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8월 20일)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22대 국회에 발의되어 있는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인권·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안」(의안번호 제2210837호, 제2213897호. 이하 '공급망책임법') 2건이 기업의 인권존중책임 실천을 명문화하는 법안으로 조속한 입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기업과인권네트워크는 인권위의 이번 의견표명을 환영하며, 국회가 즉각 공급망책임법 입법 절차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이번 의견표명에서 주목할 지점은 다음과 같다.
먼저, 적용 기업의 범위와 관련하여 인권위는 먼저 현재 발의안의 적용 범위 수준을 최소한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두 법안 모두 이미 중소기업을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으로 적용 범위를 한정하고 있는데, 공급망 상단에 있는 기업의 영향력을 활용하여 인권·환경 위험을 예방·완화 및 구제하고자 하는 인권실사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적용 범위를 지나치게 축소해서는 안 된다는 게 인권위의 설명이다.
다음으로, 인권·환경실사의 기준과 관련하여, 인권위는 인권환경실사의 기준을 인권 및 환경권의 범위를 국제권리장전과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우리나라가 가입·비준한 협약 등 국제기준에 따라 구체적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호받아야 할 인권과 환경권의 내용이 추상적으로 남아 있으면 기업이 무엇을 실사해야 하는지조차 가늠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법적인 예측 가능성도 부족할 우려가 있다는 인권위의 설명이다. 국제기준에 근거해 범위를 분명히 해야 법이 현장에서 일관되게 적용되고 실제 피해 구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취지로 평가할 수 있다.
공급망의 범위와 관련하여, 인권위는 기업 활동 전반에서 형성되는 직·간접적 관계를 모두 포함하도록 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급망의 범위를 협소하게 정의할 경우 공급망 내 연쇄적인 개선 효과를 도출하려는 인권실사의 효과가 제대로 발휘되지 않을 우려가 있고, 인권 위험의 사각지대 및 책임의 공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해관계자의 범위와 관련하여, 인권위는 실제적·잠재적으로 영향을 받은 사람·단체뿐 아니라 이들의 권익을 대변하거나 보호하는 단체까지 포함해야 한다는 점을 언급하였다. 기업에 의한 인권침해 사안에서 피해자는 기업과의 정보·자원 격차, 보복에 대한 두려움으로 직접 기업과 대응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 만큼 이들을 대변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해야 유의미한 이해관계자 참여를 통해 기업의 인권존중책임을 효과적으로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인권·환경위험에 대한 분쟁을 다루는 위원회와 관련하여, 인권위는 인권·환경기업위원회(인권환경분쟁조정위원회)의 위원 수를 늘려 대표성과 전문성을 갖추어야 하고, 심각하고 회복 불가능한 피해가 임박한 경우 위원회가 긴급하게 구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야 하며, 인권·환경 전문가와 시민사회단체가 실사 과정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사항은 법안에는 담기지 않았거나 법안의 내용보다도 강화된 것으로 향후 입법 과정에서 충분히 논의되어야 할 지점이라 할 수 있다.
한국 기업들은 국내외 사업장과 글로벌 공급망 곳곳에서 노동자와 지역주민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기업의 활동으로 인권과 환경이 침해되었을 때, 피해자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구제받을 수 있는 통로는 마땅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기업이 공급망에서의 인권·환경 침해를 스스로 예방하고 실사하며 책임지도록 하는 것은, 노동자와 지역주민의 존엄을 지키고 모두가 안녕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공급망책임법은 바로 그 책임을 법으로 분명히 하는 시작점이다. 국내 기업이 강제노동 등 인권 문제로 해외에서 제재를 받거나 분쟁에 휘말리는 사례도 이어지는 현 시점에서 기업의 인권존중책임을 법제화하더 이상 공급망책임법 제정을 미룰 이유가 없다.
인권위가 법 제정의 필요성과 구체적인 개선 방향까지 제시한 지금, 국회는 인권위의 의견을 성실히 검토해 이번에는 반드시 입법을 완수해야 한다.
기업과인권네트워크는 공급망책임법이 조속히 제정되어 기업들이 국내외 공급망 전반에서 인권을 존중하고 피해자들이 실질적으로 구제받을 수 있도록, 앞으로도 국회와 정부에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낼 것이다.
2026년 8월 21일
기업과인권네트워크
(공익법센터 어필,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국제민주연대, 기후자원정의센터 아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국제연대위원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아시아모니터리소스센터, 전국금속노동조합,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좋은기업센터, 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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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문서
- 1. 260820보도자료기업 인권침해 예방과 책임 강화를 위한 기업 인권실사법 조속히 입법해야
- 2. 260820결정문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인권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의견표명