, 한국에서도 작은 시도부터 충분히 시작해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이번 행사를 지나며 어필의 역할도 조금 더 구체적으로 그려볼 수 있었습니다. 어필이 모든 지원을 직접 제공하기보다, 대학과 학생들이 교육경로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연결하고, 그 경험이 다음 사람에게 이어지는 구조를 만드는 것. 그것 역시 앞으로 어필이 맡아야 할 중요한 역할일 것입니다.

@The Old Oak(2023)

한 명의 학생 난민이 한국의 대학에 도착하기까지도 많은 사람이 필요합니다. 학생의 목소리를 듣고 함께 준비할 시민사회가 필요하고, 배움의 기회를 열어줄 대학이 필요하며, 새로운 학교생활을 함께해 줄 학생들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한국에 도착한 뒤에는 공부뿐 아니라 관계를 만들고, 자신의 자리를 찾고, 앞으로의 삶을 다시 그려갈 수 있도록 곁을 내어 줄 지역사회도 필요합니다. 교육경로는 결국 한 학생을 한국으로 데려오는 일이 아니라, 한 학생을 새로운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함께 맞이하는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직은 만들어야 할 것도, 풀어야 할 질문도 많습니다. 하지만 캐나다에서 오랫동안 이어져 온 학생들의 참여를 보고, 일본과 필리핀, 호주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길을 넓혀가는 사람들을 만나고, 무엇보다 한국에서도 같은 고민을 시작한 학생들을 만나면서 한 가지는 확신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길은 혼자서는 만들 수 없지만, 함께라면 시작할 수 있습니다.

어필도 이제 학생 난민들을 맞이할 수 있는 마을을 하나씩 만나고 연결하며, 난민 청년들이 안전뿐 아니라 배움과 관계, 그리고 자신의 미래를 다시 그려볼 수 있는 길을 만들어가겠습니다.

(윤보나 학생난민지원팀장 작성)

최종수정일: 2026.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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